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 이후 시민들의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일상의 민주주의’ 담론이 확대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정치와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더 이상 일종의 전문가집단인 시민단체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 시민사회와 아름다운재단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아름다운재단은 시민들과 함께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역할과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협력사업팀은 그 힌트를 얻기 위해 지난 7월 영국 런던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영국의 비영리기관들을 방문하여 시민교육, 시민참여의 전략과 사례, 재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이 시민들의 참여와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영국 8개 기관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사회혁신 운동의 성장

식스(Social Innovation Exchange, SIX)는 사람들이 협력적으로 일할 때 보다 효과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토대로 2008년 설립된 기관이다. 조직의 비전은 사람들이 사회혁신을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을 키우는 것이다. 교육, 워크숍, 네트워킹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사회혁신 분야의 조직과 사람들을 연결하고 이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식스는 지난 10년 간 사회혁신 운동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설립 당시에는 ‘사회혁신’ 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나 이해가 전무했기 때문에 사회혁신 커뮤니티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사회혁신 분야의 이론가와 실천가들의 활기차고 영향력 있는 교류(exchange)를 촉진하고, 단순한 대화 또는 네트워킹을 넘어 사회적인 웰빙(wellbeing)을 증진시켰다. 식스는 5대 영역(1)사회혁신운동을 성장시킬 수 있는 경험을 큐레이팅한다 2)필란트로피 영향력을 증가시킨다 3)대학들이 자신의 목적을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4)정책에 사회혁신을 통합시킬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친다 5)조직들이 혁신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시킨다)에서 다음과 같은 성과를 거두었다. 

2019년 현재 식스는 조직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혁신 운동의 성장에 기여했다면, 향후에는 사회혁신 생태계를 확장하는 필드 빌더(field builder)로서 관련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사회혁신 생태계 확장’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금하기 어려운 주제이다. 따라서 식스의 지향과 가치에 동의하는 기업이나 재단들과 파트너십 ‘글로벌 위원회(Global Council)’를 구축하여 운영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위원회로부터 재원의 1/3을 조달하고, 유럽연합의 펀딩도 받고 있다.

식스의 5대 영역을 나타낸 도형

식스의 5대 영역

식스의 성과를 나타낸 숫자들

식스의 성과

필란트로피와 사회혁신

SIX의 최종적인 목표는 재단들의 투자 흐름을 전통적인 자선에서 사회혁신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아이나 노인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만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매우 복잡한 곳이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 루이스(식스 대표)

‘펀더 노드(The Funder Node)’는 전 세계 50개 재단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이다. 식스는 2015년부터 지원 조직간 지식을 공유하고, 시스템 변화와 사회혁신을 위한 펀딩의 흐름을 증가시키기 위해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졌다. 식스는 재단들이 전통적인 자선에서 벗어나 사회혁신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재단들의 관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필란트로피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미래 사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둘째, 필란트로피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배분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자원(돈, 기술, 인력 등)을 연결하고, 사람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셋째, 필란트로피의 재원이 다양해졌다. 부유한 가문뿐만 아니라 젊은 사업가들이나 대중들도 자선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단들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사회혁신에 투자할 때 어떻게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다른 재단들과 데이터 활용을 위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이를 의사결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등 실용적인 질문부터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재단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또한 파트너들과 어떻게 평등한 관계를 구축할 것인지 등 철학적인 질문까지 나누고 있다.

전 세계 50개 재단의 네트워크 펀더 노드

전 세계 50개 재단의 네트워크 펀더 노드

상호학습을 지원하는 씽크탱크

식스는 전 세계 재단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상호 학습할 수 있도록 글로벌 미팅이나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다양한 실천 사례를 소개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재단들을 연결한다. 또한 재단과의 협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다른 재단에 전달하기도 한다. 식스는 연구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축적한 지식을 제공하는 등 일종의 씽크탱크 기능을 수행한다.

리트리트 프로그램은 재단들의 상호학습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해외 곳곳에서 연 3회, 회당 3일 동안 진행한다. 참가자들이 서로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참가자수를 20명으로 제한한다. 주로 유럽, 미국, 캐나다 재단들이 참가하고 있다. 현재 참가비는 무료이다(단, 항공료 자부담). 한편 리트리트 프로그램을 포함한 글로벌 미팅이나 컨퍼런스 참가자는 자신의 조직으로 돌아가서 조직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래서 식스는 조직문화 개선을 돕기도 한다.

리트리트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재단들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네스타(nesta), 보쉬재단, 맥커널재단 등 4개 재단은 공공데이터 활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각국의 정부나 지자체들이 가지고 있는 보건, 건강, 복지, 범죄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방법을 논의한다. 예를 들면 배분할 때 공모 방식(기관들이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하여 배분 여부를 결정)이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 재단들이 각각 배분하지 않고 사회혁신의 아이디어부터 성장(scale-up)까지 단계별로 배분하는 협력구조를 만들 수 없을까. 

한편 영국의 랑켈리체이스재단(Lankelly chase foundation)은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조직이다. 리트리트 프로그램 참가 이후 조직 비전을 시스템 변화(system change)로 변경하고, 이를 조직 운영 전반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원대상을 사회혁신 여정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평등한 파트너십, 결과보다 과정을 공유하고 정산보고를 폐기한 신뢰에 기반한 배분 등 급진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 아름다운재단은 식스의 주요 사업 중에서 ‘펀더 노드’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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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출장이야기 시리즈> 보기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변화 – Citizens UK
숙의민주주의를 실험하다 – Involve
모두가 참여하는 생태계 만들기 – Participatory City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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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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