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의 다양한 기금 중 ‘가족기금’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지난 20년간, 부부의 특별한 기념일을 맞아 또는 가족들과 다 함께 조성한 약 10여개의 가족기금이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해왔고, 그중 8개의 가족기금이 현재진행형입니다. 서울에 첫 눈이 소복이 내리고 무척이나 추웠던 12월 어느 날, 2020년 2월과 8월에 아름다운재단에 2개의 가족기금을 조성한 아름다운바오밥나무기금 김강석 기부자님을 만나 3년간의 기부와 지원을 통해 가족들이 느낀 변화는 무엇인지, 가족기금의 장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금조성식 이후에 오랜만에 기부자님을 뵙지만, 때로는 온화한 눈빛으로 때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평소 가지고 계신 생각들을 차분히 들려주셔서 그동안 느낀 아름다운재단과 가족기금에 대해 누구보다 진솔한 소회를 들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고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가족기금은, 우리 가족만의 정체성이나 생각을 펼쳐나갈 수 있는 가족단위의 프로젝트죠

Q1. 기부자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 인터뷰에 앞서 기부자님과 아름다운바오밥나무기금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아름다운바오밥나무기금을 조성한 김강석입니다. 기금의 이름은 딸 아이의 생각을 빌려 ‘천년이 넘도록 오래 그리고 크게 자라나는 생명력을 가진 바오밥나무처럼, 가족기금이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쉼과 그늘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아 지었습니다.

아름다운바오밥나무기금 김강석 기부자

Q2. 재단에는 가족기금, 추모기금 등 뜻과 목적에 따라 기금 유형이 다양하게 있는데 그중, 가족기금을 특별히 조성하신 이유가 있으셨어요?

과거에는 제 이름으로 하거나, 아내와 상의해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가족 단위로 나눔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아름다운재단에 ‘가족기금’이라는 게 있다는 걸 발견했고, 내가 생각한 것을 실현하는데 가족기금이 적합한 솔루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3. 왜 가족단위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신 거예요?

사회에 우리 가족만의 정체성이나 생각을 펼쳐나갈 수 있는 가족단위의 프로젝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부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제 이름이나 얼굴만 가지고 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지금의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가족들의 희생이 있었던 만큼 공동으로 조성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목적도 있었고요.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라. 부모의 재산이 곧 너의 재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려줄 수도 있고, 스스로도 그렇게 제어하는 측면이 있는 거죠. 이제는 아이들도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빠가 나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 없구나… (웃음)’ 재단 외에 다른 기관을 통한 지원도 그렇게 가족과 함께 상의하며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Q4. 그럼, 지난 3년간 재단을 통해 기부하시면서 기부자님이 생각하시는 ‘가족기금’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특히, 자녀들에게 교육적인 목적으로 시작한 부분은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 간의 결속력에도 좋고, 대화 주제나 그런 것들이 일상에만 매몰되지 않을 수 있는 점도 좋죠. 보통 저와 아내가 바람을 잡지만 미디어에 우리가 가족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사업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서로 공유하게 되고, 여러 프로젝트나 아젠다 자체를 가족들이 가지고 있다는 게 저희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거 같아요. 예전엔 생각하지 못했지만 자녀들이 생애 어느 시기가 되면, 일정 금액을 배분하고 아이들이 직접 지원 아이템을 찾고 실행할 수 있게 해 볼 계획도 있죠. 우리 가족이 지원할 수 있는 대상과 방식 등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들이 생기는 것, 그리고 그걸 가족 간에 티키타카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상승 작용이 생기는 그런 것들이 가족기금의 장점이구나 생각합니다.

재단 간사들과 대화를 나누는 김강석 기부자

가족 프로젝트인 만큼 ‘가족을 지키고 가족을 회복되도록 하는 지원사업’으로

Q5. 이번엔 지원사업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요. <아름다운바오밥나무 1호기금>으로는 청소년부모를, <아름다운바오밥나무 2호기금>으로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청소년부모는 사실 기부자님께서 생각하신 대상은 아니었고, 자립준비청년은 처음부터 관심이 있으셨고요. 재단의 여러 사업 중, 두 개 지원사업으로 결정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재단에서 좋은 제안을 준 것 같아요. 청소년부모는 처음에 생각했던 대상은 아니지만 왜 이런 지원을 하려고 하는지, 지원의 필요성이나 의미에 공감이 된 거죠. 애초에 가족들과 생각했던 키워드는 ‘청년과 사각지대의 이웃’이었지만 청소년부모에게 지원이 꼭 필요한데 한편으로는 공감을 많이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끝에 지원사업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가족기금을 조성했기에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두 지원사업이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청소년양육부모가 자녀들을 양육하지 못해서 시설에 맡기게 되면, 그 청년들이 이후에 보호종료아동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되기도 하는 거죠. 저희 기금이 가족 프로젝트인 만큼 가족을 지키고 가족을 회복되도록 하는 게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고, 지원을 결정하고 나서 사후적으로 더 그렇게 의미부여가 된 거죠. 청소년부모는 일종의 선제적 예방 차원의 지원이 되는 셈이고요.

처음에 청소년부모 지원에 대해서는 제가 제일 보수적이었고, 딸들은 지원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어요. 전 기성세대라서 ‘청소년부모의 원가족은 무엇을 하는 거지?, 주거를 지원해도 일자리도 있어야 하고 자립을 위한 해결 과제들이 첩첩산중인데…’ 이런 고민들이 있어 망설였는데, 딸들은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는 했죠. ‘우리 아빠가 왜 고민하고 있지?’ 같은 반응이었어요(웃음). 결국 가족들이 있었기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죠. 만약 혼자 기금을 조성하고 결정했다면 지원하지 않았을 사업이라고도 생각하는데,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족들의 다양한 시선과 생각을 모을 수 있어서 혼자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고 지원을 결정할 수 있는 점이 가족기금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Q6. ‘가족을 지키고 가족을 회복되도록 돕는 지원사업’ 이라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처음 지원을 시작한 2020년만 해도 청소년부모 워딩 자체가 낯설었어요. 그동안 긍정적인 변화가 좀 있는 거 같다고 체감하는 부분이 있으세요?

네, 저는 체감하죠. 저희가 지원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지원대상이 점차 사회적 의제가 되는 것을 지켜보며 보람 있다고 생각하죠. 우리 기금이 너무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어요.

청소년부모가정에 전달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봉제애착인형

Q7. 저는 고등학생인 둘째 따님께서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두 차례나 기금이 지원하는 청소년부모 지원사업에 학교 봉사활동 동아리를 통해 봉제애착인형을 만들어서 전해주신 것도 기억에 남아요. 혹시 평소 가족들이 기금이나 지원사업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봉제인형 만드는 클럽은 절반은 이기적인 생각이었다고 생각해요. 봉사활동 커리어를 만들어야 하는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본인이 기금과 관련된 것을 생각해 내서 한 거니 기특한 부분이 있죠. 만약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생각일 수도 있으니까요. 딸이 만든 봉제인형이 청소년부모 가정에 잘 전달된 사진이나 청소년부모가 만들어 보내준 쿠키 사진 등을 가족 단체 채팅방에 올리면 기뻐하는 이모티콘도 올라오고, 기금과 관련된 기사 등을 공유하며 변화를 축하하기도 합니다. 그게 저희 가족의 소소한 기쁨이 되죠. 또 우리가 지원하는 사업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제안을 받는 경우에도 단체 톡방에 올려서 의견을 가족들에게 요청할 때 활발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Q8. 2020년에 기금을 조성하신 뒤로 벌써 올해로 3년이 됩니다. 기금 외에도 코로나19와 울진산불피해 긴급 지원에도 참여해 주셨고요. 그동안 재단을 통해 지원하시면서 인상적이었거나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요?

긴급 지원에 대한 가족 간의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진 게 매우 뿌듯합니다. 그간 가족들의 연속된 지원의 히스토리가 있었기에 판단을 빨리할 수 있었고, 재단에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규모의 적절한 대상의 지원제안을 주셨고, 그간의 신뢰가 쌓였으니 가능했던 점도 있고요. 우리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했고, 대상자들이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상세한 피드백들을 제공해 주는 것들, 이런 전 과정에서 만족스러움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긴급한 대상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기회도 제안을 많이 주시면 좋겠어요. 모두 다 지원을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제안을 주시는 게 저희에게는 정보가 되고, 가족들의 관심사도 확장되고, 사회에서 일어나고 진행되는 현상에 대해 알아가는 데 좋은 거 같습니다.

Q9. 아름다운재단 외에도 여러 지원을 하고 계신데, 기부자님이 생각하시는 재단만의 특징이나 강점이 있다면 어떤 점일지 듣고 싶습니다.

우선 재단이 탄탄하게 사업 구상을 해서 제안을 주시는 점이 좋고, 저희는 사업의 기획이나 진행 방식, 효과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양쪽이 협업하기에 적합한 정도의 디테일한 정보와 피드백을 주시는 편이에요. 무엇보다도 제가 지원할 생각이 없었던 사업을 지원하게 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재단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원대상을 발굴해서 사회 의제화 시키고 알리는 부분은 정말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단이 좋은 사업을 발굴하고 일정 부분 이 사업을 끌고 가면서 모범 모델을 만들고, 그 뒤에 정부 정책에까지 반영하게 하는 일련의 의제화 과정에 정말 역량이 있다고 봅니다. 그 덕에 여론이 환기되고 제도가 만들어지고 하는 과정을 기사로써 확인하면서 느끼죠. 참, 재단은 매년 주시는 기념품도 좀 남다른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도 받지만 매번 아이템에서 느껴지는 센스랄까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게 느껴져요. 이 말은 꼭 남겨주세요.(웃음)

Q10. 재단이 지원하는 방식이나 지향하는 사업의 방향이 기부자님이 말씀하신 것과 딱 맞는 것 같아요. 기부자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향후 몇 년 뒤 <아름다운바오밥나무기금>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는데요. 기금에 바라는 모습이 있으실까요?

우리 기금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등의 대단한 바람은 없고, 기금이 하나의 수단이 된다면 가족이 계속 여력이 되는 한 앞서 이야기한 사회에 소외된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면서 그 문제나 대상이 의제화되고 나아가 문제가 해결되는 ‘사회 변화의 사이클’을 여러 번 경험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Q11. 마지막으로 인터뷰 공식질문입니다.(웃음) 기부자님께 ‘기금’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그냥 제가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거예요. 물론 누군가를 돕는 게 기쁘죠. 다만 스스로가 되게 뿌듯하거나 되게 알리고 싶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인생에 주어진 길을 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가족들도 덤덤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 가족에게 기금은, 해야 하는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솔루션입니다. 

아름다운바오밥나무기금 김강석 기부자

가족기금 인터뷰와 올해 기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사업 소식, 새로운 사업 제안 등 2시간 남짓 간사들과의 대화를 마치며,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시는 김강석 기부자님. 한 자리에 마주하며 나눈 대화의 온도와 깊이가 간사의 부족한 필력으로 오롯이 담기지는 못할지언정 그럼에도 뚫고 나오는 기부자님의 생각과 나눔에 대한 소신, 가족들의 진정성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분명 전달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따스하지만 냉철한, 우리 가족기금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철저히 기획하고, 마음이 가는 일에 수치와 데이터로 정확한 지원 근거를 찾는 아름다운바오밥나무기금은 왠지 ‘사회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지략가’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앞으로 또 3년 뒤, 아름다운바오밥나무기금은 어떤 사회 변화를 만들었을지, 기금과 함께 더욱 멋지게 성장해있을 기부자님 가족들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가족의 모습만큼 다채로운 빛깔의 가족기금

최근에 우연하게도 가족기금을 조성하신 기부자님을 연이어 만나며 ‘역시 그렇지’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어쩌면 가족기금은 가족 간의 결속력, 자녀들에게 자연스러운 나눔 교육 등 비슷한 목적에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마다 다른 가족의 개성이 담기고, 관심사와 애정이 담기며, 그 가족만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나 가족의 수만큼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을 제가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희채행복기금과 아름다운바오밥나무기금이 다르고, 발리네집기금과 다시힘찬발걸음기금이, 박보라사랑기금, 이재은임유경미래약속기금, 춘원당100년생각기금, 이동기행복나눔기금이 전혀 다른 빛깔과 향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요.

가족기금은 ‘사회 속에서 우리 가족만의 정체성이나 생각을 펼쳐나갈 수 있는 가족단위의 프로젝트이며, 그것을 실현하는 적합한 솔루션’이라는 김강석 기부자의 말씀에 아름다운재단이 말하고 싶은 가족기금의 의미가 잘 담겨있습니다. 가족이 지키고 싶은 가치와, 가족만의 개성을 담아 기금의 이름을 짓고 지원사업을 선택하는 것.  우리의 나눔으로 지원하는 사람들과 이를 둘러싼 환경이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지를 지켜보고 경험하며 그 기쁨을 공유하고, 몰랐던 사회의 구석구석을 배워가는 일, 나눔과 함께 만든 변화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족기금입니다.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가족기금. 세상에 존재하는 가족의 수만큼 다채로울 가족기금의 무수한 이야기들이 참으로 기다려집니다.   

사진 |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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