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2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군산평화박물관의 평화답사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평화의 현장과 시민을 연결하는 군산평화박물관

군산평화박물관은 일제강점기에서 지금의 미군기지로 이어지는 폭력과 전쟁의 역사를 마주하고, 이에 저항해온 시민들의 평화 활동을 만나고, 함께 평화를 실천하자고 제안하는 박물관이다. 군산시 옥서면의 61% 이상(389만평)을 차지한 미군기지의 시작점과 확장 과정, 몸집과 함께 불려 온 군사력, 주민들이 강요당한 희생과 피해, 평화의 현장에서 만드는 저항해온 시민들의 행동과 연대를 오롯이 담아낸 군산평화박물관은 그 자체로 평화를 향한 도전이기도 하다.

평화운동의 실천으로서 군산평화박물관은 무엇보다 현장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여기고, ‘현장과 시민을 연결하는 박물관’을 자기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군산미군기지, 수라갯벌, 하제마을과 팽나무, 새만금 간척사업 지역을 만나는 평화답사와 평화의 힘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군산미군기지평화답사 코스와 주제

올해는 정기프로그램으로 시민답사팀을 구성해 <군산미군기지평화답사>를 진행했다. <군산미군기지평화답사>는 기지 주변지역을 주제에 따라 4개의 답사 경로로 나눠 각 지역과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이슈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생태, 평화 활동가들이 각 코스-주제별 안내와 해설자로 나섰다.

4번의 답사에 총 111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미군기지 문제와 기지 주변 이웃들의 삶과 자연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같이 평화를 만들고 싶다며 찾아오는 이 사람들이 참 반갑고 힘이 났다. 우리가 찾아가는 현장의 기운을 몸으로 맞고, 활동가들의 뜨겁고 생생한 해설을 들으며 시민답사팀의 꾸준한 답사가 변화를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지도 설명 : 흰색–기지 철조망, 빨강-5월 답사, 노랑–6월 답사, 보라–9월 답사, 하늘–10 월 답사>

<지도 설명 : 흰색–기지 철조망, 빨강-5월 답사, 노랑–6월 답사, 보라–9월 답사, 하늘–10 월 답사>

오월, 미군기지 바닷길 걷기

코스 : 수라갯벌 입구 – 활주로 유도등 – 오폐수 방류현장 – EOD(폭발물처리장) – 화산 (총 약 5km)

오월 답사는 미군기지 활주로 북쪽 남수라 마을을 출발해 미군기지 철조망을 따라 기지 남쪽 화산까지 걷는다. 새만금 간척사업 이후 급격한 갯벌의 변화로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들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미군기지와 그로 인한 피해의 현장은 어떤 모습인지를 볼 수 있었다.

퉁퉁마디, 함초, 나문재, 갈대, 억새 등이 자라는 갯벌과 참가자들의 키를 넘는 축축한 갈대밭, 붉은 바위의 화산을 걸으면서 안보(미군기지)와 개발(새만금간척사업)이 만나 소중한 가치들을 파괴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우글우글 살아나는 생명들을 볼 수 있었다. 전쟁 기지와 개발의 폭력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계속 돋아나는 생명들과 우리들의 의지가 끊임없이 평화를 재생시키고 있다.

<오월, 미군기지 바닷길 걷기>

<오월, 미군기지 바닷길 걷기>

<오월, 미군기지 바닷길 걷기>

<오월, 미군기지 바닷길 걷기>


유월, 하제포구 – 화산

코스 : 하제포구 – 화산 – 하제포구 (총 약 4.5km)

유월 답사는 조개잡이로 성황을 이뤘던 하제마을 하제포구에서 시작해 화산까지 다녀오는 코스다. 조개껍질이 산을 이뤘던 하제는 마을이 사라진 지금도 곳곳을 다양한 조개껍질이 하얗게 뒤덮고 있다. 조개껍질을 모아 종류별로 줄을 지어 도감을 만들었다. 배꼽, 노랑조개, 생합, 동죽, 뿔고동 등 도감을 보며 바다에 기대 삶을 꾸려갔던 어촌마을 하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중장비들이 들어서서 한창 공사를 하고 있는 새만금 지역의 풍경을 앞에 두고 화산으로 향했다. 역암층으로 이뤄진 화산은 특이한 지질이지만 미군기지로 인해 제대로 조사하거나 알려지지 못했다 한다. 기지는 참 많은 것을 감춘다.

<유월, 하제포구 – 화산>

<유월, 하제포구 – 화산>

<유월, 하제포구 – 화산>

<유월, 하제포구 – 화산>

 

구월, 수라갯벌 물끝선까지

코스 : 수라갯벌 입구 – 녹청자 유물 발견지 – 물끝선 – 수라갯벌 입구 (총 약 4km)

구월 답사는 새만금에 아직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수라갯벌을 걸었다. 정부는 수라갯벌에 새만금 신공항을 지으려고 한다. 새만금 신공항은 만성적자인 군산공항 옆에 새로 공항을 짓는 것으로 환경파괴 뿐만 아니라 세금 낭비 그리고 미군기지 제2활주로를 짓는 사업으로 미군기지 확장으로 귀결되는 사업으로 커다란 문제들을 여럿 안고 있는 사업이다.
수라갯벌은 저어새, 황새, 흰꼬리수리, 검은머리물떼새, 수달, 금개구리, 흰발농게 등 50여종 이상의 법정 보호종을 비롯해 수많은 생명들이 와글와글 살아가는 곳이다. 또 연이어 녹청자, 고려청자 등 유물이 발굴되면서 그곳의 역사문화적인 가치를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답사 당일 답사팀이 온전한 고려청자를 발견해 모두에게 힘이 솟기도 했다. 답사 며칠 전에 비가 내려 갯벌을 쓸고 가자 공사 때문에 파놓은 물길에 고려청자가 드러났고 답사팀에 의해 발견이 되었던 것이다.
귀한 가치들이 숨겨져 있는 수라갯벌. 9월 답사를 통해 미군기지 옆에 지으려고 하는 새만금 신공항의 문제를 똑똑히 알고, 우리와 함께 공존해야할 수라갯벌의 수많은 생명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구월, 수라갯벌 물끝선까지>

<구월, 수라갯벌 물끝선까지>


시월, 격납고에서 팽나무까지

코스 : 군산미군기지 동문 – 격납고 – 탄약고 – 하제마을 – 팽나무 (총 약 4.5km)

시월 답사는 가장 최근 미군기지로 확장된 지역으로 새로 지어진 동문에서 시작해 기지 철조망을 따라 걷는다. 1480억을 들여 지은 미사일에도 안전하다는 3세대 격납고 20동과 하제주민을 내쫓은 탄약고 지역을 지나 600년동안 그곳의 사람들과 주변의 변화를 지켜봤을 하제마을 팽나무를 만나러 갔다.

벼가 자라던 논이 격납고가 되고, 아시아 최초 드론부대가 들어오고, 기지에 새로 건물이 솟아나는 동안 하제마을이 사라지는 등 기지의 확장은 내내 멈추지 않았지만 아득한 시간 기지의 철조망 앞에 버티고 서 있는 팽나무와 팽나무를 지키려는 시민활동을 통해 평화의 기운을 북돋울 수 있었다.

22년 마지막 답사를 마치고 팽나무에 각자 글을 남겼다.

<시월, 격납고에서 팽나무까지>

<시월, 격납고에서 팽나무까지>

“평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수록 평화가 가까워지겠지요.”
“미미한 힘을 하나 보태고 갑니다.”
“수라갯벌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여기 있는 사람들을 만나 참 감동이었습니다.”
“걸으며 보고 듣고 느낀 이 날들이 계속 이어지길.”
“걷는 것은 자세히 보는 것. 오늘 만난 청다리도요가 무사하길”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군기지에 대해 알면 좋겠습니다.”
“답사를 통해 힘들었지만 흥미로운 것을 배웠다. 내년에도 답사를 하면 또 해야겠다.”
“새, 역사, 군산의 변화과정, 생태, 다양한 것들을 다양한 사람들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꾸준히 이런 활동이 일어나니까 확실히 변화가 일어난다는 생각이 든다.”

답사 후

동네에서 걷다가 만나는 기지의 철조망, 탄약고 앞의 미사일 상자, 미군이 무장을 한 채 지키는 기지 정문, 굉음을 내며 날아오르는 전투기, 검은 수송기, 마을 위 상공에 한참을 머무는 헬리콥터, 자전거를 타는 미군,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는 미군, 기지 주변 식당에서 마주치는 미군, 시골길을 달리며 운동을 하는 미군 등등. 군산의 옥서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매일 보는 모습이다. 하지만 참 익숙해지지 않는 불편한 풍경이다.

25년 간 열리고 있는 미군기지 앞 월례수요집회, 기지 확장에 반대하며 600년 팽나무를 지키기 위한 팽팽문화제, 개발과 전쟁기지가 아닌 공존과 생명을 선택하자는 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등 군산시민들은 미군기지 주변에서 평화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월례수요집회가 열리는 날은 미군기지 정문이 굳게 닫힌다. 정문을 사이에 두고 약간의 긴장이 흐르지만 이 풍경은 어느새 당연한 풍경이 됐다.

기지 주변을 답사하는 동안 내내 기지 안과 밖에서 미군들은 우리들을 따라다니며 지켜봤다.
답사팀을 경계하며 감시하는 미군들의 예민한 대응을 보며 우리들의 행동이 기지를 둘러싼 불편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게 참 좋았다. 기지 주변을 돌고, 도는 시민들의 행동이 낯설고도 당연한 불편함이 되면 좋겠다. 우리의 행동과 생명들의 연대는 계속될 것이다.

글, 사진 : 군산평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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