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켜야 할 미래

아름다운재단 1% 기부자 문영규

  “돈 벌어 부모님 봉양한다는 사람은 결국 돌아가시고 나서 제사밖에 못 지냅니다. 큰 효도하겠다고 나중을 기약해봤자 아무 것도 못하죠. 기부도 부모님 모시듯 해야 합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게 적더라도 그중에 일부를 떼어내어 당장 실천하는 게 중요해요.”   

 

아름다운재단 1% 기부자 문영규 님 ⓒ 아름다운재단

  ‘부모님 모시듯’. 이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다. 머릿속으로는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면서도 나눔을 실천하려면 먼저 내 형편부터 챙기는 게 인지상정인 즉. 조금 더 여유가 생겼을 때 하자고 봉사와 기부활동을 미뤄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눔에 대한 문영규 원장의 ‘지금, 당장’의 철학이 일침이 되는 것은 그래서다. 무수한 생명의 탄생을 지켜봤다. 그 신성한 기쁨과 감동의 순간을 산모와 가족들과 나누며, 과연 산부인과를 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간혹 안타까운 사례도 만났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든가 너무 일찍 태어나 엄마 품에 안기지도 못하고 인큐베이터 안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하는 이른둥이들이 그 같은 경우다. 눈앞의 고통을 외면할 순 없었다.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병원 식구들과 의논하던 중, 이른둥이 지원사업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방향성은 그의 평소 신념과 일치했다.   “아이들의 미래는 깁니다. 그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건 기성세대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미래에 대한 책무죠. 아픈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그 부모의 몫으로만 돌린다는 건 부당해요.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경제적으로 곤궁해집니다. 마음도 힘든데 몸까지 힘들어지는 거죠. 아이를 살리자고 병원비 때문에 집을 팔고, 아이를 돌봐야 하니 직장까지 그만 두고,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처럼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땐 사회가 나서서 도와야 해요.”   골프보다 재미난 취미생활   문영규 원장(포유문산부인과)은 업계에 소문난 괴짜 의사다.   산부인과 전문의지만 임산부들의 피부병도 고치고 요통도 치료해준다. 이른바 ‘만병통치 테이핑 요법’. 수많은 임산부들을 진료하며 문 원장은 그들이 호소하는 입덧과 요통 등 임신으로 촉발되는 다양한 통증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학문적인 호기심도 발동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고통을 외면할 수 없는 의사로서의 책임감이 더 컸다. 진료가 끝나도 문영규 원장의 진료실엔 불이 꺼지지 않는다. 골프보다 재밌다는 그의 ‘취미생활’이 시작되는 까닭. 스스로 ‘직업은 산부인과 의사요, 취미는 산부인과를 제외한 다른 진료과목 연구’라고 밝히는 문 원장은 그 독특한 취미생활을 영위하느라 늘 책과 씨름한다. 이론만 공부하는 건 아니다. 병원을 다른 의사에게 맡기고 중국에 가서 침술을 배워오기도 했을 정도다. 심지어 뇌성마비와 근이양증 치료에 빠져 3년 남짓 한의사와 물리치료사를 두고 재활의학과를 운영한 적도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대체의학 연구에만 투자했던 병원은 결국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지만, 그의 열정은 여전히 건재하다. 진료실 책상 한 구석엔 그가 개발한 치료용 테이프와 건강음료, 심지어 천연화장품까지, 꽤나 쏠쏠한 연구결과물들이 쌓여있다.  

ⓒ 아름다운재단

취미생활인 만큼 원하는 환자에 한해선 진료비도 안 받고 산부인과 진료과목 외의 병을 봐주기도 한다. 최근엔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던 임산부를 말끔히 치료해주었다는데, 그의 테이핑 요법이 입덧에 효과적이라는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온 임산부도 있다. 임신으로 야기되는 질환이라면 피부과든 정형외과 쪽이든, 웬만한 병은 다 망라할 수 있다는 문 원장. 핵심은 환자에 대한 관심과 에너지의 교감이다.   “절실한 마음으로 환자를 보면 이 사람이 어디가 불편한지, 왜 아픈지, 병의 원인이나 치료방법이 보입니다. 현대에 명의가 없는 이유는 기계의 힘을 빌려 환자를 보기 때문이에요. 물론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할 때도 있지만, 그 전에 먼저 환자와 교감하며 그의 에너지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가진 만큼 나누고 더불어 행복하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오후 모두 진료를 보고 당직도 불사한다. 산부인과의 특성상 한밤중에 호출을 받고 자다가 뛰어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 년 중 완벽하게 병원을 비우는 날은 설과 추석, 아버지 기일까지 딱 세 번 뿐. 골프를 끊은 이유도 병원 때문이었다. 언제든 호출이 오면 뛰어가야 하는데, 놀다가 판을 깨는 게 미안해서 아예 그만뒀단다.     “일도, 취미도 모두 환자 보는 거지만 다 제가 좋아서 하는 겁니다. 제 사주에 칼이 있다는데 수술하는 의사로선 타고난 거 같아요. 나이 육십이 되도록 안경도 안 쓰고 수술을 할 만큼 시력이 좋고, 아직도 우리 병원 내에선 제가 제일 손이 빠르거든요. 무엇보다 산부인과만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환자가 고통 중에도 기쁨과 설렘을 안고 와서 다시 웃는 얼굴로 새 생명을 안고 퇴원하는 병원이 산부인과 밖에 더 있습니까? 그 보람에 취해 밤낮없이 일해도 행복하죠.” 직업상 자꾸 아픈 사람들이 눈에 밟혔고, 이를 조금이라도 해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대체의학에도 빠져들고 기부도 시작했다. 지금 나의 평탄한 삶은 나만의 노력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이들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는 그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병원장을 그만두면 본격적으로 의료봉사를 할 계획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온 남다른 취미생활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다.   문영규 원장은 나눔을 미루는 이들에게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지금 바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고. 또한 미약한 시작에 대해 절대 부끄러워 말라고. 적게 가진 사람은 적게 나누면 되고, 많이 가진 사람은 많이 나누면 될 일이다. 가진 만큼 나누고 더불어 행복하기. 그가 생각하는 조화로운 사회는 그렇다.         

ⓒ 아름다운재단

 

 글 고우정 사진 정김신호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