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및 시민모임의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2021년 사업 뒷이야기를 담습니다. 오늘 소개할 단체는 제주환경운동연합입니다. 2021년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를 통해 ‘하천정비로 원형이 파괴되고 있는 용암하천 보전 운동’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마구잡이 하천정비로 제주 고유의 용암하천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자 모니터, 제도개선 등을 진행했습니다. 

곶자왈, 오름, 해양, 습지 등… 제주의 다양한 자연 환경과 관련된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제주환경운동연합. 그중 생태보전국은 갈수록 단절되어 가는 생태계를 회복하여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나 이슈에 대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방안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다시 시·도 관계자뿐만 아니라 민간의 이해관계자에게까지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올바른 방향을 잡아나간다. 

제주 하천 관리 패러다임의 전환

제주에는 육지와 달리 사시사철 물이 유유히 흐르는 강이 없다고 한다. 제주의 하천은 대부분 건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143개의 하천이 한라산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향하여 달려 나가는 형태를 하고 있다. 이 하천에는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기암괴석과 거대한 소(沼)가 자리하고 있고, 하천변에는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마치 제주의 혈관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하천이 무분별한 정비 사업으로 말미암아 그 원형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하천 정비로 원형이 파괴될 위기에 처한 용암 하천을 보전하는 운동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 이전에는 하천 정비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 정도의 활동을 했었는데요. 본격적으로 하천 정비 사업 예정지 전 구간을 조사하고, 하천 정비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문제 제기하며, 성과 감사 요구 등 구체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작년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으면서부터입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최슬기 국장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에서 긴꼬리딱새 찾기

변화무쌍한 천미천은 60여 개의 작은 지류들이 모여 형성된 큰 하천으로, 제주 동부권역의 생태축을 담당하고 있다. 김정호가 1861년 대동여지도에서 제주도를 그릴 때 천미천 줄기를 가장 길고 복잡하게 묘사할 정도였다. 이러한 천미천에서 1990년부터 약 30년 동안 정비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홍수 피해 규모와 피해 액수 등의 정보가 없어 정비 사업에 대한 타당성도 명확하지 않고, 구체적인 감소 효과나 경제성 정도 등에 구체적인 지표도 없는 상황이다. 하류는 이미 다 파괴되고, 그나마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류로 점점 공사가 확장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슬기 국장은 올해 천미천 생태조사를 진행했다. 유명 탐조 유튜버와 함께 천미천 긴꼬리딱새의 번식을 관찰하고 영상으로 기록하여 천미천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려는 계획이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Ⅱ급인 긴꼬리딱새는 여름 철새여서 6월부터 8월까지 천미천을 찾아온다.

최 국장은 영상 촬영 과정에 동행하며, 기존의 조사에서보다 더 깊숙이 천미천의 숲에 들어가게 되었다. 분명히 소리는 들리는데,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지도를 보며 있을 법한 곳을 무작정 찾아다녔다. 너무 어두워 무섭기도 하고, 뱀을 만나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비로소 푸른 빛의 눈동자를 가진 긴꼬리딱새를 만나게 되었을 때, 그는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없던 긴꼬리딱새의 서식 증거를 직접 찾아 제출하면서 정비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여론이 생겨났고, 천미천 보전활동에 관심을 두고 후원을 해주는 사람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제주형 하천 정비 조례 개정에 한발 다가서기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하천 정비 사업은 문제가 되고 있어요. 안타까운 것은 하천 정비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매우 미흡하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특별한 이유 없이 했던 곳을 또 하기도 하고, 개발제한구역의 하천까지 정비하는 일들도 발생해요. 제주의 146개 하천 중에 정비 사업을 안 한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기상 이변으로 폭우가 많아지며, 하천의 수용 능력 한계라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파고, 늘리는 일만 하고 있어요. 건천 특성에 맞는 제주형 하천 정비 방식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에요.”

생태보전국에서는 제주형 하천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제주도의회에 조례 개정을 요구했다. 조례 개정으로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제주도청에서 연구 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또한 지방 선거를 앞두고는 제주도지사 후보들에게 하천 정비사업과 관련한 정책 제안 및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받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하천 정비 사업 현장을 관계자들과 함께 찾아 사업 추진과정을 보고했고, 하천 원형을 훼손하는 천편 일률적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지양하는 의견들이 수렴되었다. 기존 도정에서 관행적인 토건사업으로 여겼던 하천 정비 사업의 잘못이 지적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고, 이는 하천 보전을 전제로 한 수해 예방 정책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으로 최 국장은 기대하고 있다.

점점 커지는 하천의 줄기처럼

관광객에게는 이름 모를 작은 새였을지 몰라도, 긴꼬리딱새는 제주 하천 정비사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하천 정비 사업은 오랫동안 축적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 해결을 위해서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를 여론화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면서 제주환경운동연합도 하천 보전 관련 활동 역량이 점점 성장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21개나 예정된 하천 정비사업의 문제에 관해서도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제주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천미천 하천 정비 사업 부지 중 남아 있는 29%의 공사 예정지에 대해서 공사 구간 재검토를 요청했다. 그 결과 남은 공사 구간을 대상지에서 제외하는 성과를 올렸다. 게다가 앞으로의 하천 정비 사업 추진 시 계획 수립 단계부터 생태학적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은 개발을 지양하고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정비하겠다는 답변까지 받았다. 제주만이 아닌 전국 하천에서 복원 사업에 착수할 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게 하는 소식이었다. 최 국장은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답을 찾아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최슬기 극장의 한마디

“최근에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 대상지 시민 공모전 ‘이곳만은 꼭 지키자’에서 제주의 천미천이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어요. 제주만이 가지는 하천 지형으로 기암괴석과 거대한 소가 있고, 하천 변에는 울창한 상록 활엽수림이 자리 잡고 있어 수많은 생물의 터전이 되거든요. 천미천은 수십 년째 진행되어 온 하천 정비사업으로 파괴되어 있고, 더욱이 최근에는 상류 부근까지 정비가 예정되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보전활동에 힘을 실어주신 거 같아요. 이 시민공모전의 1차 심사가 바로 네티즌 평가를 통해 선정되는데, 그만큼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많았다고 생각해요. 하천의 생태적 기능을 잃고 후회하지 않도록 앞으로 많은 분이 함께 관심을 두고 함께 하셨으면 합니다.”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