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사업명에도 드러나듯 공익단체의 프로젝트에 ‘스폰서’가 되어 주는 지원사업입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연중 12개월, 매월 접수를 받아서 선정합니다.) 사업 기간이 3개월로 다소 짧지만 그만큼 알차고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으로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청소년 성인권교육을 마치며…

어릴 적 성교육이라는 것을 제대로 받아 본 적 없는 내가 여성회에서 마주한 성평등강사단 활동은 사실 아직도 엄청난 충격의 연속이다. 성평등이랑 양성평등이 어떻게 다른지도 아직 정확히는 모르고 페미니즘이 여성만의 권익을 위한 이념인 줄 알고 오히려 반감을 느꼈던 나는 여성주의 책모임을 하면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했었다.

나도 모르게 분노하거나 눈물 흘릴 때가 많았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치유받기도 하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내가 청소년들과 성평등 교육을 하다니… 여전히 난 아직 아니라고 말해왔지만 이번에는 문득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40이 되어서야 나를 어떻게 존중해야하는지 알게 된 나 자신을 생각하면 이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는 훨씬 빠르고 많아지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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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권 활동지기 양성과정 워크숍 (출처 : 인천여성회서구지부)

난 현재를 우리와 같이 사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를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하고, 그 대안이 무엇인지까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친구들과 기대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마주하기를 마음먹고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난 아이들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앞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춘기에 대한 이야기나 성교육을 주제로 얘기할 때는 교육을 받은 경험들은 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없거나 현실적으로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진짜 필요한 교육 내용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게 문제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성교육의 내용에 대한 청소년의 요구사항과 청소년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설문조사 결과를 이야기해주었을 때는 조금은 놀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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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꼭 같은’ 성인권 활동지기 양성과정 워크숍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는 어른을 만나는 경험도 생소했겠지만, 아직은 깊이 고민해 보지 않은 내용일 수 있는 중1이었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러나 스펙트럼 토론을 하면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다 보니 이 친구들이 성인권 활동지기로 활동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함을 느낄 수 있었고, 성평등 감수성은 생각한 것보다 높은 편임을 깨달았다. 걱정과는 달리 자신의 입장이 뚜렷한 친구들인 것 같아 흐뭇했고, 오히려 배운 대로 일상생활에서 생활하기에는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적인 상황들이 현실적으로 사회전반에 너무 많이 존재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직은 그런 차별적인 상황을 직접적으로 느껴 본 경험은 적은 편이지만 교육이 진행될수록 현실과의 괴리감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듯했다.

그나마 다행히도 지금의 청소년들은 우리와는 달리 남녀의 역할 구분에 대한 편견은 훨씬 적은 편이었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남녀의 차이를 왜곡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있을 수밖에 없기에 성평등한 사회에 대한 이해나 기대에 관한 교육은 장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곳에서 꾸준히 진행되었음 좋겠다고 느꼈다. 차이를 차별로 만들지 않고 지금보다 좀 더 안전하고 성평등한 사회가 되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면 좋겠는지를 물었을 때, 처음엔 머뭇거리다가 이내 한 가지씩 문장을 완성해내면서 질문과 관련 없는 내용 일까봐 걱정하던 아이들이 예상외의 문장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시험 못 봤다고 혼내지 마세요! 내가 더 슬퍼요!”
“고정관념을 바꾸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진다!”
“남녀차별 하는 선생님이 없어지면, 학교가 좋아진다!”
“투표권을 달라! 우리도 사람 볼 줄 안다!”

아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의사표현 할 기회가 없을 뿐 이미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으며,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와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존중감도 확립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감동하고 놀랐으며 기쁘기도 했다. 이번 교육은 아이들도 그리고 나 자신도 함께 성장한 소중한 기회이기에 충분했다.

글 l 사진 김희선(인천여성회서구지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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