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무는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관심 갖는 ‘지역에 사는 청년’이며, 그중에서도 여러 자리에 자주 호명되는 청년 중 하나다. 때문에 하무를 떠올리면 청년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세대의 이름으로 한 사람을 대상화한다는 게 편하지는 않다. 단어 하나가 한 사람이 가진 수많은 결들을 쉽게 지워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과 하무를 떼어 놓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하무가 해 온,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는 활동에는 청년이란 이름이 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청년 활동가이자 올해로 3년 차 활동가가 된 하무. 하무에게 #청년, 그리고 #센터, #지리산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하무입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이하 지리산 센터)에서 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어요. 2018년 지리산 센터가 처음 문 열 때부터 함께해 올해로 3년 차 활동가가 되었네요. 지리산 센터에서 일하기 전엔 마을에서 친구들과 커뮤니티 밥집을 운영하며 흔히 말하는 ‘청년활동’을 주로 했어요. 지리산 센터에서 일할 때 처음 맡았던 파트도 ‘청년’이었죠. 지리산권의 청년들이 어떻게 지내나 인터뷰하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했어요. 작년에는 청소년까지 범위가 확장되었어요. 지리산 센터 일 외에는 남원에서 새파란이라는 청년정책네트워크 모임도 함께하고 있어요. 마을 청년 모임도 같이 꾸려가며 청년이라는 키워드를 계속 가져가고 있죠.

저는 청년 당사자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면서도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요. 나이대만 맞으면 청년인지, 사회적 조건이 청년을 정의하는지. 하무는 어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리산 센터 밖에서 하는 활동 중 남원 청년정책네트워크가 있어요. 시내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활동인데, 그 안에도 정말 다양한 청년이 있더라고요. 청년을 관통하는 교차성이 매우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사람들이 청년이란 이름 하나로 불려요.

청년이 지역에서 처한 환경은 정말 가지각색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이란 말로 퉁쳐지니까 정작 필요한 사람이 청년의 이름으로 필요한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죠. 저는 지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환경을 가지고 있고, 주변에 신뢰할 만한 어른들이 있는 청년이에요. 이런 제가 진짜 청년을 대표해서 불리는 게 맞나 싶을 때가 많아요.

요새 특히 많이 확인하고 있는 게 ‘청년들이 지역에서, 시골에서 살기 진짜 힘들다’에요. 특히 주류의 방식, 기성세대의 규범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살기는 더더욱 어려워요. 청년이 많이 호명될수록 이미지만 소비될 뿐 실제 삶이 나아지고 있지 않아요. 고민이 많이 되는 지점이죠.

산내 청년들이 운영했던 커뮤니티 밥집, 살래청춘식당 마지 전경 (출처: 하무)

산내 청년들이 운영했던 커뮤니티 밥집, 살래청춘식당 마지 (출처: 하무)

그런 무거운 고민이 있는지는 잘 몰랐네요. 청년을 넘어서 ‘일하는 하무’는 어때요? 지리산 센터에서 현재 작은변화의시나리오 공모사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할 만해요?

이번 공모사업은 이전과는 좀 다르게 진행했어요. 기존에도 심사위원단이 계셨지만, 이번에는 심사위원단과 공모사업 기획 자체를 같이 했어요. 심사 컨셉을 잡고, 심사 기준을 세우고, 신청서도 같이 만들었죠. 이번에 공모사업을 처음 맡았는데, 이렇게 같이 해주시는 심사위원 선생님들 덕분에 책임의 무게를 많이 덜었어요.

사실 지리산 센터가 모든 것을 다 할 순 없어요. 지리산 센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죠. 지리산 센터 사무국에서 짊어지기에는 큰 짐이 있다면, 그런 짐을 함께 나눠주고 같이 소통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제 역량이 엄청나서 그런 것을 다 하면 좋겠지만, 그런 만능 활동가를 단시간에 성장시킬 수 있지는 않잖아요. 해야 할 역할은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 지리산 센터라면 주변에 함께 해 줄 수 있는 그룹들이 많아지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하무가 봤을 때, 지리산 센터가 지리산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지리산권 사람들이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거나,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생각나는 지리산 센터였으면 좋겠어요. 무엇이든 편하게 제안할 수 있고, 그래서 머릿속에만 머물던 생각을 실제로 싹 틔울 수 있는. 지금의 지리산 센터가 행정 지원으로 운영되는 다른 중간지원조직보다는 훨씬 유연하고 부담이 없기는 해요. 그럼에도 벽이 있고 경직되어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저도 그렇게 느끼는데, 아마 지원을 받거나 파트너로 일하는 단체들 입장에선 그 벽이 더 높을 게 분명하고요. 그런 것들을 하나씩 허물어가며 경계를 넘나드는 지원센터가 되었으면 바래요.

그런 점들을 느끼는 건 어쩌면 하무가 지리산 센터 밖에서 여러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일이 많아 피곤하지는 않아요?

저는 일 스위치의 온/오프가 잘 되는 편이에요. 요즘엔 지리산 센터 외부의 지역 활동이라고 해도 지리산 센터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근데, 그렇다고 해도 저는 그때 ‘일’로 느껴지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사무실 의자에서 일어나면 스위치가 딱, 꺼지는 거죠. 하고 싶고, 보통은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라 오히려 어떤 놀이처럼 느끼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지역 활동과 지리산 센터 일을 적당한 균형으로 유지하며 함께 하고 싶어요. 지리산 센터 일에 지쳤을 땐 숨구멍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지리산 센터에서 일하면 그런 활동은 물론 관계들도 많이 생길 것 같아요. 그중에 하나가 아름다운재단이 아닐까 싶어요. 하무에게 재단과 함께 일하는 경험은 어떤지 궁금해요.

저는 재단으로부터 신뢰받고 있다고 느껴져서 좋아요. 지역에서 활동하며 ‘신뢰’가 얼마나 어렵고 무거운 말인지 느낄 때가 많았어요. 그 때문에 상처 받을 때도 많았고요. 아름다운재단은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 일한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모종의 책임감과 동시에 뿌듯함, 성취감, 안도감 비슷한 감정들이 뒤섞이곤 해요. 그 감정들이 낯설지만 좋았어요.

신뢰받고 있다고 느낀다니 저도 좋네요. 재단과 지리산이음이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를 함께 만들어 가는 파트너이지만 동시에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는 독립된 존재이잖아요. 쉬운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저도 늘 생각이 많아요. 그럼에도 신뢰받고 있다고 느낀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지리산 센터 사무실 분위기는 어때요? 오밀조밀 함께 모여 있어 좋은 점도, 불편한 점도 있을 텐데요.

지리산 센터의 조직문화는 이전보다 훨씬 수평적으로 변해 많이 유연해졌어요. 아무래도 동료들과 관계에 있어 유대가 생기면서 그렇게 변한 것 같아요. 처음 1년차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되게 많이 변했죠. 새로운 사람들이 결합되더라도 이 문화가 잘 유지되면 좋겠어요. 저는 제가 겪었던 조직 중에서는 근무환경이나 조직문화를 생각했을 때, 지리산 센터는 정말 좋은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고, 또 앞으로 조직문화는 좋아질 것 같아요.

저도 지리산 센터에서 하무와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지리산 센터에서 함께 하고 하무에게 일어난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리산 센터와 함께 하고 나서 지리산에 놀러 갈 곳이 많이 생겼어요. 그만큼 지리산 둘레에 사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는 뜻인 거 같아요. 전엔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에 가거나 다른 먼 지역에 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요즘엔 보통 하동, 구례, 남원 이쪽 동네를 주로 다녀요. 그러다 보니 애정 하는 공간도 하나 둘 생기고 있고요. 어느날 부터인가 구례에 갈 때마다 그 동네 친구들과 자주 가는 밥집과 카페 사장님이 저를 알아보시는 거예요. 안부를 가끔 묻기도 하고요. 이런 식으로 관계가 형성되니까 단순히 지리산 센터에서 바라보는 ‘사업 영역’, 혹은 ‘여행지’ 그 이상으로 지리산권이 제게 느껴지고 있는 요즘이에요.

📸하무의 지리산 사진 

지리산 둘레를 돌아다니며 종종 캠핑을 할 때가 있어요. 같은 지리산인데도 숲에 있다보면 매 번 새롭게 느껴져요. (출처 ; 하무)

지리산 둘레를 돌아다니며 종종 캠핑을 할 때가 있어요. 같은 지리산인데도 숲에 있다보면 매 번 새롭게 느껴져요. (출처 ; 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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