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랑, 특히 모성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의 것이 아니다. 모성은 혹여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대신하고 싶은 절절한 심정으로 밤낮없이 곁을 지켜주고, 치유의 길을 찾아낸다. 이는 이른둥이 가정에서 자주 증명되는 숭고한 장면이기도 하다. 엄마는 아직 여물지 못한 채 세상에 움튼 저 아이가 오롯이 자라날 수 있도록 생을 헌신하곤 한다.

현호(가명)와 윤호(가명) 이른둥이 가정의 풍경도 마찬가지로 뭉클하다. 쌍둥이인 현호와 윤호는 병원의 진단에 따라 모두의 건강을 위해 다소 일찍 태어나야 했다. 확연한 이유도 없었으나 발달 정도는 여느 또래랑 조금 달랐다. 하지만 엄마의 지극한 사랑은 언제든 어디든 그들을 한결같이 보듬었고, 쌍둥이는 비로소 저마다의 속도로 찬찬히 성장을 꽃피우고 있다.

이른둥이 쌍둥이 어머니 ‘이정혜(가명) 님’

행운과 행복이 움트는 속도는 특별하다

2015년 10월, 정혜 씨(가명)에게 하늘의 선물인 듯 생명이 찾아왔다. 그것도 둘이나. 첫째는 반가운 소식에 ‘행운이’, 둘째는 뜻밖의 기쁨에 ‘행복이’라 불렀다. 그야말로 행운과 행복의 나날이었다. 그 가운데 수순처럼 입덧도 시작했다. 쌍둥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속이 메스꺼웠고, 동시에 두통에도 시달렸다. 외부 활동을 못할 정도였으나 신기하게도 힘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입덧은 임신 21주로 접어들며 겨우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 시간도 잠시였다.

“입덧이 그치고 보름 정도 흘렀어요. 하루하루 배가 부풀어 오면서 아랫배 통증이 극심해지더라고요. 전혀 움직일 수 없었죠. 병원이라도 방문하면 휠체어에 앉아 이동했고, 집으로 돌아오면 온종일 누워 지냈어요. 의사 선생님이 산모가 위험하면 태아도 위태롭다고 임신 34주쯤 출산을 권유했는데요. 아무래도 시기가 조금 빨라서 걱정스러워 1주일 정도를 겨우겨우 더 버텼어요.” (이정혜 님)

이른둥이 쌍둥이 어머니 ‘이정혜님(가명)’

쌍둥이는 임신 35주에 태어났다. 행운이가 현호로, 행복이가 윤호로 세상에 숨을 터뜨리는 순간이었다. 현호는 1.95㎏, 윤호는 2.25㎏로 저체중이었지만, 그뿐이었다. 심장도 폐도 건강해 인큐베이터에 머무르지 않아도 괜찮았다. 혈액 검사를 비롯한 다양한 검진 결과도 모두 정상 수치였다. 윤호가 역아라서 분만 당시 의료기기로 끌어당긴 탓에 고관절을 추가로 진료했지만 이상은 없었다.

“아이들에게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맞벌이하면서 아이들 돌보며 현실에 집중했는데요. 아이들이 월령에 맞춰 말이 트이지 않더라고요. 주위에선 천천히 말이 트이기도 한다 해서 기다렸어요. 다만 발달선별검사지로 사이사이 아이들의 성장을 체크했는데요. 아이들이 24개월을 넘어서고 발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어요. 그때 마음이 참 아팠죠. 힘들었어요.” (이정혜 님)

정혜 씨는 막다른 장벽에 가로막힌 듯 막막했다. 일한다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자책감도 들었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길을 모색하고자 잠도 줄이고 온 시간을 집중했다. 아동 발달 관련 자료를 끌어모아 공부했고, 재활이나 유사 사례 정보를 탐색했다. 그사이 문화센터 방문을 비롯한 아이들의 동적인 활동도 늘려갔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재활치료도 시작했다.

재활치료 중인 이른둥이

“처음에 아이들의 동작에서는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고요. 발달과 별개로 윤호 눈가에 모반이 눈동자를 덮어 여러 차례 수술받긴 했어요. 일단은 아이들의 말이 늘지 않았기 때문에 언어치료에 집중했는데요. 수개월을 지속해도 제자리였어요. 확인해 보니까 놀이치료를 포함해 다양한 치료를 함께해야 효과적이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복합적으로 치료받게 됐죠. 그제야 아이들의 동작에서도 약간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확인되더라고요.” (이정혜 님)

엄마의 사랑이면 겨울에도 꽃이 핀다

엄마의 사랑 속에 재활치료는 적극적으로 지속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호와 윤호는 조금씩 말문을 열어갔다. 서투르긴 했지만 그즈음 쌍둥이가 엄마를 위해 불러준 ‘생일축하송’은 세상에 더없는 감동이었다. 정혜 씨는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더욱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를 휴직하고 한결 살뜰하게 아이들과 교감했다. 생리학에서 학습한 대로 아이들의 전신도 자주 마사지했다. 그 정성에 화답하듯 아이들의 언어는 점점 늘어갔고, 몸짓도 훨씬 활발해졌다.

다만 쌍둥이의 발달 정도가 호전될수록 가계의 부담은 가중됐다. 그렇다고 치료 시간을 줄일 수는 없었다. 그때 <이른둥이 재활치료 지원사업>이 도움됐다. 쌍둥이는 각각 재활치료비와 기타치료비를 지원받아 치료에 깊이 전념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느렸던 발달이 말이었거든요. 더군다나 이제 학령기로 접어드는 만큼 대화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잖아요. 그래서 재활치료비와 기타치료비 지원금 대부분을 언어치료에 집중적으로 활용했어요, 감각통합치료와 인지치료에도 부가적으로 사용했고요. 덕분에 아이들의 상태가 진짜 좋아졌어요. 문득 이 지원사업이 이른둥이 가정을 향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정혜 님)

실제로 <이른둥이 재활치료 지원사업>으로 쌍둥이의 치료 시간은 늘어났고, 성장은 두드러졌다. 사례관리자인 모미영 사회복지사에 따르면 현호는 발달이 향상돼 지금 재활치료 대신 기타치료비 일부로 친구들과 어울리며 태권도를 배우는 중이다.

이른둥이 쌍둥이 사례관리자 ‘모미영’ 의료사회복지사

“현호도 그렇지만, 예전과 비교해 윤호도 크게 호전됐습니다. 윤호는 아직 감정의 발화는 어려워도 간단한 표현과 글자 쓰기가 가능하게 됐어요. 이런 지원사업을 통해 아이들의 상태가 나아지면 정말 반갑고 기뻐요. 더구나 <이른둥이 재활치료 지원사업>은 장애 등록이 없어 도움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가정이 지원대상이잖아요. 해당 지원사업처럼 국가와 사회가 가정과 함께한다면, 현호나 윤호가, 우리가 더욱 행복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모미영 사회복지사/사례관리자)

현호와 윤호가 세상에 바로 서길 소원하는 사회복지사의 진심. 돌이켜보면 정혜 씨를 향한 주위의 응원과 위로도 적잖았다. 근심과 걱정 가운데 여타 이른둥이 엄마들과 함께한 소통과 공감 역시 크나큰 힘이었다. 이제 정혜 씨는 그 마음을 다른 이른둥이 가정에게 나눠주고 싶다. 특히 막 이른둥이를 출산한 가정을 위해 꼭 언급하고 싶은 메시지도 있다.

“무엇보다 조기 치료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의 성장을 눈여겨보다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즉각 조치하면 좋겠어요. 아이가 어릴수록 긍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아울러 부모 교육도 필요해요. 개별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발달과 재활 관련 부모 교육이 일상화되고 대중화되면, 내 아이와 주변의 아이를 발달 관점에서 도와줄 수 있어요. 집에서도 재활 차원에서 아이를 보살필 수 있고요.” (이정혜 님)

이른둥이 가정을 배려하는 마음이 인상 깊다. 정혜 씨의 경험이 이른둥이 가정을 향한 격려와 지지로 승화했다면 이제 현호와 윤호의 행보는 이른둥이들의 내일일 수 있다. 실제로 내년이면 현호와 윤호는 보통의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정혜 씨는 아이들을 위해 시기별로 목표를 세우고, 단계별로 실현할 예정이다. 장애 등록은 그 과정에서 판단할 생각이다. 사실 현호는 조금 안심이 되지만, 윤호는 발달 수준이 또래랑 제법 달라 걱정이 앞선다. 이상은 없지만 일전에 수술했던 눈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정혜 씨는 늘 그랬듯 언제든 어디든 아이들을 사랑하고, 전심으로 믿어주면 길이 열리리라 확신하고 있다.

세상의 꽃이 모두 봄에 피어나진 않는다. 엄마의 사랑 닮은 따스한 햇살이면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꽃은 피어난다. 그 꽃들은 오히려 참 귀해서 계절의 햇살을 오롯이 머금고 있다. 그래서 봄꽃보다 향기롭고 아름답다. 그리고 특별하다. 현호와 윤호도 그렇다.

글. 노현덕 | 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