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사랑하는 딸, 아프지 않아서 고마운

2005년 3월 5일 620g 으로 태어난 김주희 엄마의 편지

ⓒ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아파도 사랑하는 딸 주희가 엄마에게 온지 24주…이른 저녁부터 엄마 배가 아팠다 괜찮아졌다를 반복했지. 그때만해도 그게 주희가 나오려는 신호라는 걸 전혀 알지 못한채 엄마는 이상하다고만 생각하고 너무 배가 아파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병원엘 갔었단다. “진통인 것 같은데요…”라는 선생님의 말과 함께 시작된 응급상황,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주희가 엄마 뱃속에 더 있도록하는 약을 맞으며 하루를 겨우 버텼나…의사선생님 말이 뱃속에서 하루가 나와서 일주일보다 더 중요하다며 잘 버텨야 한다고 얘기했지만…엄마는 너무 힘들고 겁이나서 차라리..라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우리 주희가 예정일을 4개월이나 남기고 0.62kg…초극소 저체중의 이른 둥이로 이세상에 나와버렸단다. 의사선생님은 99.9%로 잘못 될 것이며, 하루가 고비고 3일이 고비고 일주일이 고비라고 얘기주었는데, 주희는 하루가 지나도 3일이 지나도 일주일이 지나도 잘 견뎌주었지. 주희가 너무 일찍 나와 당황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엄마도 조금씩 희망을 키워가고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아마도 장애가 남을꺼예요…복지가 점점 좋아지니까…”라고 말씀하는 순간 엄마는 비겁하게도 그럼 차라리…라는 생각을 했었지. 우리 딸이 정말 목숨을 걸고 1초 1초를 버티고 있는 동안 엄마는 바보 같이 그런 생각 밖에 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미안해.

 

엄마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은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고 태어난지 5달이 되어서야 엄마 곁으로 올 수 있었던 우리 딸, 집에 와서도 숨쉬는 것, 먹는 것조차 힘들어하기를 두달…이젠 괞찮아지겠지라는 희망을 가질 때쯤 병원에서 주희가 빨리 태어나서 가진 후유증들을 알려주기 시작했어. 집에만 오면 모든 것이 괜찮을꺼라고 믿었던 엄마는 조금씩 조금씩 가슴이 타들어 갔어. 그렇게 많은 아픔과 고난을 이겨냈으면 우리 주희도 다른 아이들처럼 행복해질 권리가 있을줄 알았는데, 어떡해…엄마 딸 불쌍하고 가여워서 어떡하지…순간순간 흘리는 눈물만큼 엄마는 더 단단해져 갔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지. 돌이 지나도록 뒤집기를 못해 엄마는 마음을 졸였고 아…안돼나보다라고 엄마가 단념할 때쯤 뒤집기를 했지. 평생 죽을 먹어야 할 줄 알았는데 몇번의 밥 먹기 시도와 병원 입원을 되풀이…3돌이 지나자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엄마 아빠라는 말만이라도 할 수 있었으며 했는데…4돌이 지나자 아빠라고 말을 했지. 아빠를 보고 부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고 그래도 엄마가 얼마나 행복하지 우리 주희는 알까?

 

다른 사람들은 주희를 보며 “엄마가 많이 힘들겠네…” 그런 말을 한단다.그러면 엄마는 이렇게 얘기하지 “자식 키우면서 안힘든 사람 어디 있나요?”라고…그렇게 얘길해도 이해하지 못해서 속상할 때가 있어. 더군다나 엄마가 주희 키우면서 우리 딸이 미운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면 더욱 믿질않지. 하지만 정말 엄마는 주희를 키우면서 힘든적은 있지만 미운적은 정말 정말 단한번도 없었는 걸. 여기저기 병원에 치료 다니고, 주희가 잘 먹질 못해서 한끼를 몇시간씩 먹이고, 또 편히 자지 못하고 잠투정하면 안아서, 업어서 재우느라 힘들었지만 여기 저기 아파서 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하는 주희가, 맛있는 음식 잘 먹지 못하는 주희가, 푹 자지 못하는 주희가 더 안타깝고 마음 아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즐겁게 치료받고, 여러 가지를 먹게 되고, 또 푹 자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리 주희 웃음도 많이 늘었고 엄마도 그만큼 더 행복해졌지. 누군가가 이렇게 얘기해 “얘가 이래서 어떡하냐고…?”그럼 엄마는 또 이렇게 얘기하지.”괜찮아요. 틀림없이 잘 못될꺼라고 한 우리딸 이렇게 살아 엄마 곁에 있는 것도 기적이고 감사할 일인데…이렇게 더이상 아프지 않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누구를 질투하지도 시기하지도 않는 천사같은 딸이고 엄마 애기라고…”

 

엄마는 주희를 낳고 키우면서 자녀가 부모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게 되었어. 건강하고 예쁘고 그래서 소중한게 아니라 어떠한 모습이던지 엄마 딸이기에 소중한 거라는 걸. 그리고 주희로 인해 작고 사소한 것도 소중하고 또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단다. 주희가 병원에 입원해 있지 않아서 날씨 좋은 날엔 소풍도 가고, 걷지 못하지만 더운 여름이면 수영장에 가서 물놀이도 하고, 잘 보이지 않아도 박물관에 가서 이것 저것 만져보고. 이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게 있어서 감사하고 또 행복하단다. 주희가 말로는 표현 못하지만 주희도 행복하다는 걸 엄마는 느낀단다. 이렇게 행복한 주희를 두고 가끔 엄마는 엄마 욕심에 눈물 흘리고 마음 아파하기도 하지만 주희가 정말 행복하기만 하다면 엄마도 행복해.

 

올해 드디어 주희가 엄마 품에서 떨어져 복지관엘 가게 되었지. 한번도 떨어져 있어본 적이 없는 우리 딸 걱정에 엄마는 가슴이 조마조마 했는데 한달도 안되서 복지관에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또 수업활동도 좋아한다는 선생님들 얘기에 엄마는 또한번 주희가 대견하고 감사했지. 다른 사람이 먹여주는 밥도 먹고 선생님 품에 안겨서 잠도 자고 친구들과 함께 수업도 받으며 엄마 생각 보다 많은 것을 알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딸…이런 딸을 엄마가 잘못된 생각으로 놓아 버렸다면….엄마는 아마 죄책감에 더 많은 것을 잃고 불행했을지도 모르지.하지만 지금 주희가 엄마 곁에 있고 또 주희로 인해 엄마가 충분히 행복하다는 걸, 그리고 주희를 위해 해줘야 할 것이 너무너무 많아 엄마는 더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알지?

 

엄마는 항상 기도해…이렇게 제발 더이상 아프지만 말고 함께 하게 해달라고…그리고 엄마는 20년 후쯤 우리 주희랑 예쁜 시골 집에서 봄이면 예쁜 꽃이랑 나무 키우면서 흙놀이도 하고, 여름이면 주희 좋아하는 물놀이도 하고, 가을이면 노래부르며 산책도하고, 겨울이면…이런 상상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단다. 우리 주희는 그렇게 아프고 힘든 것을 다 견뎌냈는데 엄마도 주희 키우면서 힘든 거 다 이겨내고 주희가 좋아하는 것들 많이많이 해주면서 살고싶어. 주희 엄마니까. 아파서 더욱 더 사랑해 주희야.

아프지 않아서 고마운 딸

“엄마….언니는 왜 아파?” “응 엄마 뱃속에서 너무 일찍 나와서 그렇지” “그런데 언니는 못놀아?” 라며 언니가 소은이랑 같이 노래도 못 부르고, 소꿉놀이도 못하고, 같이 달리기도 못해서 너무 속상해 하는 우리 작은 딸. 가끔은 언니를 더 많이 안아주고 언니를 더 다정히 부른다고 질투하는 우리 작은 딸. 아직은 어려서 얘기해 주지 못했지만, 언니가 없었다면 아마도 소은이가 언니처럼 많이 아팠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엄마 마음 속에 담아 두었지. 언니가 엄마 뱃속에서 빨리 나오려고 했을 때 엄마는 너무 몰라서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나왔으면…했지. 하지만 소은이가 7달도 채 못되어서 엄마 뱃속에 나오려고 했을 때 엄마는 주희언니처럼 소은이가 아플까봐 엄마가 어떻게 되더라도 소은이를 지켜주고 싶었고. 다행히 소은이는 엄마 뱃속에서 한달 반 정도를 더 있다가 조금 빨리 나오긴했지만 건강하게 태났단다…감사하게도.

 

소은이가 엄마에게 온 걸 알고 주희 언니를 조산하고 설마 이런 일이 또 생길까?라는 생각과 또 빨리 태어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불안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어. 만 7개월이 되어갈 쯤 우연히 들른 병원에서 애기가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길 듣고는 어떻게해서든 지키겠다고 제발 도와 달라고 기도하며 병원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어. 엄마는 소은이가 혹시 나올까봐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누워서만 생활해야 했고 주희 언니는 엄마 없이 할머니 할아버니와 지내게 되었지. 그렇게 한달 반쯤 지나서 소은이가 또 나오려는 신호를 보냈어. 엄마는 소은이가 엄마 뱃속에 더있기를 원했지만 의사 선생님께선 이젠 나와도 괜찮을꺼라고 하셨고 그렇게 소은이가 엄마와 만나게 되었어. 한달 반을 엄마와 함께 견뎌준 소은이가 고맙고 대견하고…엄마가 소은이한테 정말 잘 해야지…했는데

 

하지만 언니와 소은이를 키우면서 엄마는 매일 바쁘고 힘들어서 사실 소은이한테 고마운 마음을 조금씩 잊어갔어. 하지만 언니보다 빨리 백일쯤 소은이가 뒤집기를 했을 때 엄마는 얼마나 감동했는지 몰라. 그리고 뒤집고 앉고 걷고…엄마라고 엄마를 불러줄 때마다 행복했지. 그렇게 4년이 지나 지금은 엄마를 도와주기도 하고 어린이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얘기도 해주고 엄마가 잘못하면 잔소리도 하면서 그렇게 예쁘게 자라주었어. 그러면서 엄마는 소은이가 아프지 않고 잘 자라준 것이 감사할 뿐이고 소은이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사실 지금도 한번씩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소은이가 너무 의젓해서 엄마는 가끔 소은이가 다 큰 것 같아. 그렇다고 많은 걸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이 엄마 잘못이란 걸 알고 있지만 소은이는 너무 잘하고 있고 또 잘할꺼라고 믿어. 그리고 엄마는 소은이가 언니처럼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에 감사하고 뭐든 열심이하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주었으면 좋겠어. 주희 언니로 인해 불편한 점이 많이 있겠지만 우리는 한 가족이고 제일 불편한 사람은 주희 언니일꺼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길 바래. 그리구 불편한 것과 불행한 것은 다르다는 것을 우리 가족은 불편한 부분은 있지만 행복하다는 것을 소은이도 느끼고 있을꺼라 믿어. 엄마는 소은이가 그런 소중한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할꺼구 우리 가족의 행복한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께.

 

엄마의 사랑은 하나여서 주희와 소은이한테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아파서 더 사랑하는 큰 딸과 아프지 않아서 더 사랑하는 작은 딸 그렇게 두개인가봐.

딸들아…엄마가 너무너무 사랑해!

 

 

– 다솜이 작은 숨결 살리기 이른둥이 수기집 2010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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