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의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보호종료청년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업유지 및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자립준비를 위한 역량강화 및 지지체계가 만들어지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2021년에는 ‘나들목바하밥집 리커버리센터’(이하 리커버리센터)와 협력사업으로 40명의 장학생을 지원하였습니다. 장학생들은 선배 장학생인 길잡이와 함께 작은변화프로젝트 팀을 구성하여 팀 활동을 진행합니다. 올해 6개 팀 중에서 ‘나눔팀’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 귀 기울이고 싶은 이야기

2021년 ‘작은변화프로젝트’ 나눔팀 활동 인터뷰- 휘○, 유○, 다○, 효○

[작은변화프로젝트 '나눔팀' 구성원들

[작은변화프로젝트 ‘나눔팀’ 구성원들]

2021년 ‘작은변화프로젝트’ 나눔팀. 올해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으로 선발된 장학생 6명과 길잡이(선배 장학생) 4명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뭉쳤다. 그간 어떤 나눔 활동을 했고 그 활동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눔팀장 휘○(길잡이), 나눔팀원 유○(장학생), 다○(장학생), 효○(길잡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어요? 또 만나고 싶어요!

요즘 ‘잃어버린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자라는 현 아동, 청소년을 일컫는 말이다. 세계적 감염재난이 길어지며 아이들이 잃은 게 많다. 올봄 국내 한 아동기관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대규모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아이들이 코로나19 이후 “친구를 못 만나게 돼서 가장 힘들다”고 꼽았다. 어른한테도 사회적 관계의 단절은 큰 상실을 의미하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나들이 날 아침 일찍 전철에서 (그룹홈) 아이들을 만났어요. 처음 만나서인지 아이들이 굉장히 낯설어하더라고요.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다니는데 처음이야 어색했죠. 그런데 저녁이 되어 헤어질 무렵, 아이들이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어요?’라고 묻는 거예요. 딱 하루 짧은 시간밖에 같이 보내지 못했는데, 저흰 놀이동산 가서, 손잡고 놀이기구 타고 싶다고 하면 같이 타고. 하는 게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또 만나서 놀고 싶다고 또 만나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지금도 그 말이 많이 생각나요.” (휘○, 유○님)

2021년 ‘작은변화프로젝트’ 나눔팀, 마음을 모으다

올 초봄에 팀을 결성하고 팀장과 팀원 마음을 합친 나눔팀. 전공도 성격도 각자 다 다르지만 단합이 잘 된다. 나눔팀장 휘○님이 2020년에 참여한 ‘찾아가는 작은변화 서포터즈팀’(아동양육시설에서 사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봉사) 활동을 바탕으로 하여 의견을 내자, 팀원들이 그러자고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다. 올해도 후배들과 교류하기로 정했다. 그런데 계속된 코로나19 위기로 활동 여건이 여의치 않았다. 아동양육시설이나 그룹홈(공동생활아동)에서 거주하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감염 우려로 인해 내·외부인 출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라서 애초에 만남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힘을 다해 지혜를 짜냈다. 다행히 어린이날이 있는 5월(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을 앞두고 확진자가 감소하면서 그룹홈에 거주하는 아동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효○님은 교류 활동을 제안해 볼만 한 그룹홈 조사에 나섰고, 장학생 팀원 둘은 전화번호를 찾아 그룹홈 한 곳 한 곳에 부지런히 전화를 돌렸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도 되느냐고 묻자, 몇몇 그룹홈에서 “아이들이 집에만 있어서 너무 답답해한다”며 긍정적인 회신이 왔다.

긴 기다림 끝에 두근두근 나들이 날

드디어 5월 1일 토요일. 석 달간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두근두근 나들이 날이 다가왔다. 각기 다른 그룹홈 세 곳에서 온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이들 10명, ‘작은변화프로젝트’ 나눔팀 8명 이렇게 총 18명이 모였다.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 세심하게 계획을 세웠다. 미리 나눔팀 참가자 전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 증명서를 그룹홈 측에 제출했고, 이동할 때 한꺼번에 몰려다니지 않도록 나눔팀원 1명 당 아동 2명으로 조를 짰다. 그런데 당일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모처럼 만났으니 활짝 갠 날이라면 좋으련만 하늘이 좀 야속하다.

“아무래도 코로나 시기니까 탁 트이고 넓은 공원에 가려고 했는데, 하필 비가 오는 거예요. 급하게 실내 놀이동산으로 행선지를 변경하게 됐죠. 그런데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신나는 모습을 보니까 기쁘고 뜻깊은 활동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휘○님)

[환상의 나라에서 쉘 위 더 댄스 : 나눔팀원이 찍은 사진]

[환상의 나라에서 쉘 위 더 댄스 : 나눔팀원이 찍은 사진]

그러니까 만나서 희망을 주고 싶어요

회전목마, 후룸라이드, 롤러코스터…….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 서 있었을 때 아이들이 회오리 감자나 핫바를 먹어도 되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휘○님은 가슴이 찡해서 얼른 그러자고 답했다. 간식을 나눠 먹고 예산에 맞춰 조별로 점심도 먹으며 아이들과 짬짬이 대화했다. 나눔팀 마음속에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차고 넘치도록 많다.

“저 역시 그랬지만 (어쩔 수 없이) 눈치 보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따로 자기 꿈이 있는데, 아주 어릴 때부터 빨리 취업해라, 어서 기술 배우라고 말을 많이 듣죠. 물론 그 말도 옳지만, 아이들이 유년기 때 꿈이 많잖아요. 이게 안 되는 게 아닌데 해볼 수 있는 건데……. (시설에서 자란다고 해서) 미리 꿈을 포기하는 건 마음이 참 아파요.” (휘○님)

연기를 공부하는 휘○님. 휘○님은 “저는 제 꿈을 찾으려고 했고 지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만나서 희망을 주고 싶어요.”라 힘주어 말한다. 자신의 인생 방향을 두고 진지하게 씨름한 고뇌의 깊이를 헤아려볼 수 있을 듯하다. 풍부한 감성과 논리적 사고방식 이면에 타고난 재능과 꿈을 좇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한테 힘이 될 정보를 알려주고 싶어요

“저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조를 짜서 그런지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고민이 있냐고 진로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도 보고, 그룹홈을 나와 자취할 땐 공공임대를 빨리 알아보라고 조언해줬어요. 실질적인 부분이 중요하거든요. 전 애들 만날 때마다 정보를 알려주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도움 받을 창구, 솔직히 그런 게 우리한테 힘이 되거든요.” (다○님)

명석한 인상의 다○님. 고등학교를 마치고 시설을 나와 자립할 때 정보가 없어서 고생했다. 요즘이야 당시보다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편이긴 하지만, 열여덟 살에 누구든지 정보를 척척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장학금 정보, 진로정보, 주거정보 등 알아야 할 정보가 하도 많아서 벅찰 때, 인생 선배가 차근차근 일대일로 가르쳐주면 훨씬 나을 것이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후배들과 공유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열의에 차 설명하는 다○님. 그 모습 속에 사회복지학를 공부하는 장래 전문조력가로서 면모가 뚜렷하다.

따뜻한 눈빛으로 그저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어요

“저는 초등학생, 중학교 1학년생과 한 조였거든요. 아이들이 어려서 생활정보나 진로 이야기는 애매해서, 그냥 평상시 대화처럼 잘 지내느냐고, 밥 잘 먹냐고. 그저 들어주고 싶다고 해야 할까요? ‘나는 너한테 관심이 있고 그냥 너 얘기를 나한테 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고. 별일이 아닌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요. 왜,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가까운 사람한테는 말 못하고, 모르는 사람한테 슬쩍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그런 순간이.” (유○님)

앞으로 또 후배들을 만날 기회가 된다면, 유○님은 하찮아 보이고 사소한 이야기 하나라도 허투루 흘려듣지 않고 공들여 듣고 있다가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공감의 신비롭고 강력한 힘을 훤히 아는 간호학도 유○님.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며 그저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 이런 바람을 나지막하게 말하자, 나눔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애쓰면서 열심히 사는 후배들을 인정해주고 싶고

나들이 전날, 나눔팀은 함께 명동에 나갔다. 아이들을 만나면 줄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서인데 요즘 아이들한테 인기 있는 캐릭터 인형을 골라 하나하나 정성껏 포장했다. 젤리, 초콜릿, 감자칩과 같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도 챙겼다. 유통기한이 넉넉히 남아 있는지 꼼꼼히 살펴봤다. 혹시나 아껴 뒀다가 그만 상해서 못 먹을까 봐 염려스러워서였다. 헤어질 때 ‘우리를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는 뜻으로 선물했다. 아이들이 뛸 듯 기뻐했다.

“전에는 봉사활동하는 분들이 “도리어 내가 많이 받고 간다.”고 그런 소리를 하면 무슨 말이지 했거든요. 근데 경험해보니 진짜 그래요. 저희가 따뜻함을 받아요. 예전에 저희가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내왔지 안쓰럽기도 하고, 또 아이들을 보니 애쓰면서 열심히 살아가는구나 싶지요.” (다○님)

다○님이 말을 마치자, 휘○님과 효○님은 “나눔 활동은 따뜻한 느낌이죠……. 따스한 온기를 느끼면서 추억을 쌓고 유대감을 느꼈어요. 사람 사는 느낌, 정겨운 느낌이요.”라 덧붙인다. 유희님은 “제가 어렸을 때 비추어 생각해보면, 사람은 추억이 될 만한 일을 발판 삼아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나간 나날의 자신처럼 지금 하루하루 버티며 노력하는 후배들을 인정해주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감을 확인하고 맛보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나눔팀이다.

[5월 나눔활동을 마치고 찍은 사진]

[5월 나눔활동을 마치고 찍은 사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추억을 많이 만들고

놀이동산에 다녀온 뒤, 그룹홈 아동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여름에 코로나 확산 추세가 되면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탓에 나눔팀이 그 열정과 뜻을 활짝 펼치기 힘겨운 상황이 계속됐다. 대면 만남을 못하다 보니 아이들과 연락도 차츰 뜸해졌다. 코로나19 정국 속에 사실 팀원끼리도 자주 만나지 못했다. 카카오톡 등을 통해 비교적 활발히 소통하는 편이지만, 팀원들도 감염 걱정에 시달리며 ‘혼공(혼자공부)’ 하기, 외로움 견디기가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그래도 앞으로 감염재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해보고 싶은 활동이 많다.

생명공학과 의학을 공부한 인재 효○님.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로 자질구레한 일을 솔선수범한 나눔팀의 숨은 일꾼이다. 그런데 급한 일이 생겨 코로나 검사를 받지 못해서, 정작 나들이에는 함께 하지 못했다. 효○님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세워둔 향후 계획을 찬찬히 들려줬다.

“시설을 찾아가서 레크레이션도 하고 아이들 시선에 맞춰서 TV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에서 나오는 것 같은 게임도 하면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고요. 그렇게 해서 인연이 닿으면 후배들 멘토링(인생 길잡이)을 해보고 싶어요. (부모님이 계셔도) 어차피 인생은 다 혼자 살아가는 것인데, 우리는 좀 남들보다 시기가 빨리 온 것 뿐이라고, 그러니까 스스로 마음의 힘을 기르자고,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효○님)

여전히 버거운 시간을 지나고 있지만

그야말로 유례 없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는 모두 여전히 버거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겪을 수밖에 없고, 더욱이 감염재난으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힘든 처지에 놓인 분들도 많다. 나눔팀은 이런 상황으로 인해 그룹홈과 아동양육시설의 후배들을 비롯해 더 힘들고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누군가가 소외되거나 마음의 응어리를 갖게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효○님은 나눔팀 인터뷰 글을 읽을 미지의 독자께 응원의 인사를 전했다.

“여러 가지로 힘에 부치는 상황 속에 계시면서도 저희를 염려해주시는 분들께서 나눔팀 활동을 보시고서, ‘그래도 재밌게 살고 있구나!’ 하시면 좋겠어요. 조금이나마 기운 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견 없이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글 : 조승미 작가
사진 : 최지은 간사 (변화확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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