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토요일. 도봉산엔 봄 기운을 흠뻑 받으려는 사람들로 왁자지껄합니다. 도봉산 한켠에 위치한 도봉숲속마을. 그곳에선 봄 기운 가득 담은 특별한 캠프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벌써 4번째 맞는 특별한 캠프는 <이른둥이 가족캠프>입니다. 세상을 일찍 노크한 이른둥이 가족들의 치유와 만남을 위해 이어지고 있는 캠프. 가장 햇살 좋은 5월에 열리는 이른둥이 가족캠프는 2012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캠프 등록 시간은 11시30분부터인데, 11시가 넘자 입구에서부터 왁자지껄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까르르, 웃어젖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가족들. 얼굴에선 하나 같이 밝은 웃음이 보입니다.  

 

ⓒ 아름다운재단

  캠프 장소 입구에는 벌써 4년째 이른둥이 가족캠프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시는 <청소년과놀이문화연구소>의 스텝들이 환한 얼굴로 가족들을 맞이합니다. 한두번 참여한 적이 있는 가족들은 서로 눈짓으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처음 캠프에 참여한 가족은 조금 쑥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그래도 1년에 한번, 이렇게 가족들이 함께 모여 캠프를 즐길 수 있는 일이 어디 쉬운가요. 어색함을 무릎쓰고 환하게 웃어보이는 이른둥이 부모님들의 모습이 참 좋아보입니다.  

 

환한 웃음으로 이른둥이 가족들을 맞이하는 <청소년과놀이문화연구소> 스텝들. ⓒ 아름다운재단

  추첨으로 선정된 이른둥이 가족들은 모두 25가족. 매년 한두가정씩 사정이 생겨 참석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올해는 25가족 모두 100%참석입니다. 이번 캠프 참여신청은 특히 경쟁율이 높았는데, 그래서일까요? 캠프에 참가한 이른둥이 부모님들의 표정이 유독 열의에 차 보입니다. 숙소배정과 점심식사를 마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드디어 캠프 시작입니다.    

이른둥이 가족캠프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 “모두들 만나서 반가워요!!” ⓒ 아름다운재단

 

 

오랜만에 아주 실컷 웃어보네요. ⓒ 아름다운재단

 

 

이른둥이 가족 캠프에 오니, 친구들도 많고 엄마, 아빠도 밝은 표정이어서 기뻐요. ⓒ 아름다운재단

 

강당에 모였습니다. 작년 이른둥이 가족캠프에 참여했던 가족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스텝들과 한 자리에 둘러앉아 서로 인사를 하고 긴장을 푸는 시간을 가집니다. 간질간질, 장난도 치고 어깨도 주무르고 나니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네요. 긴장을 풀고 난 뒤, 제일 처음으로 맞이한 시간은 ‘가족놀이 한마당’. 한쪽에선 멋진 연주도 하고, 물놀이에 축구까지. 다양한 놀이마당이 펼쳐졌습니다.    

“이얏, 내 물총을 받아랏~!” 신난 아이들.ⓒ 아름다운재단

   

이런 날엔 축구가 제격. 땀이 흐르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을 좇아 신난게 뛰어봅니다. ⓒ 아름다운재단

   

이른둥이캠프는 매년 와도 참 즐겁답니다. ⓒ 아름다운재단

 

“메롱!” 혀를 내밀고 살짝 약도 올려봅니다. ⓒ 아름다운재단

   

신나는 요리시간. 썰고 볶고 지지고 새로운 경험에 신난 아이들. ⓒ 아름다운재단

  한참을 뛰어놀고 난 아이들이 강당에 모였습니다. 이번엔 한판 연주를 해 볼 차례입니다. 각종 타악기를 통해 나를 표현해보는 시간. 쿵쿵, 쿵쿵쿵. 쿵쿵쿵쿵. 쿵쿵쿵. 강사 선생님의 리드에 따라 온 가족들이 각자 악기를 두드립니다. 처음 만져보고 해 보는 악기이지만, 금방 적응하는 이른둥이 가족들. 처음 악기를 잡을 땐 어색함에 멋적게 웃던 아빠도, 기운 없어 보이던 엄마도 두드리는 악기에 빠져 온 힘을 다해 두드려 봅니다. 쿵쿵, 울리는 소리가 온 강당을 쩌렁쩌렁 울립니다. 오늘만큼은 모두 ‘최고의 드러머’입니다.    

각종 타악기들의 집합소. 다룰 줄 모르던 악기지만, 쿵쿵 리듬에 맞춰 두드려봅니다. 오늘만큼은 내가 최고의 드러머 ⓒ 아름다운재단

  멋진 연주가 끝난 다음, 부모님들은 부모님들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른둥이를 치료하느라, 치료비를 벌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눈빛 한 번 맞추기 힘든 이른둥이 부모님들.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런 이른둥이 부모님들이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위해 ‘나 대화법’을 통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의 소장님 부부의 인생이 담긴 훈훈한 이야기와 함께 말이죠.   ‘나’를 통한 대화법은 처음엔 어렵게 느껴집니다. “너 왜그래?”가 아니라, “나의 마음은 이래”라고 나를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대화방식. 이렇게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덧 서로간의 오해는 풀리고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다고 하네요. 소장님의 안내에 따라 처음 말을 배우듯 어린아이처럼 대화를 시작한 부부들. 처음엔 어색함에 웃음도 나지만 곧 서로간의 깊은 대화에 빠져들어 갑니다.  

“부부의 관계가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른둥이 치료로 바쁘고 힘들게 살아온 이른둥이 부모님들을 위한 시간. ⓒ 아름다운재단

 

 

 

‘나 대화법’으로 함께 이야기해요. 이렇게 얼굴을 마주보며 웃어 본 것이 언제인가요,이야기를 나눠본 것이 언제였나요? ⓒ 아름다운재단

 

저녁식사를 마치고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 한판 신나게 놀아보려 합니다. 이번에 가족들을 기다리는 것은 단신대놀이. 커다란 천을 꼬았다 풀었다. 그저 한쪽 방향으로 흥겹게 뛰었을 뿐인데, 기다란 천들이 신가한 마술을 보여줍니다. 한마음이 되어 한방향으로 돌다보니 멋진 작품이 완성됩니다. 이 시간만큼은 무겁기만 하던 휠체어도, 조금은 불편했던 다리도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신나게 뛰고 움직이며 큰 천을 꼬고 풀어봅니다. 우리 이른둥이 가족들의 삶도 그럴 겁니다. 힘이 들수록, 힘을 모아. 어려울 수록 한 방향으로. 그렇게 향하다 보니 어느덧 더욱 끈끈한 정으로 맺어져 있는 가족들을 발견합니다.    

    한판 흥겨운 놀이가 끝나고, 모든 가족들이 촛불 앞에 섰습니다. 올 한해 우리 가족은 어떤 다짐으로 생활을 할까.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올 한해를 어떤 목표로 살아갈지 정해보았습니다. 사랑, 나눔, 용기, 희망. 이 4가지 중을 한가지씩 선택한 가족들. 가족들이 그 꿈을 가슴에 품고 촛불을 붙였습니다. 가족끼리 둘러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메시지도 가슴에 새기면서. 가족들의 촛불과 다짐, 꿈 같은 하루가 지나갑니다.  

사랑. 사랑은 물 같습니다. ⓒ 아름다운재단

   

우리 가족, 올 한해는 나눔으로 함께 해보자. 촛불 앞에서 가족들이 함께 다짐을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 아름다운재단

 

촛불 앞에서 한자리에 모인 이른둥이 가족들. ⓒ 아름다운재단

  둘째날 아침, 도봉숲속마을의 공기가 더욱 싱그럽게 느껴집니다. 가족들만의 특별한 사진촬영이 있는 날. 이른둥이를 치료하는데 바빠 이렇게 오붓하게 가족 사진을 찍어본게 언제인지 모릅니다. 백일사진도, 돌사진도 한장 챙기기 어려웠던 나날들. 오랜만에 환한 웃음으로 가족사진 촬영을 해봅니다. “김치~~”나 “치즈~~~”를 외치며 환하게 웃는 이른둥이 가족들. 사진 속엔 푸르른 5월의 싱그러움도 가득 담겨 있습니다.  

싱그러운 5월 햇살 아래서 가족사진 촬영 ⓒ 아름다운재단

  이번 캠프에선 특별한 나눔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바로 나눔경매입니다.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 내게는 작아져버린 옷, 더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 이런 것들을 모아 나눔경매와 벼룩시장을 진행했습니다. 100원부터 시작된 경매가는 금방 5천원이 되고 만원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소중한 금액은 또 다른 이른둥이를 위해 기부했습니다(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에 기부). 조금은 치열(?)하게 진행된 경매와 벼룩시장 수익금은 무려 138,650원. 나에겐 쓸모 없는 고물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선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 이른둥이 가족들은 소중한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적은 금액의 물건이지만, 꼼꼼하게 살펴보는 이른둥이 부모님. 수익금이 또 다른 이른둥이를 돕는다니 더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아름다운재단

   

더이상 쓰지 않는 유모차에서 자전거에 인형까지.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 다른 사람들에겐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 아름다운재단

 

나와 가족, 그리고 나눔을 배울 수 있었던 이른둥이 가족캠프. ⓒ 아름다운재단

     

안녕, 내년에 또 봐요. 정말 행복한 캠프였어요. ⓒ 아름다운재단

  여행이 주는 힘은 큽니다. 잠깐이라도 일상을 떠나 다른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 그 속에서 새롭게 나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겠죠. 특히 이른둥이 치료에, 경제적인 빠듯함에, 일상의 무게에 눌려 가족들이 함께 모일 시간조차 없던 이른둥이 가족들. 가족들에게 이 시간은 나와 가족을 새롭게 만날 수 있었떤 특별한 시간이었을 겁니다. 1박2일 짧다면 짧을 그 시간동안 이른둥이 가족들은 어떤 생각과 새로움을 얻었을까요? 그 작고 특별한 이야기들이 궁금합니다.    

 

 

 

 

<이른둥이 가족캠프>에 참여한 가족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클릭하세요!

 

 

행복과 사랑의 축복_유현, 유빈 이른둥이 엄마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캠프 (양태원 이른둥이 형)

채자매는 즐거워!(이채수 이른둥이 아빠)

 이른둥이 가족캠프를 다녀와서(김인규 이른둥이 아빠)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느보산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김진아 간사 함께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낙천주의자. 존 레넌의 연인이자, 전위예술가인 오노요코의 “혼자만 꾸는 꿈은 꿈일 뿐이며,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란 말을 좋아합니다. 이른둥이를 지원하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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