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2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한국다양성연구소의 성교육 대안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허락받은 성교육’의 국가적 실패와 ‘모두를 위한 성교육’ 대안 만들기

N번방 방지법이 만들어지면 뭐하나?   

한국은 여전히 디지털성범죄가 만연한 사회다. 가해/피해의 연령이 청소년보다 더 아래인 초등학생으로까지 내려오고 있는 이 상황과 문제의 원인은 젠더기반폭력이 바탕이 되고 있음이 분명한데 나라에선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국가수준의 성교육은 오히려 성별고정관념이나 성차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런 성교육을 반드시 변화시켜야 젠더폭력에 균열을 낼 수 있을 텐데 어쩔 수가 없다.

지난 한 해 한국다양성연구소는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국가적 성교육 실패를 메꿀 궁리를 했다. 성교육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입법은 지난하고 오래 걸리는 과정이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백래시가 점점 심화되는 상황에서 현장의 성교육 활동가들은 인권활동가 수준의 역할까지 수행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게다가 적절한 역량강활의 기회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가장 우선해야 할 일로 현장 활동가들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주제별로 발제하는 포럼 형식이 좋겠다. 제목을 성교육활동가포럼으로 붙여두고, 어떤 분 모실지 생각하니 벌써 기대된다. 그런데 역시 코로나 때문에 변수가 있겠다 싶다. 사전 사후 최대한 많이 참여하게 하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궁리하던 중 한국다양성연구소로 종종 들어오던 문의들이 생각났다. 포럼 본 행사 이전에 아예 ‘사전설문’을 대대적으로 모아보기로 한다.

SNS 홍보를 통해 설문을 수집했는데, 응답이 무려 100건(중복제외 97건)! 사전작업인데 너무 대대적으로 했나보다.(^^;;;) 정리하면서 고생을 꽤나 했지만 그만큼 필요한 작업 이었나보다 생각하니 정리하느라 아픈 어깨 통증이 좀 덜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현장 활동가들이 마주하는 실질적인 어려움과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의문점에 대하여 폭넓게 파악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두둥, 성교육활동가포럼 개최!

2022년 4월 9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후암23에서 포럼이 열렸다. 코로나시대가 가져다 준 편리한 플랫폼, 비대면 방식의 포럼개최는 준비하는 데 돈과 시간이 더 많이 쓰인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멀리 있는 참여자를 가까이 데려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한번 제대로 공들여두면 이후에도 계속해서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등 두 가지 큰 장점이 있다. 준비하는 데 정말 힘이 들긴 했다. 안정적인 라이브 환경이 되도록 구축하였고 속기록과 다섯 명 발제자들로부터 받은 강의안은 한국다양성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도록 올려두었다. 발제와 상호 토론이 이뤄진 포럼라이브방송은 유튜브에 올려 이후 지속적으로 시청이 가능하도록 제공하였다. 개최 이후 8개월 여간 해당 영상은 1,700뷰에 이른다.

타리(셰어), 나영(셰어), 이유정(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박재성(용인시청소년성문화센터)을 모셨다. 김지학(한국다양성연구소)도 당연히 함께! 실로 발제자들의 라인업 및 알찬 내용까지 성교육활동가라면 놓치면 아까운 포럼 라이브 및 발제 자료는 유튜브와 한국다양성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언제나 시청 및 다운로드 가능!

발제자료 다운로드
성교육활동가포럼 (22.4.9) 다시보기

포럼 개최라는 굵직한 매듭을 한국다양성연구소와 발제자, 참여자 모두에게 의미 있게 마무리했다고 생각하니 든든하다. 하지만 잠시 큰 숨 쉬고 고개를 들면 현장에서 직접 청소년들을 만나는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긴장되고 동시에 기대도 되는 시간!

포성모성 어벤저스(포괄적성교육은 모두를 위한 성교육이다 기획팀)

21년도에 이어 22년도에도 ‘포괄적성교육은 모두를 위한 성교육이다’라는 주제로 스터디와 기획, 교육 진행을 함께 하고 있는 스튜디오 여리의 이충열, 용인시청소년성문화센터의 박재성 두 활동가. 이 분들 만으로 이미 든든한데, 22년도에 신규로 자기방어 트레이너 김기정 활동가가 합류했다. 함께 일정 수립을 포함 어떤 내용을 채울 것인지 지속적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끝이 없다. 교육을 시작해야 하는 마지노선 일정까지도 회의내용은 계속 엎어지고 뒤집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면 청소년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 하고 싶은 활동들은 너무나도 많고 무궁무진하지만 그렇다고 청소년들 만나는 시간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다. 제발 누가 이들 좀 말려줘요.

 

엎어라 뒤집어라 끝에 교육대상은 크게 청소년과 비청소년 그룹으로 정하고, 청소년 그룹 중에서도 특히 남성청소년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일정을 수립하는 데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청소년 대상 교육의 어려움은 이제부터 시작이긴 하다. 아무리 멋진 일정 좋은 내용으로 교육을 꾸려 놓아도 마지막에 가장 높은 관문으로 참여자모집의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 관문을 넘어서기가 늘 쉽지 않다.

“어디로 가야 청소년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런 교육을 기다리는 청소년들도 있지 않을까?”
“어디에다 홍보해야 청소년들이 많이 볼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고심 고심 고심. 기존에 사용하던 홍보방법은 그대로 쓰고 한 가지 더하여!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마을공동체 네트워크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전략적으로 교육장소를 마포구 성산동으로 대관하고 마을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전략은 주효! 마을커뮤니티에서 서로서로 교육을 권하고 함께 신청하는 모습에 한시름 덜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추가!

교육에 참여했던 청소년 모두를 대상으로 추가교육형식으로 진행한 자기방어/방관자개입훈련을 빼고는 모두 두 자릿 수의 참여자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런 성교육 처음일 걸?

모집에 탄력이 붙으니 고심해 구성한 교육 내용에도 절로 자신감이 붙는다. 그래서 교육제목도 당당하게 ‘이런 성교육 처음일 걸?’이라고 지었다. ‘포괄적성교육’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구성하고 총 4회 17시간으로 청소년들을 만났다.


가부장제/자본주의 환경에서 사회화되는 남성청소년들에 대한 고민이 커 남성 청소년들만의 교육을 구성했다. 다양성훈련에서 사용하는 ’무빙닷‘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여성, 젠더, 페미니즘, 섹스, 자위, 콘돔 등과 같은 주제들을 마구 펼쳐놓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했다. 혐오와 차별의 발생에 대한 이해 및 왜곡된 정보들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각과 기준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10대 청소년 다음은 20대 청소년이었다. 20대 후기 청소년까지 교육대상에 포함시키자고 결정은 해놓고, 교육내용을 구성하자니 또 다른 고민이 찾아왔다. 20대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한국 현실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의 기회를 한 번이라도 만나봤을 리가 만무하다. 그렇다면 이들과는 어떤 얘길 나누어야 할까? 인스타를, 트위터를 뒤지고 또 뒤져본다. 따라 나오는 연관 키워드는 사랑, 섹스 그리고 좋은 연애. 이제 양육자 몰래, 선생님 눈을 피해 사귀던 시기는 끝, 본격적으로 좋은 사람 만나 좋은 연애를 하고 싶은데 당췌 좋은 연애가 뭔지 모르겠거든. 아무데서도 그 롤 모델을 만날 수가 없거든. 나에 대한 탐구가 선행되고 타인을 존중하는 만남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가 나를 탐구할 기회를 주지 않는 한국 사회.

바로 이거다! 후기청소년 20대 들과 함께 나눌 얘기는 이렇게 정해졌다. 제목은 ‘20대 연애학개론 워크숍’ 반응은 실로 뜨거웠다. 교육서 만난 좋은 후기란 후기가 다 쏟아져 나왔다. 큰일이다. 이렇게 되면 23년에도 20대 후기청소년과 계속 만날 궁리를 하고 싶잖아. 활동가는 늘지 않는데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것 같은 일들은 자꾸 늘어 큰일이다.

종이책보단 유튜브

성교육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만나는 질문들을 아카이빙하여 백래시에 대응할 효과적인 방안으로 활용하기 위해 모두를 위한 성교육 FAQ 책자를 만들기로 하였었는데 모든 걸 유튜브로 배우는 시대에 실물 종이책자 보다야 영상이 활용도가 더 높으리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긴 했다. 누군가의 책장에 꽂힌 수 십 페이지짜리 한권의 책보다 비록 5분짜리라도 오픈된 플랫폼에 있는 영상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테니.


문제는 기획, 촬영, 영상제작에 투입할 수 있는 인적, 시간적 리소스가 많지 않다는 거였는데, 일당백하는 한국다양성연구소 활동가들, 유튜브에 새로운 시리즈로 올리기로 딱 정하고 시리즈명도 어디 제목학원 우등생처럼 백래시에 대응하는 백가지 대답(줄여서 백대답)이라고 정하고, 폭풍촬영, 폭풍제작, 폭풍업로드~ 눈 감았다 뜨면 영상 하나 올라가는 수준이었다. 이 진심을 누군가는 알아주겠지(조회수 보면 많이들 알아 주시는건 맞는 거 같다 흐흐)

백대답시리즈 영상보기

그 중에서도 특히 조회수가 높게 나타난 영상이 있었는데, 화제를 몰고 다닌 드라마였던 우영우의 장면들로 얘기를 풀어본 영상이었다. 많은 분들 즐겨본 드라마인 만큼 작은 아쉬움조차 크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인권교육과 성교육 측면에서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주었기에 또 한국다양성연구소는 뒤로 미루지 않고 놓치지 않고 또 만들어내고! 활동가들이 백대답 콘텐츠로 만들었으면 하는 소재를 함께 모으는 파일이 있는데, 계속 만들어도 계속 쌓여만 간다.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성교육활동가들

“아 죄송해요. 마감이 된 게 맞구요. 혹시 못 오신다는 분이 계시면 연락드릴까요?”

연구소 전화가 불이 난다. 성교육활동가들이 인권활동가 수준의 역량을 갖추며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주체로 재정체화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교강사양육자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기획했는데 올리자마자 하루도 안 되어 마감이 되어버렸다. 와 참여자모집의 이 온도차! 동네방네 이야기하고 싶은데…” 거기 누구없소?

2주에 걸쳐서 두 차례 진행되는데도 빠지지 않고 또 미리미리 오시는 높은 출석률, 열정적 참여도, 주위에 꼭 알리겠다, 다음 교육은 언제냐는 끝 모르는 후기까지, 현장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보여주시는 이런 피드백들이 한국다양성연구소가 계속 돌아가게 하는 동력임을 알아주시길.

만화는 종이책으로 넘겨봐야!

한국다양성연구소는 청소년을 중요한 변화의 주체로 초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다보니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나답게 살아볼 생각, 고민, 음… 뭐든 그런 기회(feat.인턴기자 주기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어떡하면 청소년들이 억압받지 않고 현실에 짓눌리지 않고 스스로를 탐구할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바람. 그 바람의 발로로 청소년들이 위화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웹툰을 그려놓긴 했는데 막상 이걸 알릴 방법이 또 마땅찮은 거다. 하드디스크에 잠자고만 있던 콘텐츠를 꺼내어 청소년들을 만나게 해야 하는데. 늘 고민이던 차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책자를 만들 수 있었다.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 당당한 제목 맘에 들어. 뭐 요즘 쭉쭉 내려 보는 웹툰이 대세지만 만화는 또 역시 종이책으로 넘겨보는 재미가 또 무시 못하지. 게다가 손에 잡기 좋은 핸디형이고 표지디자인도 색감 좋게 예쁘게 나와서 어디고 비치해두고 보기 좋을거 같다. 게다가 책자화 작업을 하면서는 웹툰 제작당시에 참여하지 않으셨더라도 추천사섭외를 빌미로 책을 소개해드릴 수 있어 오히려 좋았어! 이명화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장, 김지우(구르님) 유튜브 크리에이터 두 분의 정성스런 추천사는 추천사만 따로 떼내어 북트레일러라도 만들 수 있을 정도인데… 아 참자! 영상을 더 만들자고 요청할 순 없어.

<나답게사는게어때서> 보기

할말하않 22개 정교육과정

와중에 들려오는 22개 정교육과정 공청회 소식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다양한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가진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차별하는 한국사회에서 이들을 부정하고 혐오하는 움직임은 이미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데 교과서에서까지 이들을 지워버리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차별과 혐오 조장을 단절하고 성평등 가치를 교육과정에 적극 포함시키기 위해 ‘이제는 만들어라, 성평등한 교육과정!’이라는 타이틀로,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을위한네트워크 총 22개 단체와 시민사회요구안 연명 총 175개 단체가 요구안을 냈다. 비록, 시민사회 요구안이 미반영된 채로 확정 고시되었지만 짧고 굵게 끝나는 싸움이 어디 있던가. 언제나 그렇듯 길고 지루하더라도 연대했던 단체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대응방안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참여자를 만나고 연대의 범위를 확장하고 후원회원과 잠재후원자도 덩달아 늘었지만, 노동시간을 계산해보면 최저시급.. 무어 이것이 활동가의 운명이려니. 한국다양성연구소의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글, 사진 : 한국다양성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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