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도착해서 재단에 들어와있어요!” 전화기 너머로 배경처럼 들려오는 웃음소리? 말소리? 그리고 예상치 못한 소식에 담당자의 발걸음은 빨라졌습니다. 2015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 유난히 따뜻한 11월. 수능 전날. 평범한 하루를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수식어들이 많이 붙은 2015년 11월 11일. 그러나 이런 수식어보다 이 날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반가운 손님들이 1시간이나 일찍 재단에 도착했다는 소식입니다.
“천천히 오셔도 돼요~” 아직 셋팅도 안했는데 도착했다는 소식에 너무 놀란 담당자의 마음을 읽었나봐요. 마침 이 날의 특별한 간식을 사들고 들어가던 길이라 재킷으로 가리고, 부랴부랴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 1층 소회의실의 투명한 문으로 다가갔습니다. 교복을 입고 옹기종기 앉아서 뭔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6명의 학생들. 사무공간에서 흔하지 않은 그 모습이 저한테는 따뜻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아있네요.
어느 새 3번째 만남. 반가운 손님. 영동일고 광고동아리 CAM. 환영합니다!
하나의 이름으로, 나눔의 마음을 이어가다
지난 9월 축제를 마치고 벌써 2달. 시험과 재단의 일정이 겹쳐서 이렇게 두 달 만에 만나게 되었네요. 다음 날이 수능이라 학교가 일찍 끝나서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점심도 먹지 않고) 온 6명의 손님들은 재단과 3년째 인연을 맺고 있는 3년차 기부자님들입니다.
2013년 영동일고 광고동아리 CAM은 축제에서 직접 만든 악세사리를 판매한 수익금으로 재단에 기부를 하였습니다. 야무지고 발랄한 6명의 학생이 찾아온 것이 벌써 2년 전 이맘때. 그것이 첫 번째 인연이었고, 올해도 어김없이 직접 만든 팔찌와 립밤을 판매해서 수익금을 기부해주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3년째 기부를 이어갈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미처 예상도 못했던 “동아리 전통으로 만들려고요“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는 정말 감동이었어요. 학생들이 축제, 바자회 등의 수익금을 기부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CAM처럼 학생이 주축이 되고, 매 년 이어서 기부를 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기때문에 이런 만남이 지속될 거라는 기대를 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내년에는 꽤 기다려질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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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청소년을 응원하다
시종일관 웃음기 가득한 만남의 시간 가운데, 가장 진지한 순간이 있었는데요. 그건 학생들이 모은 기부금을 기부할 사업을 정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동안 숨겨두었던 날카롭고 진지한 눈빛을 보았죠. 그 진지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참 감사했습니다.
이른둥이를 지원하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와 청소년을 지원하는 ‘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 두 사업을 두고 몇 분 간의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래를 응원하고 싶다”는 것에 마음이 모아졌습니다.
영동일고 CAM 학생들이 지원한 ‘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은 여행 기회를 가지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스스로 여행을 기획하고 여행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간혹 가다가 ‘여행을 왜 지원하지?’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지원이 시급한 지원 혹은 교육비 등에 책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청소년기의 긍정적인 경험은 먹는 것,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의미있고,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 속담에 “집에만 있는 아이는 어리석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집을 벗어나 자유롭게 여행을 시켜서 아이가 독립심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은 산과 바다를 걷고 헤엄치면서 인내와 협동을 배우고 자신의 나약함과 싸워 이깁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 폭 넓은 경험을 통하여 삶을 보는 시각을 넓히고, 내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한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가 아닐까 합니다. 더 넓은 세계를 주고 싶은 그 마음까지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 관련 글 보기 | 2015 길 위의 희망찾기 닫기캠프 현장스케치
■ 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 관련 글 보기 | 따비에 난민 청소년들의 여행기 ‘우리를 이어줄 새로운 길’
2015년 11월 11일, 3번째 만남을 기억하며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고 이름만 익히 들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잘 알게 되었고,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기부외에도 근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기부를 하는게 인상 깊었다. (김동신.고2)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제작한 팔찌와 립밤을 통해 모은 기부금이기에 더 뜻깊었다. (김세희.고2)
아름다운재단은 배분 사업의 방향성이 뚜렷해서 기부를 안심하고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작은 손길이 모여 큰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박민호.고2)
우리가 하는 일이 그렇게 큰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친구들에게 우리의 이런 작은 도움이 큰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거 같아 행복하고 뿌듯했다. (신주리.고2)
아름다운재단을 이름만 알았는데, 직접 기부도 하고, 재단 관련 설명도 들어서 뜻깊은 경험이였다. 그리고 또래인 청소년들에게 기부 할 수 있게 되어서 알찬 시간이였다. (조나현.고2)
우리가 지원하고 싶은 곳에 기부 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있고, 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것 같다. (조동혁.고1)
나눔가계부에서 ‘영동일고등학교CAM’이라고 적힌 이름을 발견하고 즐거워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학생들이 돌아간 후에 2013년 나눔가계부에서도 찾아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박민호 학생은 동아리의 취지에 대해서 “기부&테이크라고 해서 Give&Take에서 떠올려서 기부를 하는게 단순히 내 것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나 역시 무언가를 얻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라고 설명해주었는데요, 돌아가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니 그 취지 그대로 내 것을 주면서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기부를 한 영동일고 CAM 학생들 뿐만 아니라, 재단에서 만난 기부자님들의 얼굴을 생각하면 항상 밝고 기쁜 표정이었습니다. 받는 것 보다 더 기쁜 나눔, 이것이 나눔의 신비라는 생각이 들어요.
참, 고맙습니다! 내년을 또 기약합니다.
글 | 박해정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