부끄러운 얘기지만, 요즘 들어 월 1권의 독서량도 채우지 못한다.

독서가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에 비하면 요즘 나의 삶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북적이는 전철 안에서 야심차게 책을 폈다가도 10분만에 고개가 꺾어지도록 잔다. 때론 침도 흘린다. 매일 출퇴근 전철에 시달리며 꿋꿋이 독서습관을 지키는 일은 그리 쉽지는 않다.

독서 습관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도 있다.

책 한권 넘기기는 힘들어도 ‘스마트폰 검색질’을 위해 토끼눈이 되어서도 두세시간을 버틴다. 모든 정보의 습득과 소통의 수단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기란 쉽지 않다. 시대적 흐름이라는 ‘핑계’다.

기부문화총서

그럼에도 요즘 가열차게 훑어본 책들이 있다. (‘정독한’이 아니라 ‘훑어본’;;;)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며 재단에서 기획하고 만든 책들을 안 읽어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출간하고 있는 책들은 꽤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기부문화총서>시리즈가 있다. 해외의 기부문화와 관련된 훌륭한 책들을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한다. 현재 기부문화총서는 모두 7권까지 출간되었다.

 

어린이부터 우리 시대 멘토까지 

  
아름다운재단에서 출간한 책들

 

재단에서 출간한 책들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어린이 모금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 모금가들의 좌충우돌 나눔도전기> 역시 아름다운재단에서 기획하여 집필하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어린이들이 어떻게 나눔을 접하고 스스로 모금을 했는지, 다양한 사례를 담았다. 줄넘기를 하고 부모님에게 받은 돈으로 소년소녀가장 친구를 도운 어린이부터 집 없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4천 킬로미터를 걸어 모금한 미국의 한 어린이까지 ‘나눔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놀라운 상상력’은 감동적이다. 

나눔을 실천한 평범한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어린이 모금가들의 좌충우돌 나눔도전기>라면, <세상에서 가장 큰 1%> 주변을 돌아보고 나눌 줄 아는 평범한 어른들의 이야기다. 하루하루 생기는 작은 용돈을 모으는 통장을 따로 만들고 그 통장의 돈을 기부하기, 커피값 한잔을 아껴 그 돈을 모아 한달에 한번 기부하기, 구두수선점을 운영하며 모은 돈을 기부하기, 결혼축의금을 기부하기 등 삶의 작은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거기엔 상처를 나눔으로 승화시킨 경우도 있다. 폭력으로 어린 자녀를 잃었지만 다른 아이들이 그 아픔을 겪지 않도록 기금을 만든 부부도 그 중 하나다. 소박한 삶의 곳곳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도 모르게 ‘오, 이렇게도 나눌 수 있구나’라며 무릎을 치게 만든다.

우리 주변에서 만난 수많은 유명인들은 나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시대의 멘토라 불리는 11명의 사람들에게서 나눔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던 나눔에 관한 열 가지 질문>은 2010년 아름다운재단 10주년을 맞아 나눔문화를 진단하고 미래의 나눔은 어떤 모습일지 컨퍼런스를 통해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다. (당시) 안철수 교수, 김진혁 PD,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선대인 소장, 유네스코 이선재 본부장,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도법 대표 등 11명의 이야기다.

내가 도와준 사람은 정말 행복해졌을지, 돕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 내가 저 걸인에게 준 500원이 결국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인 아닌지…이 멘토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눔을 직면하면서 떠오르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최초 ‘나눔문화컬렉션’ 개설

2월 1일 서울도서관에서는 다소 특별한 개관식이 열린다.

서울도서관 내에 <나눔문화컬렉션>이 문을 연다. 아름다운재단 내에 있던 ‘기부문화도서관’이 자리를 옮겨 서울도서관에서 새단장을 하게 됐다. 나눔문화 전반을 비롯해 기부와 모금, 비영리역량강화 등 나눔에 관련된 많은 도서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오직 ‘나눔’이라는 주제에 충실한 책들을 이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관식 이후에는 누구나 서울도서관에서 ‘나눔’에 관련된 책을 만나고 빌려 볼 수 있다.

나눔에 대한 책은 우리에게 늘 삶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우울한 사건들이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하는 이 세상에서도, 아직은 이 세상에 살만하다고 토닥거려준다. 일방통행 도로처럼 앞만 보고 달리던 우리들에게 옆도 보고 함께 손도 잡으며 걸어가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차가운 바람에 움츠러드는 요즘, 서울도서관에 들러 나눔에 대한 책 한권 빌려보면 어떨까. 

<관련 글>

12월 1일, 서울도서관 나눔문화컬렉션 개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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