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네 살’ 라임이에게 산타클로스가 찾아왔어요!

희망산타가 만난 배라율 이른둥이 이야기

배라율이른둥이가 다솜이희망산타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
배라율  이른둥이

 

겨울비가 촉촉이 땅을 적시던 12월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라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산타클로스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와 산타를 번갈아보던 라임이는 자신을 위한 깜짝 파티에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산타의 정체는 바로 아름다운재단 희망산타 자원봉사자들! 이른둥이 동생 라율이 때문에 조금은 외롭게 지냈을 라임이에게 가장 행복한 하루를 선물해주기 위해 썰매 택시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빨간색 주머니에 오직 라임이를 위한 선물을 가득 넣고서 말이다.  

 

배라율이른둥이, 배라임 자매와 다솜이희망산타가 모여 있습니다.
배라율  이른둥이, 배라임 자매와 다솜이희망산타

이른둥이 동생과 함께 신나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다! 올해 네 살인 라임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딸바보’ 아빠는 자신을 꼭 빼닮은 라임이를 위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줬고, 친척들은 첫 조카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쏟았다. 그러던 올해 7월, 이른둥이로 동생 라율이가 태어나자 혼자 독차지했던 애정과 관심이 조금 나눠가져야 한 것. 동생이 생겨서 누구보다 기쁜 라임이지만, 엄마아빠의 사랑을 빼앗긴 것 같아 가끔은 속이 상한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일 년 내내 기다렸던 산타클로스가 자신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동생을 많이 사랑해주고 예뻐해 주면 산타 할아버지가 오실 거라는 엄마의 약속은 거짓이 아니었다. 라임이는 오랜만에 얼굴 가득 활짝 미소를 지었다. “라임이가 집안의 첫 아이여서 어릴 때부터 예쁨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표현은 안 하지만 모든 관심을 동생에게 빼앗긴 뒤로 많이 속상해한 것 같아요. 가끔씩 제가 안 볼 때 자고 있는 동생 볼을 살짝 꼬집더라고요. 그래서 약속 하나를 했죠. 동생을 예뻐해 주고 사랑해주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실 거라고요. 

한여름부터 이 이야기를 했는데 라임이가 산타를 만나고 싶어서 그랬는지 동생을 많이 예뻐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조마조마했죠. 거짓말을 하게 될까 봐요. 그런데 아름다운재단에서 희망산타 연락이 온 거예요. 그제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드디어 아이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으니까요.” 라임이와 라율이 모두 엄마에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소중한 딸들이다. 하지만 너무 작게 태어난 라율이에게 시선이 더 많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동생에게 관심을 빼앗긴 라임이가 짠하면서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엄마는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아름다운재단 희망산타들이 고마운 것은 그래서다. 자신을 대신해 라임이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해준 희망산타들이 엄마에게는 진짜 산타보다 더 반가운 존재들이다.

“라임이가 겉보기엔 어리둥절한 표정이지만 속으로는 엄청 좋아하고 있는 거예요. 낯을 가리는 편이어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울어버리거든요. 게다가 평소엔 아무리 재미있어도 30분 이상 앉아있질 못하는데, 벌써 한 시간 동안 산타 분들과 잘 놀고 있잖아요. 사실 라율이가 퇴원해서 집에 온 뒤로 라임이가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지 못했는데 오늘이 저에게도 가장 행복한 날인 것 같아요.”  

 

라임이와 다솜이희망산타가 둘러앉아 즐겁게 놀이중입니다.

즐거운 놀이부터 아이 돌봄까지, 희망산타는 ‘만능 재주꾼’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방안에 들어서니 포근한 아기냄새와 함께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라율이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 7월 25일 엄마뱃속에서 30주를 넘기지 못하고 1.3kg으로 태어난 라율이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다가 9월 말 퇴원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호흡 곤란 증상은 거의 사라졌지만 청각에 이상증세가 있어서 세 번이나 재검을 받았다. 정밀검사를 해도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어서 내년 2월에 다시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그래서일까. 바로 옆에서 희망산타들과 언니 라임이가 왁자지껄 파티를 벌이는 와중에도 라율이는 쉬이 잠에서 깨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밥 먹을 시간이 되자 번쩍 눈을 뜨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가 분유를 타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희망산타 한 명이 라율이를 품속에 안고 눈을 맞췄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울음을 멈추고 방긋방긋 웃었다. 그 모습이 인형처럼 예뻐서 희망산타들은 한동안 라율이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라율이를 품에 안은 희망산타 김철희(64, 교보생명 대방지점 FP) 씨는 라임이를 위한 파티가 끝날 때까지 보모를 자처했다. 아이를 안고 어르는 모습이 베테랑에 가까워서 엄마도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우리 손자도 이른둥이로 태어났거든요. 그래서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라율이가 방긋 웃거나 옹알이를 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힘든 줄도 몰랐어요. 작년에 처음 희망산타를 했는데 올해도 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라임이와 라율이가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한 지점에 근무하며 2~3년째 함께 행사에 참여해 온 정수미(42), 현정애(42) 씨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어린이집 선생님보다 더 능숙하게 놀이를 이끌었다. 라임이는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처음 보는 희망산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카롱과 케이크 위에 알록달록 장식을 하고, 색색의 종이를 자르고 붙여서 비행기와 왕관을 만드는 동안 단 한 번도 엄마를 찾지 않았다. 

올 해 처음으로 희망산타가 된 노하연(22, 홍익대 전기전자공학과 4학년)씨와 3년째 희망산타들의 발이 되고 있는 한창수(61, 인터내셔널 택시기사)씨 역시 첫 가정 방문의 어색함을 금세 잊고 라임이와의 놀이에 푹 빠졌다. 라임이를 위해 온 마음을 쏟아냈기 때문일까. 활동을 마치고 문밖을 나서면서 희망산타 정수미 씨가 살짝 눈물을 훔쳤다. 지난 2007년부터 이른둥이 치료비 지원을 위해 매달 월급의 일부를 기부해온 그는 올해로 세 번째 희망산타에 나섰다.

“희망산타로 이른둥이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가족들 사이에 유독 정이 돈독하고 항상 긍정적인 것 같아요. 이른둥이 아이를 불행이 아닌 선물로 생각하는 마음이 진하게 전해지더라고요. 희망산타 활동 때마다 제가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받고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희망산타에 동참해서 저와 같은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다솜이희망산타가 리임이에게 종이접기를 하고 있습니다.

 

파티가 진행되는 내내 미소만 지을 뿐 말을 아끼던 라임이는 끝나고 돌아서는 희망산타들에게 사탕을 하나씩 건넸다. 엄마는 “라임이가 평소에 즐겨 먹는 사탕이어서 쉽게 내주지 않는 건데 이렇게 선뜻 주는 걸 보니 오늘 정말 즐거웠던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라임이 표정을 살피며 약간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던 희망산타들은 아이의 서툰 고백을 알아챈 뒤에야 마음 놓고 웃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에 라임이도 덩달아 환하게 웃었다. 기쁨은 나눌수록 두 배로 커지고, 슬픔은 나눌수록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있다. 오늘 희망산타와 이른둥이 가족과의 만남이 꼭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라임이와 라율이에게 기쁨의 순간이 계속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글 권지희 | 사진 임다윤


서지희간사  변화사업국 특별사업팀│서지희 간사 희망이란 볼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노신의 <고향> 중- blog_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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