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랑법, 웃음

김가은 이른둥이 이야기

 

늘 밝은 표정으로 쌍둥이 딸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가은이 엄마, 배주경 씨

      슬하에 여덟 살 난 이란성 이른둥이 쌍둥이를 둔 김성환‧배주경 씨 부부. 첫째 가은이는 둘째 나은이와 달리 몸이 불편하긴 하지만, 주경 씨는 엄마로서 시종일관 딸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가르쳤다. 바로 긍정의 힘이다. 늘 밝은 표정으로 쌍둥이 딸들과 친구처럼 지내오는 그녀는 딸들한테 행복이 가득한 웃음을 자연스레 물려주고 있었다.   “한번은 그런 적도 있었어요. 1년에 한두 차례, 10년 동안 만남을 유지해 온 모임이 있거든요. 그런데 매번 타이밍을 놓쳐 가은이가 아프다는 얘기를 못하다가 지난번에 했어요. 그랬더니 그런데도 그렇게 밝을 수가 있느냐며 갑자기 사람들이 우는 거예요. 하하. 그래서 그게 울 일은 아니라고 위로했죠.”     그 모습 그대로 내 딸을 위해   그해 여름의 끝자락, 느닷없이 배가 아파왔다. 황급히 발길 닿은 산부인과에서 배 속의 쌍둥이는 세상에 얼굴을 내밀려 들었다. 임신한 지 26주, 이제 출생한다면 쌍둥이가 생명을 부지할 확률은 반반이었다. 따질 것도 없이 엄마는 분만억제 약물을 의지하며 죽을힘을 다해 쌍둥이를 배 속에서 잠재우기 위해 다독였다.   “중증 환자처럼 분만실에 24시간 누워 있었어요. 몸을 일으키면 애들이 나오니까, 볼일도 커튼 치고 누워서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되게 힘들었어요. 그렇게 6주 쯤 버텼는데 배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선생님이 와서 보더니 이제는 안 되겠다고, 분만해야겠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쌍둥이 여아인 가은이와 나은이는 세상에 울음을 터뜨렸다. 인큐베이터에 보름 정도 두었지만 아이들은 2㎏ 내외로 주수에 비해 건강했기에 엄마, 주경 씨는 내심 안심했다. 그런데 백일 무렵이었다. 나은이와 성장이 다르게 가은이가 자꾸 몸을 뻗치는 탓에 재활의학과를 찾아가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은이는 안타깝게도 신생아무호흡증으로 인해 몸이 불편한 채였다. 그 후, 가은이는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뇌병변 2급 진단으로 가은이는 생후 7개월부터 8살인 지금까지 재활치료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가은이는 초등학교 다니면서 방과 후에 물리치료를 받고 있어요. 여기 경산에서 대구 병원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요. 그런데 치료가 별로 효과가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치료 안 하면 금방 나빠지고 하니까. 그래서 걷는 걸 기대하기보다는 근육이 더 안 뭉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제가 긍정적인 편이라서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가은이한테 해 줄 수 있는 부분을 감당하고 있어요.”      

긍정적으로 현실을 받아 들인다는 것, 결국 가은이를 위한 것이라는 배주경 씨

   활발한 주경 씨와 당당한 가은이   사실 주경 씨와 남편, 성환 씨는 소위 주말 부부다. 다름이 아니라 경제 활동으로 성환 씨는 주말에만 딸들을 만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주경 씨는 남편이 그리울 법하고, 가은이와 나은이도 아빠와 헤어지기 싫겠지만, 일요일 저녁이면 세 모녀는 성환 씨가 섭섭할 정도로 씩씩하게 다음 주말을 기약한다.   “그렇게 애들 아빠도 벌고 병원비는 지원이 돼서 괜찮은 편이에요. 복지관 비용만 되면 되거든요. 그런데 왔다 갔다 하는 데 좀 들어요. 재활치료 받으려면 경산에서 대구까지 일주일에 네 번 왔다 갔다 해야 하거든요.”   병원 하며 아무래도 가은이가 커갈수록 육체적으로 벅차지만, 주경 씨는 가은이를 위해 자주 외부 활동을 하는 편이다. 그것은 그다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주경 씨의 긍정적인 부분도 한몫했다. 다솜이가족캠프도 그래서 참여했다. 쌍둥이도 쌍둥이지만 주경 씨도 캠프를 즐겼다. 재활치료비 지원도 그렇고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는 여러 부분에서 도움이 됐다.   “이제 가은이 키가 1미터거든요. 그런데 또래 애들보다 20센티미터 정도 작은데다 못 걸으니까 기어 다니거나 안기거나 하잖아요. 그러니까 바깥에서 놀다 보면 가은이보다 어린 애들이 가은이가 어린 줄 알고 ‘니 몇 살이고?’ 그래요. 그러면 가은이는 ‘니는 내가 기어 댕긴다고 애긴 줄 아나?’ 그러면서 ‘니는 몇 살이고!’ 그러더라고요. 하하. 어디 가서 당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거실 벽 한쪽을 가득 채운 가은이, 나은이 그리고 가족 사진들

 

   

가은이의 보행보조기구와 맞춤형착석보조기구

    모양은 다르지만 무게가 같은 엄마의 사랑   아무래도 몸이 불편한 가은이를 신경 쓰다 보니 나은이를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주경 씨는 홀로 성숙한 나은이에게 못내 미안했다. 또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실제로 나은이는 활발한 성격으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스스로 잘해냈다. 그렇게 다재다능한 나은이는 학교에서 상도 많이 받고 칭찬도 곧잘 들었다.    “나은이가 애가 되게 착해요. 가은이가 몸이 불편해서 뭐 시키면 ‘좀 시키지 마라!’ 짜증은 내는데 다 해 줘요. 그리고 올해 일반 초등학교에 둘이 같이 입학하고 나서 가은이는 앉아만 있어야 되니까 놀 친구가 없거든요. 그래서 가은이는 항상 나은이한테 놀아 달라고 해요. 솔직히 나은이도 다른 친구랑 놀고 싶거든요. 그래도 나은이한테 ‘가은아, 내가 놀아 줄게’ 해요. 그런데 저는 가은이를 향한 책임을 나은이한테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나은이도 나은이의 인생이 있으니까요.”    가은이와 또 다른 나은이를 향한 엄마의 사랑. 모양은 달라도 무게는 같은 사랑이었기에 나은이에게 소아우울증 따위의 일은 없을 듯하다. 사실 주경 씨는 염려가 없는 편이지만, 가은이의 사춘기가 살짝 걱정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춘기가 오면 가은이는 스스로를 나은이랑 비교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주경 씨는 무엇보다 가은이에게 지금의 모습 그대로 긍정적인 가치관을 심어 주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편견 같은 게 있잖아요. 그래도 ‘나는 왜 이렇지’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서 자녀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줘야 할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 가은이와 나은이를 위해 안간힘을 다해 주는 주경 씨. 아무리 긍정적인 그녀라고 하지만 자녀가 아픈데 더러 속상할 때가 왜 없겠는가. 그러다 그렇다고 주저하지 않는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활발한 엄마였다. 그렇게나 주경 씨 같은 엄마라면 가은이나 나은이의 마음에 구김살이 지게는 하지 않을 터. 그야말로 유쾌한 주경 씨는 가은이와 나은이랑.도란도란, 그리고 티격태격…… 행복한 앞날을 그려낼 것만 같다.      

글. 노현덕 ㅣ 사진. 임다윤

    김가은 이른둥이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사업을 통해 재활치료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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