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청소년이 자신의 재능과 지역의 필요성을 연결해 창의적인 일을 기획(창직)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로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총 3년에 걸쳐 진행됩니다. 1차 년도(2016년)에는 전주‧완주·순창이 함께 진행한 반면, 2차 년도(2017년)에는 장수‧전주‧진안 지역이 함께 하였습니다. 올해 3차 년도(2018년) ‘내-일상상프로젝트’는 마지막으로 그간 참여하였던 장수·전주·진안·순창 지역이 함께 청소년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꿈과 진로를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2018 내-일상상프로젝트 3차 년도 사업을 시작하면서 올해 스무 살이 된 ‘내-일상상프로젝트’ 참가자들을 다시 만나보았습니다. 지난 4월 13일, 전주시외버스터미널 근처 한 카페에서 1차 년도 참가자인 이동연(전주), 서명원(순창)님과 2차 년도 참가자인 한가현(장수)님을 만났는데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총 3편에 걸쳐 각각 다른 주제로 연재됩니다.

왼쪽부터 한가현, 이동연, 서명원

스무 살

어떤 이는 청소년 시기를 끝내고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이로 보는 반면,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더 깊게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나이로 보는 이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 삶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필요한 단계입니다. 우리는 이를 ‘진로’나 ‘꿈’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1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아주 흔하게 쓰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무 살이 되고 나니 ‘진로’라는 단어가 새삼 한 번 더 보이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에서 해방되어 미래를 고민하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일까요?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스무 살을 지나 온 우리들은 얼마나 십대 때의 꿈을 마음속에 품고, 이를 실현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갓 스무 살이 된 이들은 또 어떻게 자신의 내일을 그리고 준비하고 있을까요. 이번 2편 ‘진로교육, 그게 뭔데?’는 지난 1편 ‘열아홉과 스무 살의 시차’에 이어 내-일상상프로젝트 1·2차 년도 참가자들과 나눈 대화를 ‘진로’, ‘꿈’, ‘일’ 등의 키워드로 풀어보았습니다.

“대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이동연> 저희 학교는 2년제라 학교에서 시간표를 짜줘요. 그래서 내가 직접 내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고, 정해진 시간 중에 쉬거나 도서관에 가거나 토익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공업고등학교를 나와서 영어를 배우는 게 남들보다 짧았어요. 배우는 게 아쉬웠다 보니 한번 공부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토익반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고요.

서명원> 저는 전공이 컴퓨터니까 이론과 언어 등을 배우는데 괜찮아요. 다만 교수님이 수업 시간을 제대로 배분을 못하는 것이 아쉬워요. (웃음) 또 수학 강의를 할 때 ‘너희들 다 배웠지?’ 하면서 그냥 넘어가는 것도 있고. 지금은 학교  생활만 해도 시간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는 못해요. 만약에 한다면 무덤 갈 거 같아요. 많이 바쁘니까 그것까지 하면 몸이 많이 피로할 거 같아요. 그 외에는 컴퓨터 동아리와 봉사 동아리 활동하고 있어요.

한가현> 저는 기숙사에서 지내니까 학교와 거리가 가까워서 자체휴강하고, 동방에서 공강 대기하고, 선배들이랑 동아리 회의했다가 수업 들어가거나 해요. 동아리는 영어봉사 동아리예요. 학술공부도 같이 하면서 노인 분들 위주로 봉사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복지보건학부에 다니고 있어서 여기는 기본적으로 봉사동아리가 다 포함되어있어요. 물론 자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진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희망제작소(이하 ‘희망’)> 동연님은 고등학교에서 토목을 전공했는데 대학에 오면서 기계로 전공을 바꿨다고 들었어요. 어떤 이유인가요?

이동연> 토목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들었던 것보다 여건이나 임금 같은 부분이 안 맞아서 나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별 생각 없이 수시로 대학을 지원했는데 그게 다 붙어서 그 중에 제일 맘에 들었던 기계과로 오게 되었어요.

희망> 그럼 토목이라는 전공 자체가 본인한테 안 맞은 것 보다는 환경, 조건에 따른 건가요?

이동연> 토목과 자체는 맞았어요. 성적도 잘 나왔고 자격증도 다른 애들보다 많이 땄었으니까요. 일 하는 부분이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제가 관리직이긴 했지만 현장에 나가는 경우도 많았고, 일 자체가 좀 위험해요. 땅 구덩이 몇 십 미터 파놓은 데에 내려가기도 하고 걸쳐 서서 측량도 해야 하고 하다보니까. 대기업 같은, 좀 더 좋은 회사에 가서 관리하는 사람으로 들어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명원> 저는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에요.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이 있었고 이쪽으로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VR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대학교를 다 조사하면서 관련 대학교 학과에 지원했어요. 지금은 천안에서 공부하고 있고 2학년 때부터 VR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그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한가현

한가현> 저는 원래 사회복지사가 꿈이었는데 간호 쪽에도 관심이 있어서 간호학과에 지원했어요. 복수전공으로 보건행정을 전공하고 있어요. 2학년 올라가면 사회복지도 복수전공할 수 있어요.

희망> 꿈은 어떻게 정하게 되었나요?

한가현> 언니가 간호사 일을 배우고 있어요. 언니를 좋아하는 마음에 언니 하는 거 보고 같이 하면 일이 힘든 것도 공감할 수 있겠다 생각해서 선택했어요.

서명원> 중학교 때 핸드폰이 깨졌어요. 할 게 없으니까 책을 읽었죠. 만화,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미래 기술 이용하는 게 나와서 가상현실을 처음 접했어요. 소설을 보면 상상을 하잖아요? VR과 AR은 공간의 제약 없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고등학교 진학 할 때 주위 친구들 보면 꿈이 없는 친구도 있고, 선생님이 정하라니까 막연하게 이유 없이 정하거나 그런 애들을 보면 미래에도 똑같이 애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 봤던 소재를 이용해 VR을 진로콘텐츠에 접목한다면 어떨까. 그걸 학교에 제공한다면 지금 우리가 막연하게 꿈을 정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희망> 친구들이 진로에 대해 막연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서명원

서명원> 제 친구들 중에 자기 진로를 분명하게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사람들은 집에서 하라고 하는 거 하거나 선생님이 이거 해라 하면 그거 해요.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 친구들이 있으면 생님이 정해줘요, 생활기록부에 적어야 하니까. 그래서 적고 쭉 그걸로 가는 거죠.

한가현> 동의해요. 어떻게 보면 저희 학교도 거의 학력제인데, 인문계 와서도 포기한 애들이 많고. 선생님이 그 아이 성적에 맞춰서 진로를 정해주면 그 애는 따라가는 거죠.

“스무 살이 된 지금, 내가 받은 진로교육과 앞으로 받을 진로교육은 어떻게 다른가요?”

희망> 지금 다니는 대학에서는 주로 어떤 진로교육을 하고 있나요?

서명원> 3, 4학년 대상으로 창업동아리를 지원해주거나 진로상담, 취업 강연을 들을 수 있어요.

한가현> 저희 학교는 취업한 선배들이 와서 하는 특강이 있는데 1, 2학년들이 공통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요.

희망> 고등학교 때와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한가현> 고등학교는 꿈을 심어주고, 대학교는 꿈을 파괴해요.

서명원> 고등학교 때는 3D프린팅 같이 갑자기 반짝 뜨는 직업들을 초청해서 1~2시간 강연을 하거나 아무도 관심 없는 바리스타 불러서 커피 제조법을 알려주곤 했어요. 대학교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하는 것 같고, 창업캠프라는 게 있나 봐요. 아직 들어볼 수는 없지만 저희가 직접 가서 하는 것 같아요.

희망> 고등학교 때 했던 진로교육 프로그램은 도움 되지 않았나요?

서명원> 네. 저는 VR 관련해서 듣고 싶다고 진로 선생님께 건의도 했어요. 학생들이 관심 있는 사람들을 불러달라고 했더니 설문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다들 의견이 다양하게 나오니까. 선생님이 꿈인 친구들도 있을 텐데 안 부르고, 공감될만한 사람들도 안 부르고.

이동연

이동연> 고등학교랑 대학교랑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 캠퍼스나 취업 현장에 방문하고, 선배들 불러와서 이야기 듣는 수준이었어요. 지금은 2학기에 듣는 대기업 프로그램이 따로 있어요. 자기소개부터 면접은 어떻게 하는지, 영어 스피킹 교육도 있어서 고등학교 때와는 차이가 있어요.

희망> 그럼 고등학교 때, 학교 프로그램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동연> 선생님들이 현장을 데려갈 때 너무 좋은 곳만 가주지 않았나? 전교 상위권 학생들이 갈만한 곳만 보여주지 않았나. 좀 비현실적인 취업 자리를 알려주셨어요.

희망> 실제 취업했을 때 괴리감을 느꼈나요?

이동연> 그렇죠. 제가 봤던 실습 현장은 공기업이라면 실제로 실습하거나 취업한 건 중소기업이고. 일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니까 학교 프로그램이 실제 도움 되지 않았어요.

희망> 그러면 학교에서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도움이 될까요? 가령 토목으로 취업했을 때의 현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더 나은 진로를 모색했을까요?

왼쪽부터 서명원, 이동연

이동연> 고등학교 1학년 때 알았다면 공기업이나 공무원을 준비했겠죠. 조금 더 일찍 준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있어요.

한가현> 저는 아직까지 진로나 취업에 조급함이 없는 것 같아요. 자격증을 따고 싶긴 한데 학교에서 인정해주는 자격증은 2학년 때부터 가능해서 천천히 하려고 해요. 1학년 때는 좀 노는 시기. 원하는 프로그램은 학교에 다 있어서 더 필요한 건 없어요.

서명원> 고등학교 때 내일상상프로젝트 하면서 만났던 교수님과 선생님들이 저는 창업 쪽이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VR 분야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직업이 없어서 아무도 도달한 사람이 없을뿐더러, 아무도 그걸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까 약간 두려움이 있죠. 다른 직업들은 만든 길을 따라가면 될 수도 있는데 저는 그런 길조차 없으니까? 그래도 저는 지금 제가 걸어가고 있는 것이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가고 있습니다.

희망> 그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도움받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서명원> 학교가 VR 분야를 많이 밀어주니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수님께 도움을 많이 받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것 같아요. 저 역시 두려워서 아무것도 안보이니까 창업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보기도 하거든요.

“우리는 살고 싶은 삶에 하고 싶은 일을 더하는 걸까요, 살고 싶은 삶으로 가기 위해 무언가를 더해야 하는 걸까요?”

이동연> 내가 살고 싶은 삶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것 같아요. 살고 싶은 삶은 일 안 하면서 돈 버는 것, 건물주 같은 거 아닐까요?

희망> 본인은 목표가 명확하다고 생각하나요? 그런 목표가 있음에도 막연함을 느끼나요?

이동연> 목표는 뚜렷한데 막연하다고 생각돼요. 일단은 제가 가고 싶은 곳을 정하긴 했어요. 근데 커트라인도 있고, 그걸 뚫어야 하고. 그것만 바라봤는데 안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생각들이 겹쳐서 막연하게 느껴져요.

 

아직은 취업에 대한 조급함 없이 대학 새내기로서 캠퍼스의 낭만을 누리는 스무 살과, 자신이 정한 꿈을 향해 명확하게 화살을 조준하면서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스무 살, 일찌감치 사회를 경험하고 보다 안락한 삶을 위해 고등학교 때도 안 하던 공부에 매진 중인 스무 살까지 우리가 만난 스무 살들은 저마다의 꿈과 목표, 각자의 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무 살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기도,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삶에 대한 막연함을 안겨주기도 했는데요. 대학생이 되어 사회를 맞이한 지금, 10대 때 꾸었던 꿈 그리고 앞에 놓인 현실 속에서 이들은 어떤 내일을 상상하며 오늘을 살아갈까요? 그 과정에서 진로교육은 어떤 메시지와 내용으로 다가가야 할까요?

고등학교 때 받은 진로교육 프로그램에 아쉬움을 남기고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을 보며,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어떠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만약 다시 내-일상상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어떤 활동을 해보고 싶은지, 올해 후배들이 참여한다면 어떤 부분을 개선했으면 좋겠는지 등 참여할 당시에는 물어보지 못했을 이야기까지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재되는 3편 『내-일상상프로젝트, 그 후(가제)』는 지난 2년 간 진행하였던 내-일상상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 및 협력기관 홈페이지와 블로그, 페이스북에 5월 25일(금) 게시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 바랍니다.

글 l 사진 희망제작소 김수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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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는 버버리기금으로 지원되는 사업이며 희망제작소•전주 YMCA•장수 YMCA•진안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순창 청소년수련관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자신의 재능과 지역의 필요성을 연결해 창의적인 일을 기획(창직)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로 상상학교, 상상캠프, 내일생각워크숍, 내일찾기프로젝트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청소년들이 내 일(my job)을 통해 내일(tomorrow)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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