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가족보듬사업 이른둥이가정의 심리치료를 담당해주신 허미정교수

이른둥이가족보듬사업 이른둥이가정의 심리치료를 담당해주신 허미정교수

 

아이 치료의 조력자와 협력자, 부모

학부시절 교육학을 전공한 상명가족아동상담교육센터 총괄팀장 허미정 교수. 그녀가 아동가족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부터다. 아이와 얽힌 문제를 풀어내려고 노력하면서 아이의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래서 가족과 아동이 함께 상담할 수 있는 분야를 연구했다.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만난 10년여 동안, 허 교수는 상담실에서 일어나는 치유적인 관계만큼이나 일상에서 부모와 맺는 건강한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경험하고 상담을 진행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되었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이른둥이가족지원사업의 협력기관 동대문구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허미정 교수를 이른둥이가족지원사업 상담가로 추천한 이유이기도 하다.

2016 이른둥이 가족보듬사업에 지난 3월부터 참여한 허 교수는 이후 여섯 가족이 함께하는 자조모임, 열일곱 명의 집단상담, 아이의 놀이치료를 진행했다. 자조모임과 집단상담 시간을 통해 이른둥이 부모는 스스로 자녀에게 충분히 좋은 부모라는 것을 확인하며 자녀와 건강하게 관계 맺을 수 있는 효율적인 양육을 고민했다.

“3월부터 여러 이른둥이와 그 가족을 만났습니다. 자조모임과 집단상담에서는 이른둥이 부모가 많이 경험하는 외상후 스트레스를 인식하지 못 해서 아이와의 관계에서 건강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알아차리고 변화를 갖는 데 초점을 맞춰요. 한데 놀이치료는 좀 달랐어요.”

의뢰를 받고 제일 먼저 부모 사전면담을 가졌는데, 그때 부모님들이 사업의 취지를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걸 알았죠. 아이의 상담을 통해 부모와 접촉한 뒤 변화 혹은 전환에서 더 나아가 확장을 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였는데, 부모님들은 아이의 ‘치료’만 생각하시더라고요. 부모님과 합의해서 그들을 아이의 든든한 조력자, 협력자로 만드는 과제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이른둥이 가정을 돕기 위해서는 신체와 정신, 아이와 부모 모두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상담이 필요했다. 부모는 오로지 아이의 물리적 건강에 몰두하느라 정작 필요한 아이의 심리적 상태를 살펴보지 못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친 그들 자신에 대해서도 보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꺼내 펼쳐볼 수도 없었다. 아픈 아이를 놔두고 자신에게 뭔가를 해주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그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할지 고민이었다.

 

이른둥이가족보듬사업 이른둥이가정의 심리치료를 담당해주신 허미정교수

이른둥이가족보듬사업 이른둥이가정의 심리치료를 담당해주신 허미정교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욕망에 충실하다.

허 교수는 1주일에 한 번 45분 동안 놀이치료를 매개로 아이와 만난다. 자연물인 모래와 물을 사용한 그녀의 놀이치료는 이른둥이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과 갈등을 안전하게 표현하도록 돕는다.

“처음에는 놀고 싶은 욕구, 만져보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가까이 못 가거나 도움을 요청하거나 이런 것들이 드러났어요. 8회기가 지난 현재는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을 놀이에서 나타내요. 한 번도 ‘나는 힘이 필요해’ 라고 느끼지 않았지만 힘에 대한 욕구, 내가 힘을 가져야겠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얘기하는 거죠.”

공통적으로 건강에 대한 메시지를 보이기도 한다. “이거 먹고 선생님 건강해지셔야 해요”라면서 뭔가를 챙겨주는 경우도 있다. 허 교수는 아이들이 자신이 신체적으로 불편한 것을 알고 있고 ‘나는 못해, 할 수 없어, 의존해야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자기평가는 결코 아이 혼자 인식한 게 아니라고 단언한다. 스스로 자신을 탐색하기도 전에 주 양육자를 비롯한 외부의 평가가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녹아들어 내면의 목소리로 자리 잡은 것. 이미 규정된 ‘아픈 나’에 맞추느라 시도조차 해보지 않던 이른둥이들은 회기를 거듭할수록 자발적이고 능동적이고 욕망에 충실한 모습으로 변화한다.

“상담실뿐 아니라 밖에 나가서도 스스로 하겠다는 말을 많이 하죠. 그러면 어머니들은 당황하스러워해요. 아이가 공격적으로 ‘나도 내가 할 거야’ 말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다른 아이에게 늘 양보하던 아이가 안 빼앗기려고 버티기도 하죠. 충격을 받은 어머니들이 더 나쁜 애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하시거든요. 그럼 저는 아이가 반드시 거쳐 가야만 하는 과정이라고 말씀드려요. 빼앗고 빼앗기는 과정, 무언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아를 만난다고 말씀드리죠. 지금까지는 일방적으로 자신은 약한 사람. 양보하는 사람, 그래야 착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진 자아가 달라지는 거예요.”

큰소리로 싸우고 찌르고 죽는 놀이를 하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삶은 이른둥이에게 커다란 발견이다. ‘아,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꽤 괜찮다’는 걸 수용하고 만다. 그들을 변화시키는 이 자각의 메시지는 부모에게도 적용된다.

 

상명가족아동상담교육센터 내 놀이치료실

상명가족아동상담교육센터 내 놀이치료실

 

부모의 정신건강이 아이의 견인차

불안해한다고 상태가 좋아지는 건 아니다. 부모 상담시간에 많이 하는 얘기다. 그들은 아이가 아프다는 무게가 버거워 미래를 지나치게 걱정한다. 아이가 커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지금 여기에서 웃는 아이를 보지 못한다. 잘 하는 모습을 놓치고 만다.

“부모가 느끼는 만큼의 죄책감을 아이도 가지게 됩니다. 아이는 주 양육자 눈치를 많이 보고 뭘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설사 엄마라고 해도 자기 수족처럼 돌보고 있는 걸 무조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요. 잘 대해주다가 한 번씩 폭발하는 부모의 모습을 아이가 닮게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지금 여기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려요.”

첫 회기에 아이의 치료에만 방점을 찍던 부모는 놀이치료로 달라지는 아이와 함께 변화한다. 빡빡한 재활치료계획을 세우고 아이의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는 불안을 좀 느슨하게 풀어놓는다. ‘할 수 없다’는 말로 지어진 틀을 거둔다. 상담을 중반 정도 지나면 부모는 알게 된다. 먼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일로 지금의 아이를 보지 못하는 것을 원하지도, 아이가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을 바라지 않는 부모의 마음. 그래서 허 교수는 더 강력하게 부모의 치유 작업을 지지한다.

“전문가로서 이렇다 저렇다 지지하고 공감한다고 해서 부모님 마음을 어떻게 다 이해하겠어요. 누구보다 힘들다는 거 알고 있어요.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은 마음은 말할 것도 없죠. 그래서 아픈 말인 줄 알지만 말씀드려요. 부모의 내적 갈등은 부모 마음의 문제입니다, 당연하게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돌보셔야 돼요. 부모자조모임이 중요한 이유예요.”

출산 후 우울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거나, 홀로 이른둥이를 돌보며 가사를 담당하느라 지친 양육자, 또래에 비해 발달이 늦은 것을 불안해하는 양육자… 여러 상황에서 고립돼 있으나 아이 치료에 집중하느라 그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집단상담 및 자조모임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다른 이른둥이 부모를 위로하며 지지했다.

아이의 몸에 맞춰서 아이의 마음마저 재단하지 않겠다는 부모의 결연한 의지. 그것이 이른둥이가족지원사업 이른둥이심리치료 8주 동안 일어난 변화다. 앞으로 이른둥이 가족의 심리치료 작업을 지원해야 될 충분한 근거이다.

 

글 우승연 l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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