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1950년 경남 진주에서 병중인 시각장애인 아내를 지게에 지고 피난가는 한 남성의 모습입니다. 가진 것이 없어서 일 수도 있겠으나, 피난 길에 식량이며 가재도구 챙기는데도 아까웠을 것이고, 전란 속에 짐이 될 병든 장애인 아내를 데리고 가기 마음 먹기도 힘들었을터, 아내를 지고 가는 남편의 모습에는 근래에는 보기 드문 감동이 있습니다. 

비단 어깨에 실리는 아내의 무게가 아닌, 남편이 마음으로 업고있는 아내에 대한 사랑의 크기와 무게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전쟁같은 우리네 세상살이 

기약도 없이 가재도구를 이고 가족과 함께 걷는 피난길만큼 막막하지는 않겠지만, 오늘날의 세상살이도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청년과 가족의 미래를 억누르는 비싼 등록금 시대에 한 마트의 냉동고에서 안타깝게 삶을 마감한 아르바이트 청년의 이야기나, 정리해고에 반대해 목숨을 걸고 반년이나 크레인 위에서 시위하는 노동자의 이야기, 최저시급 4,320원에서 325원 인상을 못해 파행적으로 260원 인상으로 결정하는  사회현실을 보노라면, 전란처럼 힘든 하루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평범한 서민들의 녹녹치 않은 현실속에서, 저도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느낍니다. 가진 것도 없지만 더 움켜쥐어야 할 것 같고, 손에서는 뭔가 계속 빠져나가나는 듯 하고, 우왕좌왕 마음은 이미 피난길 위에 서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소중한 사람들, 꿈, 희망, 행복, 미소와 같이 정말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은 어느 새 마음을 떠나고 없습니다. 노력해도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을 듯한 갈증만 남는 것 같습니다.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그런 저를 일깨우는 것은 성공한 사람이나 무엇을 해도 어쩔 수 없다는 포기와 냉소도 아닙니다. 작은 것을 나누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희망이란 이름으로 타인의 삶의 무게를 나누어 진 사람들입니다.

얼마전 아름다운재단 회의실에서는 22명의 아이들이 모은 기부금 전달식이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막무가내 대장부’라고 이름한 이 아이들은 두레학교 초등생 어린이들로 22명이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지리산 31km 종주를 성공하면, 우리 사회 가난한 친구들의 여행지원을 위한 기부를 해달라고 이웃들에게 직접 모금을 했습니다.

막무가내 대장부 소개 : https://beautifulfund.org/?p=9466

 

아이들이 모은 기부금은 3,621,630원입니다. 아이들의 부모님, 친지, 이웃, 등산 중에 만난 시민들은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짊어진 희망의 무게를 응원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또, 작은 기부금을 더함으로써 그 무게를 나누어 짊어지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막무가내 대장부들이 모금한 돈, 또 여기에 더해 수많은 시민들이 기부에 동참해 올 여름에도 17개 단체의 아이들이 산으로 바다로 도시로 해외로 자신들이 꿈에 그리던 여행을 떠납니다. 작은 희망이 모여 정말 큰 변화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작지만 소중한 자신만의 1%를 나누는 평범한 시민 기부자들을 만나며 배웁니다. 

불안과 소유의 갈증은 타인의 고통을 끌어 안고 희망을 짊어면서 사라진다는 사실을,
두레학교 친구들처럼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격려하며 그 희망을 안고 갈 때 삶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원지고 즐거움도 생긴다는 사실을,
그럴 때 바로 정당한 분노가 변화와 창조의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를 위한 희망 1%를 

여러분들의 고통, 불안도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 많은 이웃들이 함께 고민하는 것들일지 모릅니다. 또 여러분들의 고민조차 행복한 꿈이라고 부러워하는 더 낮은 곳의 이웃들도 많습니다.

 

어쩌면 느리지만 먼 희망을 향해 가는 길, 그 희망을 함께 지고 가시지 않겠습니까? 아름다운재단이 그 희망을 함께 짊어지고 동행하겠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기부금의 지원사업을 통해 가난하고 차별받는 이웃을 돕고, 이러한 사회문제들을 이슈화해 변화를 유도하고 시민 공익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부금은 시민 여러분의 아름다운 1%나눔을 통해 마련됩니다.

글 | 정경훈 간사

댓글 3

  1. 아메아메아메리카노

    뉴스레터를 받고 피난길이라는 제목에. 그리고 아내를 업고가는 사내의 모습에 무거운 주제는 피하고 싶어 클릭을 미뤘습니다. 하루이틀 상간으로 부산 영도는 전쟁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토사에 사람과 집이 쓸려내려가는 세상살이를 접하고.. 월요일 아침만큼은 모른척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읽길 잘했네요. 느리지만 희망을 향해 가는 길, 함께 가겠습니다!

  2. 가진 것도 없는데 자꾸만 움켜쥐어야 할 것 같고, 자꾸만 손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그 우왕좌왕하는 마음! 그러게요. 마치 피난길 위에 선 사람들 같다고 표현한 우리 서민들의 삶이 정말 가슴에 와 닿네요. 현실에 치이지 말아야지, 소유를 갈망하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어느덧 돌아보니 나도 소시민적 삶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더라고요. ㅠㅠ 막무가내대장부 아이들의 나눔에서 다시 한번 내 삶을 돌아봅니다. 작은 나눔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그 아이들이 결국 어른들의 스승이네요.

  3. 반짝이최

    멀리서 찾는 희망이야기가 아니라 참 좋습니다. 막무가내 아이들의 막무가내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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