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3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마포다정한재단의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불안정한 삶을 붙잡아주는 지역사회 응원망 – 실업급여도, 퇴직금도 없이 일자리 잃는 사람들의 수다회

“원청에서 받는 위탁금액이 줄었다면서 상담일 하던사람을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다른 용역 일로 보내버려요. 가면 신입 급여 받으면서 일해야 하니까 대부분 못 견디고 그만 두게 돼요. 사실상 해고지만 자진퇴사라서 실업급여도 없어요.” – 40대 콜센터상담사

“수술 받느라 며칠 일을 못 갔더니 요양 받던 어르신이 다른 보호사로 바꿔버렸어요. 갑자기 실직한 거죠. 일한 지 1년이 되지 않아 퇴직금도 못 받았어요.” – 60대 요양보호사

“위탁업체가 길어야 5년 사업해요. 업체가 바뀌면 관리소장을 교체하는데 경비원들까지 덩달아 그만두게 할 때도 있어요. 3개월짜리 재개약 안하면 되니까 자르는 것도 쉽죠.” – 70대 아파트 경비원

시급 수준의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3개월마다 계약서를 다시 쓰고, 길어야 1년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습니다. 불안정노동자라고 뭉뚱그려 불리는 사람들이 뉴스에 오르내릴 때 우리들은 대체로 해고당하고 복직 투쟁하는 노동자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안타까워하지만 개인이 어떤 지경이 되어 일자리를 잃는 지 자세히 알기는 어려웠지요.

우리는 불안정노동자의 실직을 노동문제로 바라보기 보단 삶의 문제로 바라보는 데서부터 시작했습니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항력인 일이 집단이 움직이고 사회가 움직이면 가능해질 수 있으니까요.

시시때때로 닥쳐오는 삶의 위기를 견디게 하는 지역의 응원

여름 동안 일하고 가을엔 실직하거나 올해는 일할 수 있었지만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새해 연 초부터 실업자가 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불안한 일상, 불안한 노후를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언제 일을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미래를 대비할 수도 없는 최저임금이라 아끼고 절약해도 일상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비정규직, 위탁계약직, 단기계약직은 갈수록 늘어가는 게 현실이니까요.

그 이야기를 지역과 공유했습니다. 동서로 길게 가로놓인 마포의 특성을 고려해 동부와 서부 지역 공론장을 만들었고 지역과 상관없이 불안정한 일을 하는 청년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지역 공론장은 발제하고 토론하는 기본 형식은 물론 불안정노동자 당사자 뿐 아니라 지역 사람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참여한 사람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이후에도 서로 관심 가질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파티와 야유회 형식으로 진행했어요. 불안정노동자들 간에도 교류가 일어나더군요. 65세가 넘은 경비원들 중에는 실업급여 제도에 아예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접한 사람들도 있고 여러가지 위탁사업을 하는 업체에 고용된 콜센터 상담사가 전혀 다른 위탁업무로 보내는 방식으로 해고된다는 것을 처음 들은 사람들도 많았어요. 해고 되어도 곧장 다른 일을 찾지 않으면 생계가 위험하니까 실업급여나 퇴직금 받아낼 수 있는 대책을 찾아 나서기도 어려운 배달노동자 이야기들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어요. ‘이런 이야기 처음 해봐요. 잘리면 또 잘렸구나 하고 살았는데 내 이야기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경험은 처음입니다.’ 공론장 참석자의 말입니다. 노동문제니까 노동단체가 하는 일로 치부하지 않고 동료로, 이웃으로 사는 사람들이 겪는 삶의 문제로 바라보고 지역사회가 함께 응원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여도 그만두지 않는 마음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계약종료, 실직이었습니다. 실직하고 한 달 이상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바로 일상의 위기를 맞는 것이니까요.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은 지역사회 모금으로 이어져 위기의 시간을 함께 견뎌줄 실직(퇴직) 응원금이 만들어졌습니다. 현금 기부는 물론 마포 지역활동 단체인 마포공동체경제모아가 운영하는 지역화폐로도 기부가 이어졌습니다. 십시일반 중꺾그마 응원으로 만들어진 이 재원은 2024년 마포노동자공동체일꿈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불안정노동자 18명에게 실직(퇴직) 응원금으로 연중 전달됩니다. 물론 실직(퇴직)응원금 모금도 지속될 예정입니다. 노동문제로만 여겨졌던 일을 지역의 노동단체와 비영리단체, 지역사회재단이 연대하고 협력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정착된 것이 큰 성과 중 하나입니다.

불안정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고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인 것은 모두 압니다. 제도 정책적인 개선 요구는 당연히 계속 되어야 하고 그동안 현재를 견뎌가야 하는 사람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손 잡아주는 것입니다. ‘능력에 따른 차별은 정당하다’는 식의 능력주의를 지양하고 서로를 살려내는 함께 사는 세상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현실적 대안이 되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안전망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만드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는 것은 지역의 힘이 될 것이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힘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글, 사진 : 마포다정한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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