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및 시민모임의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2021년 사업 뒷이야기를 담습니다. 오늘 소개할 단체는 공익재정연구소입니다. 공익재정연구소는 2021년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를 통해 ‘비리잡는 세금판다 구독자에서 활동가’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세금 감시라 하면, 단체 활동가를 많이 생각하는데, 활동가가 아닌 지역에 관심있는 시민들이 7개 권역에서 207명이 참여해 활동했는데요. 참여하여 같이 배우고, 공통의제를 파고 들어 대응하는 등 구독자가 활동가가 되는 시민사회 활동력 강화에 기여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지역구, 시·도의 예산을 짤 권리는 공무원에게 있지만, 이를 감시할 권리는 시민에게 있다. 하지만 이를 감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40년 가까운 세월, 지자체의 예산을 감시하며 세금을 허투루 써온 고위공무원을 재판장에 세운 공익재정연구소 이상석 소장은 동네 예산을 볼 줄 아는 시민이 늘어나길 기대하며 예산감시 운동가를 양성하고 있다.

공익재정연구소 이상석 소장

공익재정연구소 이상석 소장

어디든 달려가는 홍반장에서 세금 잡는 판다로

예산감시에 대해 알려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 교통비와 숙박비만 받고 달려가 강의를 했다는 이상석 소장. 퇴근 후고, 주말이고, 1박 2일이고 마다하지 않고 강연을 해왔다. 와서 가르쳐달라는 곳은 많은데,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어 시작한 것이 바로 2019년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로 운영한 ‘비리잡는 세금판다’ 유튜브 채널이다.

판다 모자를 쓴 이상석 소장이 일반 시민들에게 낯선 지방정부 예산의 종류, 예산 편성, 예산서 용어 등을 알려준다. 이렇게 예산을 들여 세금으로 사용되는 지역축제, 사회단체 보조금, 고위공무원의 관용차와 업무추진비, 해외연수 등을 예시로 예산 지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유튜브가 시작되자 구독자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댓글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15분이라는 짧은 영상 안에 예산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준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고 봐요. 그동안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예산 교육 영상은 있었어도 예산 감시자들을 입장에서 예산을 설명해주는 유튜브는 없었거든요. ‘비리잡는 세금판다’ 유튜브는 예산감시에 대한 변화의 시작이었다고 봅니다.”

시민들에게 동기 부여가 된 ‘비리잡는 세금판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예산감시에 대해 알려달라는 연락이 전국에서 쇄도했다. 공무원들이 친인척인 인구 1만 8,000명의 작은 도시에서도 동네 예산을 감시해보겠다고 5가구가 모여 연락을 해오기도 하고,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군사 접견지역에서도 지자체 예산을 감시해보겠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

이렇게 유튜브를 보고 예산감시 활동에 나서고 싶다고 밝힌 이들은 207명. 대부분 1인 활동가이거나 시민들이다. 가까운 곳에서 모여 활동할 수 있도록 8개 권역별로 예산학교를 운영했다. 강원, 경기 북부, 충청, 전북, 광주·전남, 부산, 경남, 경북. 이상석 소장은 지자체에서 실제 사용한 영수증을 정보공개로 청구하는 것부터 사용 내역을 맞춰보고 분석하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주었다.

예산학교를 수료한 시민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예산감시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는 것. 한 참가자는 “예산감시에 대한 갈망은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차에 강연을 들으면서 소위 정치인, 언론인, 시민단체, 공무원, 대기업이 서로 짬짜미가 되는 비리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예산감시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참가자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무관심에서 벗어나 시민으로서 감시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로 때로는 같이, 때로는 독자적으로

이상석 소장은 시민들이 예산을 배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감시활동에 적용해볼 수 있도록 예산문제 대응 공동 플랫폼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재난지원금’을 공통 의제로 감시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재난지원금에 대한 운영방식이 천차만별이었던 데다 권역별로 관심의 정도가 다르고, 배운 것을 활용하는 개인차도 매우 크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한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이상석 소장은 권역별 예산감시 주제를 새로 정하고,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재량을 두었다. 완주의 신흥계곡 정상화, 고창의 육계공장 설립, 예산의 짚라인 설치, 홍성의 버스 공영제와 같은 의제들이 대상이 되었다. ‘동네 문제는 동네에서 해결한다’는 이상석 소장의 철학이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였다.

“시민들은 살기 팍팍한데 지자체의 살림살이는 늘고 있어요.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낭비하기도 하고요. 나를 위한 동네는 없어요. 내가 만들지 않은 국가는 허위죠. 내가 나서서 예산을 잘 쓰고 있는지 감시해야 해요. 예산을 왜 그렇게 쓰는지, 그렇게 쓰는 게 맞는 것인지, 이런 것은 왜 예산을 안 짜는지 우리 동네부터 요구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있어야 합니다.”

예산감시에 대한 문턱이 더 낮아지도록

아무리 교육을 하고, 실제 감시활동을 시작해보아도 지자체의 예산을 분석하고, 문제 제기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찾아가는 예산학교’도 멈춰야 했던 지난 2년간 이상석 소장은 유튜브와 온라인으로 시민들과 더 자주 소통해야 했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온라인 툴이 서툴러 한계에 자주 부딪혔다. 처음에 의지를 가지고 공부를 했던 40명이었던 참가자들이 12~13명으로 줄어드는 권역도 있었다.

어느덧 은퇴를 앞둔 나이에 접어든 이상석 소장은 예산감시 활동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예전에도 고위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를 감시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존재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본업이 따로 있다 보니 오래 가지 못했다. 특히 지방은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인맥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문제를 제기하거나 고발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상석 소장은 자신과 같은 감시자가 많아져야 지방예산이 바로 선다고 믿는다. 예산감시 운동가들이 곳곳에서 활동하며 예산감시 활동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야길 기대하고 있다. 예산감시가 공익활동가들만의 영역이 아닌, 시민들의 영역으로서 말이다.

 

공익재정연구소 이상석 소장의 한마디

“동네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뀝니다. 우리 동네가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합니다.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결국 동네가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아요. 예산을 알면 정책이 보이고, 정책이 보이면 세상이 보입니다. 우리 동네 예산을 알아야 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상석 소장의 작은변화 "내 지역 예산 내가 지킨다. 전국의 비리잡는 세금판다들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로 모여 지역예산 지킴이가 되다. 시민이 함께 지역 예산, 지역에서 감시해요."

이상석 소장의 작은변화 “내 지역 예산 내가 지킨다. 전국의 비리잡는 세금판다들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로 모여 지역예산 지킴이가 되다. 시민이 함께 지역 예산, 지역에서 감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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