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이른둥이가 선물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른둥이 가정에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방문한 ‘다솜이 희망산타’를 먼저 반겨준 건 준호(5), 준혁(5)였다. 준혁이는 “안녕하세요.” 하며 꾸벅 인사를 했고, 준호는 한 손을 들며 방긋 웃었다. 얼굴이 똑 닮은 두 아이는 쌍둥이로, 4년 전 30주만 태어난 이른둥이다. 엄마는 아이들이 태어날 때만 해도 별걱정이 없었다. 둘 다 체중이 약 1.4kg으로 이른둥이 중에서도 큰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출산했을 때는 별로 걱정을 안 했어요. 이른둥이치고는 꽤 큰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갈수록 또래 아이들보다 발달이 더디더라고요.”

그녀와 아이들이 고향인 포항을 떠나 서울에 온 건 작년 1월이다. 뇌병변 장애 1급 진단을 받은 준호와 3급 진단을 받은 준혁이의 재활 치료를 위한 이주였다. 포항에는 재활 병원이 부족해 늘 사람이 몰려 4년 전부터 서울 병원을 오가던 차였다. 2년 전, 입·퇴원을 반복하는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에 집을 구했다. 덕분에 매일 물리, 언어, 인지, 심리 등 재활 치료를 꾸준히 하고 있다. 포항에서 일하는 아빠는 주말에 서울에 온다.

“아빠 보여줄 거야.”

뽀로로 인형을 선물 받자마자 준혁이가 엄마를 보며 말했다. 기쁜 일을 앞에서 홀로 포항에서 일하는 아빠를 떠올린 아이가 기특한지 김지수 씨(가명)는 미소를 띤 얼굴로 “그러자.”라고 말했다. 올 초 말문이 트인 준혁이는 이렇게 가끔 따뜻한 말로 엄마의 마음을 울린다.

“TV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면 제가 막 울잖아요. 준혁이 보라고 일부러 더 ‘엄마 울어.’ 하면서 울어요. 그러면 준혁이가 기어 와서 ‘엄마 울지 마. 내가 도와줄게.’ 하면서 눈물을 닦아줘요.”

이준호 이른둥이가 희망산타의 품에 안겨 엄마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 건 큰 기쁨이지만, 그녀 혼자 두 아이를 보는 일이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아직 걸음마를 떼지 못한 아이 둘을 안고 다니느라 얼마 전에는 허리 디스크 진단까지 받았다.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아이들을 두고 수술할 수 없어 주사만 맞고 있다. 당분간 아이들을 안아줄 수 없는 게 걱정인데 최근 준혁이가 혼자서 기거나 땅을 짚고 앉게 되었다. 그동안 ‘엄마, 아빠’ 정도의 옹알이만 했었는데 올 초에는 말문도 트였다.

“저번에 준혁이가 새벽에 일어나서 ‘엄마, 나 배 아파.’ 그러는데 감동이었어요. 아픈데 표현을 못 하면 아이가 어디가 아픈지 준 알 수가 없잖아요. 그게 늘 걱정이었는데 준혁이가 어디가 아픈지 말해줘서 고마웠어요.”

말문이 트인 준혁이는 명랑했다. 희망산타를 보고 “사람 엄청 많아.”라며 신기해하고, 사진작가를 향해 “사진 찍어주세요.”라며 방긋방긋 웃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 때도 적극적으로 나서 장식물의 위치도 정했다. 준호는 아직 말이 트이지 않았지만 내내 웃는 얼굴로 화답했다. 최근 뒤집기도 시작했단다. 말귀도 조금씩 알아듣고 대답도 곧잘 한다. 두 아이 다 느리지만 재활 치료의 효과를 조금씩 보고 있다.

“재활 치료에는 비급여가 많아서 경제적 부담이 커요. 아이들이 조금씩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는데 안 받을 수 없잖아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통해 재활 치료비를 지원받아 경제적 부담을 덜었어요. 무엇보다 제 마음이 조급하기보다는 편해졌어요.”

이준호, 이준혁 쌍둥이가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5월, 준혁이는 인지치료를 받다가 숫자를 알게 됐다. 그 뒤에는 숫자 공부에 꽂혔다. 더하기와 빼기, 곱하기를 차례로 하더니 요즘엔 엄마만 보면 “곱하기 문제 풀어요.”라고 말한다. 1단부터 13단까지 구구단을 줄줄 외운다. 하지만 엄마는 더 잘하라고 채근하거나 보채지 않는다. 그저 다정한 눈길로 바라볼 뿐이다. 조급한 마음보다는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이다. 다른 이른둥이 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한참을 생각한 뒤 그녀가 말했다.

“전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특별히 걱정하진 않았어요. 그냥 해야 하니까 했고, 치료받아야 하니까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하다 보니까 조금씩 좋아졌고요. 세월에 따라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을 하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거 같아요.”

그녀와 이야기하는 사이 아이들은 희망산타와 크리스마스트리를 완성하고, 캐럴을 함께 불렀다. 트리 꼭대기에는 준혁이가 올려놓은 희망산타의 편지가 있었다. 편지를 꺼내자 준혁이가 ‘다솜이 희망산타’를 한 자 한자 천천히 소리내 읽었다. 마지막으로 희망산타는 준호와 준혁이에게 편지를 읽어주며 이른둥이를 응원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전했다.

글 우민정 | 사진 김권일

“안녕, 나는 희망산타야 너를 만나 너무 반갑고 기뻐! 세상에 호기심이 많아 엄마의 뱃속에서 일찍 세상으로 나와 많은 사람의 간절한 기도 속에서 가는 숨을 내쉬며 그 긴 시간을 견뎌낸 너. 너는 아직 작지만, 너에게는 강하고 큰 힘이 있단다.

그리고 너의 곁에서 너를 위해 늘 기도하는 많은 사람이 있어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선물 같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된 것을 축하해!

앞으로 몸도 마음도 튼튼하게 자라길 희망산타도 함께 응원할게!”

– 희망산타가

크리스마스 트리에 희망산타로부터 온 편지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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