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유스펀치’>는 청소년의 시민성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19년 유스펀치에 선정된 11개 청소년팀은 우리 사회에 작은변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는데요. <새삶>은 도심 속 조류 충돌 사고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멤버들의 생생한 활동 후기를 소개합니다. |
청소년의 힘으로 바꾸는 새들의 삶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주관하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 캠페인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이 캠페인은 하루 약 2만 마리의 새들이 유리창을 비롯한 방음벽, 건물 외벽 등에 부딪쳐 죽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 죽음을 줄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처음 캠페인을 접하고 크게 놀랐다. 하루 24시간이 약 8만초인 것을 감안하면 4초마다 한 번 꼴로 새들이 투명창에 부딪치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에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전국적인 네트워킹 조직을 구성하여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을 모니터링하고, 자외선 반사테이프나 아크릴 물감 점찍기 등의 충돌 저감 방안을 알리고 있다.
우리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두꺼비생태문화관의 청소년동아리 <새삶>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새삶>은 크게 세 가지 활동을 진행했다. 첫째, 홍보활동. 두꺼비생태문화관의 2층 도서관 위주로 충돌 저감 방안을 설치, 지역의 축제에 홍보부스로 참가하여 많은 시민들에게 죽어가는 새들의 현상을 알렸다. 둘째로 직접 성화·개신·죽림동을 비롯하여 총 8곳의 투명방음벽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동박새, 되지빠귀, 물까치 등 다양한 종류의 크고 작은 야생조류 사체를 발견했다. 셋째로는 캠페인을 주관하는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김영준 박사님을 초청하여 청주시민에게 새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그 방안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활동은 두꺼비생태문화관의 창문에 충돌 저감 방안을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청소년동아리다보니 많은 인력과 예산을 사용할 수 없어서 환경부 권장사항 중 가장 쉽고 저렴한 아크릴 물감으로 점찍기, 스티커 붙이기 위주로 진행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새들의 눈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서 자외선 감지가 가능하다. 아크릴 물감은 자외선을 반사하기 때문에 새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전부 다 손으로 찍어야 한다는 것. 창틀과 고정된 창문이 많아 직접 높은 곳까지 의자와 책상을 쌓아 올라가야 했다. 다리가 후들거렸고 허리가 꺾여 불안정했다. 팔을 높이 들어 올린 탓에 어깨에도 팔에도 고통이 찾아왔다.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힘든 상황… “새들아 제발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어 더 이상 창문에 부딪치지 말아줘.”
한바탕 파스냄새가 코를 찌르고 두꺼비생태문화관의 유리창에는 무수히 많은 아크릴 점들이 찍히게 되었다. 환경부에서도 국립생태원에서도 자신 있게 말하는 점이 일단 충돌 저감 방안을 설치하면 확실히 0에 가깝게 충돌사고가 줄어든다는 것이었는데, 사실이었다. 구룡산 방향으로 큰 창문이 10개 이상 설치된 두꺼비생태문화관에서 이따금씩 부딪치던 새들의 충돌 사고가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다. 또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힘들었던 이 활동은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의 추천을 받아 우수 실천 사례지로 선정이 되어 전국 방송인 SBS뉴스8에도 소개되었다. 청소년들의 작은 노력이 큰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두꺼비생태문화관은 원래 많은 충돌이 일어나는 장소가 아니다. 캠페인의 홍보 측면에서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실제로 새들의 충돌 사고를 줄이는 것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사망률이 가장 큰 곳은 아파트나 빌라 등 건물의 창문이 아니라 투명방음벽이다. 고층 아파트나 상가 옆 도로에는 대부분 투명방음벽이 설치되어 있다. 가뜩이나 도로의 소음에 겁을 먹은 새들이 빠르게 소음을 피해 날아든 곳. 벽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로 쿵. 지자체에서 설치한 투명방음벽도 있지만 아파트 시공시 설치된 아파트 소유의 투명방음벽도 있다. 하여 투명방음벽에 대한 충돌 저감 방안 설치는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그럼에도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히 모니터링을 진행하여 많은 수의 새들이 이 방음벽에 부딪쳐 죽어 간다는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구룡산 맞은편의 충북대학교병원 주차장을 감싸고 있는 투명방음벽을 시작으로 개신동과 성화동의 아파트와 도로 사이로 쭉 이어진 방음벽, 죽림사거리 양 옆으로 길게 이어진 방음벽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바로 옆으로 쌩쌩 달리는 차들에 간이 콩알만 해졌지만 꿋꿋이 걸었다. 지금까지 수차례 모니터링을 나갔고 그 중 투명방음벽에 부딪쳐 죽은 새의 사체를 발견하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자료의 축적 면에서는 좋아해야할 일이지만 새들의 죽음이 그만큼 빈번하다는 증거이니 안타까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결과다. 오래되어 뼈만 남은 사체도, 죽은 지 얼마 안 된 사체도 발견했다. 손가락만한 작은 새도, 팔뚝만한 큰 새도 여지없이 투명방음벽에게 죽임을 당했다.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환경부 공식 시민모니터링단으로 선정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정했던 모니터링 주기에 대한 피드백도 받았다. 투명방음벽에서 잦은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사람만 아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길고양이들과 까치, 까마귀 등이 방음벽에 부딪쳐 죽은 새를 먹이로 삼고 있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실제로 방음벽 안쪽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기도 했다. 고양이, 까치, 까마귀들을 탓할 문제는 아니지만 자료를 조사하고 취합하는 모니터링단에게 사체의 유실은 큰 문제였다. 하여 매주 수요일로 정했던 모니터링 주기는 매주 토요일 주간모니터링, 매주 화, 수, 목 일간 모니터링으로 변경하여 운영하였다. 확실히 화요일에는 없던 사체가 수요일, 목요일에 발견되었다. 하루, 이틀 사이에 새들은 투명방음벽에 부딪쳐 죽었다. 하루 2만이라는 숫자가 허수가 아님을 증명하듯.
이러한 수많은 새들의 죽음이 차곡차곡 쌓여 자료가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 자료를 알린다면, 지자체의 지원과 함께 도로 옆 투명방음벽에 새들의 죽음을 막는 충돌 저감 방안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간 새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달려온 청소년동아리 <새삶>의 작은 노력이 투명방음벽에 야생조류 충돌 저감 방안을 설치하는 것으로 다시 한 번 큰 결실을 맺길 바라며 오늘도 모니터링을 나간다.
글 | 새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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