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나리오] 이름으로 진행되는 여러 사업 중에서 유일하게 활동가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2002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활동가 재충전 (휴식/해외연수) 지원사업’으로 활동가 스스로 쉼과 회복을 위해 기획한 재충전의 기회를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6 변화의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해외연수부문 지원사업]은 2014년에 신설되었으며 소속된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슈와 관련하여 해외 단체 또는 지역탐방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16년에는 총 7팀 27명의 활동가가 선정되어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김선혜님은 분단된 한국사회에서의 평화적 갈등해결교육의 통합 방안을 모색하고자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평화교육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현장에서 여성들이 평화구축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평화교육이 학교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전문가들과 이야기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오셨다 합니다. 연수내용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해외연수부문 지원사업 (출처-김선혜 님)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해외연수부문 지원사업 (출처-김선혜 님)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7일까지 북아일랜드를 다녀왔다. 북아일랜드는 오랜 영국의 식민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로 분단된 독립국가, 영연방에 남게 된 북아일랜드 내부에서 독립과 연방 존속을 둘러싼 세력 간 내전 그리고 마침내 평화협정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흡사 몇 몇 자구만 고치면 마치 우리나라와 같은 맥락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이곳 사람들은 분단과 내전, 평화협정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평화형성 노력을 했을까?

처음 도착한 벨파스트에선 분리를 지지하는 구교의 학교와 영연방 존속을 지지하는 신교의 학교가 나뉘어 있고, 각 학교의 교사도 다르게 훈련・교육된다. 이곳에선 분단을 내재화하는 종파적 분리교육 대신 통합교육 운동으로 평화교육을 하고 있는 통합교육협회와 통합학교를 방문했다. 이른바 Troules라 불리는 내전 기간에도 평화의 씨앗을 만들려고 노력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통합학교였다. 구교와 신교의 학생 비율이 각 40%를 넘지 않고 그 외 무교나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이 나머지를 채워야 하는 설립 신청을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평화형성이었다. 평등, 부모의 참여, 사회적 책무성을 원칙으로 하는 통합학교의 설립과정은 평화형성이라면 내용은 민주성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방문한 학교의 교실에서 본 몇몇 규칙들은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학교 방문에서는 우리나라 학교와 다른 건물구조와 시설이 그 내용보다 더 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 놀러 나가기 좋게 교실은 대부분 1~2층이었고, 넓은 운동장과 학생들이 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한 텃밭이 인상깊었다. 이런 환경을 왜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는 줄 수 없을까? 대규모 택지가 조성될 때 마다 빠지지 않는 학교 부지를 둘러싼 갈등이 생각나면서, 돈이 아니라 교육의 철학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리밀라센터, 숀패틱스 (출처-김선혜 님)

코리밀라센터, 숀패틱스 (출처-김선혜 님)

벨파스트를 거쳐 기독교평화공동체 코리밀라에 묵었다. 신의에 기초해 운영된다는 시설, 숙소에는 열쇠가 없었고, 운영의 대부분은 세계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있었다. 기독교공동체라는 말에 종교적 부담이 있는 행사가 염려되었으나 다행히^^ 그런 것은 없었다. 풍광이 아름다운 밸리캐슬에 위치한 코리밀라는 ‘Corrymeela begins where you are.’ ‘ Corrymeela begins when you leave.’라는 말에서 삶에 스며드는 평화형성 노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런던데리 혹은 데리라 불리는 곳은 북아일랜드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분쟁지가 되었던 사건, 이른바 Bloody Sunday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었다. 지금은 당시 피해자의 치유를 비롯한 다양한 평화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데리 성곽에 있는 비문은 당시 죽음을 기록하고 있었다.

데리를 마지막으로 북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로 가는 길은 별도의 국경 출입 절차가 없었다. 이미 우리가 북아일랜드에 도착했을 때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다음이었으나 아직 후속 조치가 없었던 때이지만, 브렉시트의 결과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를 가르는 국경선이 다시 세워진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다.

 

트리니티대학 워크숍 "Women Building Peace Korea and Northern Ireland" (출처-김선혜 님)

트리니티대학 워크숍 "Women Building Peace Korea and Northern Ireland" (출처-김선혜 님)

트리니티대학 워크숍 “Women Building Peace Korea and Northern Ireland” (출처-김선혜 님)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은 북아일랜드의 소박한 도시와 다른 활기가 넘치는 도시였다.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에서 한국과 북아일랜드에서 여성들의 평화형성을 위한 노력에 관한 세미나가 있었다. 여성이라고 표현하기보단 젠더적 감수성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속성 그리고 기본을 놓지 않으려는 자세가 공통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미나 못지않게 기억에 남는 것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그 멋들어진 도서관을 트리니티 대학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중세 만들어진 캘리그라피 성경책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짧은 기간, 꽉꽉 채운 일정이었다. 이 글을 정리하면서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북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의 역사가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듯이 우리의 역사도 앞으로 우리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글ㅣ사진  김선혜 (평화를만드는여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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