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도 헤쳐가는 우리가 바로 “산타 스타일~”

<2012 다솜이 희망산타>

 

지난 12월 5일, 광화문 교보생명에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교보생명과 아름다운재단이 함께 마련한 <2012 다솜이 희망산타> 발대식이 그것. 올해로 벌써 여덟 번째 마련된 다솜이 희망산타는 산타로 분한 자원봉사자들이 이른둥이 가정을 방문하는 이벤트로, 세상에 힘겹게 첫 발을 내딛은 이른둥이와 그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고자 시작된 ‘다솜이 작은숨결살리기’의 지원사업 중 하나다. 세상과 소통할 기회가 적은 이른둥이들을 위해 꿈과 희망의 선물보따리를 꾸린 자원봉사자들은 기습적인 한파와 폭설에도 굴하지 않고 힘차게 ‘우린 산타 스타일~’을 외쳤다.

폭설과 한파도 두렵지 않다. 우린 산타스타일~이니까. ⓒ 아름다운재단

  수은주가 뚝 떨어진 5일 오전. 교보생명 23층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족히 200명이 넘는 인원이 이른둥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 모여든 까닭이다. 체중 2.5kg 미만 또는 임신 37주 전에 태어나 의료관리와 보호가 필요한 이른둥이는 지난해에만 2만4600여 명이 출생했다. 전체 출생아의 5.2%에 달하며,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면역력이 약해 인큐베이터에서 세상 적응을 시작하는데, 그 치료비만 해도 1000만 원이 넘어 대다수 이른둥이 가정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른둥이를 지원하는 ‘다솜이 작은숨결살리기’ 프로젝트 중 하나인 ‘다솜이 희망산타’는 이른둥이 가정에 잔잔한 행복을 선사하는 연말 이벤트로, 봉사자에게나 수혜자에게나 호응도가 높다.  등록데스크에서 이름표와 산타복을 배부 받은 자원봉사자들은 먼저, 이른 점심을 챙겼다. 오늘 하루 신나게 산타로 복무하려면 속부터 든든해야 하는 법. 지난 희망산타 행사사진과 ‘다솜이 작은숨결살리기’ 홍보영상을 보며 도시락을 먹는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하다. 식사를 마치고 산타복으로 갈아입은 뒤 강당에 조별로 모여 앉은 자원봉사자들은 서로 눈인사를 나누며 얼굴을 익혔다. 꿈과 희망을 전하는 산타 업무도 손발이 맞아야 잘 할 수 있기에 조원들끼리 친해지려는 노력은 필수. 가족, 혹은 직장동료나 친구와 함께 온 이들도 있지만 생면부지의 참가자들이 한 조로 엮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직은 조금 어색한 기운이 감돈다.  

ⓒ 아름다운재단

 

아빠와 함께 희망산타가 되기 위해 행사에 참석한 꼬마손님들.  ⓒ 아름다운재단

 

ⓒ 아름다운재단

   

주변의 희망산타들과 얘기를 나누며, 어색함도 달래보고. ⓒ 아름다운재단

    잔뜩 흐린 하늘이 하얀 눈발을 펑펑 쏟아낼 무렵, 교보생명 박치수 상무의 환영사로 ‘2012 다솜이 희망산타’ 개막식이 시작됐다. 박치수 상무는 ‘작게 태어났지만 미래의 꿈을 위해 열심히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더 큰 꿈과 희망을 격려해달라’며, 기업과 시민이 함께하는 좋은 일의 모범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더불어 아름다운재단 예종석 이사장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자신도 8개월 만에 태어난 이른둥이였던터라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 유독 애착이 간다는 그는, 이른둥이 1269명을 지원하고 격려한 지난 8년을 ‘나눔으로 만들어낸 희망의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620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나 현재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한 이른둥이의 이야기는 과연, 따뜻한 가슴들이 모여 일궈낸 기적이라 할 만하다. 정기적인 기부와 자원봉사로 이른둥이 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교보생명 재무설계사 임직원과 각계각층에서 모여든 희망산타 자원봉사자들, 3년 째 이른둥이 가정방문에 희망택시로 재능기부를 하는 인터내셔널 택시기사들이 바로 저 기적의 공동 주역일 터. 그들 중 특별한 사연을 지닌 선배 산타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희망산타 중 가장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자원봉사자로, 6년째 희망산타에 참여하고 있는 김칠규 씨가 무대에 올랐다. 2008년, 처음 방문했던 이른둥이 가정에서 너무나 반갑게 자신을 맞던 아이의 무구한 눈빛을 잊지 못해 해마다 참석하게 됐다는 그는, 환한 미소로 나눔의 기쁨을 증명했다. 이어, 직장동료들을 모두 데리고 나온 이력 때문에 ‘희망산타 전도사’로 불리는 손승효 씨가 무대에 올랐다. 5년째 희망산타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희망을 주러 갔지만 번번히 더 큰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며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한다’는 전략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산타의 즐거움을 전파하겠다고 다짐했다.        

5년째 희망산타로 참여한 손승효 씨. 올해는 직장동료 3명과 함께 참석했다. ⓒ 아름다운재단

 

6번째 희망산타가 된 김칠규 씨. 대표로 자원봉사 위촉장을 수여했다. ⓒ 아름다운재단

   

이른둥이 치료비를 지원받았던 다솜, 승천이는 올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 아름다운재단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산타 스타일

희망산타 김칠규 씨와 인터내셔널 택시 김동주 기사에게 대표로 자원봉사자 위촉장을 수여하며 본격적인 희망산타 발대식이 시작됐다. 발대식의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코너는 선물이 내걸린 조별 빙고게임. 이른둥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마련한 빙고게임의 첫 문제는 ‘세상에 빠른 출발을 한 아이’라는 의미로 시민 공모를 통해 발굴된 미숙아의 한글 새 이름을 묻는 것이었다. 정답은 물론 ‘이른둥이’! 이처럼 누구나 답할 수 있는 문제부터 아인슈타인·피카소·나폴레옹·괴테 중에서 이른둥이로 태어나지 않은 인물을 고르라는 다소 난이도 높은 문제(정답은 ‘피카소’)까지, 소소한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이른둥이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희망산타 수칙’을 통해 산타가 갖춰야 할 매너를 배우기도 했다. 방문가정의 이른둥이 프로필을 꼼꼼히 확인함으로써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하기, 손 청결제로 깨끗하게 손을 씻고 이른둥이와 인사하기, 방문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않기 등이 그것. 희망산타들은 곧 만나게 될 이른둥이의 프로필을 다시한번 점검하고 아이에게 줄 크리스마스카드를 쓰며 산타 수칙을 되새겼다.  

이른둥이 방문가정의 수송에 기꺼이 봉사로 함께 해준 인터내셔널 택시기사님들. ⓒ 아름다운재단

 

이른둥이 가정을 방문하여 보여줄 마술 맹연습중. ⓒ 아름다운재단

   

인터내셔널 택시 강창구 마술사님의 공연도 보고. ⓒ 아름다운재단

    전문 마술사의 매직 쇼를 감상한 뒤 이어진 마술교육시간엔 산타들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다. 오늘, 이른둥이 앞에서 마술사로 변신해야 할 산타들의 마음은 부담 백배. 마술도구의 간단한 조작법만 익히면 누구나 가능한 쉬운 마술이지만, 마술사 특유의 신비한 위엄을 배우기 위해 모두들 초롱초롱 눈을 빛냈다. 마술 교육이 끝나고 또 한 차례의 매직쇼가 이어졌다. ‘택시 마술사’로 유명한 강창구 인터내셔널 택시기사의 마술공연이 그것. 희망산타들은 그가 즐겨 쓰는 주문 “아수라발발타!”를 함께 외치며, 마술사 특유의 추임새를 몸에 익혔다.  

“우린 산타스타일~” ⓒ 아름다운재단

   

ⓒ 아름다운재단

 

폭설과 혹한도 막을 수 없다. 우린 희망산타들. ⓒ 아름다운재단

    발대식의 하이라이트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개사한 이른바 ‘산타 스타일’ 퍼포먼스였다. “나는 산타∼ 사랑 나눔의 여유를 아는 희망산타∼ 이른둥이 보면 사랑이 솟아나는 산타∼ 우린 산타 스타일∼”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말춤 군무를 선보인 희망산타들은 그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산타 스타일’ 공연과 구호 제창, 기념촬영으로 발대식을 마친 희망산타들은 4인 1조로 나뉘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들고 서울, 경기 지역 45곳의 이른둥이 가정으로 출발했다. 한파와 폭설로 다소 험난한 여정이 예상됐지만, 하루 벌이를 반납하고 희망산타의 썰매로 기꺼이 택시를 제공한 인터내셔널 택시기사들은 산타와 선물을 싣고 달리기 시작했다. 믿음직한 루돌프, 베스트 드라이버들이 썰매를 끄니 미끄러운 눈길 걱정도 한 시름 덜었다.  

    글_ 고우정, 사진_ 정김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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