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이하 청자발)은 청소년이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꿈꾸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7년 청자발은 10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올해는 누가, 어떤 자발적 활동이나 창의적 실험을 할까요? 설렘 가득한 마음을 안고 만나볼까요? 지난 10월 넷째주 토요일, 경기도 안양삼덕공원에서 <마을축제기획단소통>을 만났습니다. |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마을축제
쨍한 가을햇살이 공원을 화사하게 비추었다. 하나둘씩 부스가 들어섰고, <마을축제기획단소통>(이하 소통) 멤버들은 부스 사이를 분주히 돌아다녔다. 모두가 손님맞이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남달리 긴장한 모습의 두 사람이 보였다. 오늘 행사의 사회를 맡은 승재와 희수다. 수없이 사회자 멘트를 연습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아아, 지금부터 <제1회 꿈담은 마을축제>를 시작하겠습니다. 내빈 여러분은 무대 앞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무대 앞에는 대형 비빔밥 퍼포먼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을축제는 주민들이 비빔밥을 나누어 먹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각각의 재료가 어우러져 맛을 내는 비빔밥처럼 마을공동체가 조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무려 삽자루로 비벼야 하는 비빔밥 200인분은 안양공고 총동문회의 후원금으로 마련했다. 후배들의 활동 소식을 들은 선배들이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
식사를 마친 주민들은 부스를 돌아다니며 마을축제를 즐겼다. <소통>뿐만 아니라 안양공고 학생들과 주민들이 다양한 체험부스를 운영했다. 쿠키 만들기, 캘리그라피 체험, 팝업카드 만들기, 천연화장품 만들기, 전사파우치 만들기, 각종 공예품 전시 등 즐길거리가 풍성했다. 3곳 이상 부스에서 스탬프를 받으면, 주민들의 후원으로 마련된 시원한 에이드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소통>은 지난 8개월 간의 활동을 소개한 판넬과 사진 등을 전시했다. 멤버들끼리 활동참여 규칙을 정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소원팔찌 만들기와 느린편지 보내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어린이 참가자들 사이에서 느린편지 보내기가 인기였다. 참가자가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엽서를 써서 ‘느린 우체통’에 넣으면, <소통>이 엽서를 잘 보관해두었다가 1년 후 참가자의 주소로 보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정성껏 엽서를 썼지만, 집 주소를 몰라서 부치지 못하기도 했다.
마을공동체의 회복을 꿈꾸다
<소통>은 안양공업고등학교 재학생과 12명과 대학생 6명으로 구성된 모둠이다. 멤버들은 안양에서 십수년간 살았지만 주민들과 서로 잘 모르고, 청소년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파악했다. 마을을 즐겁고 활기차게 바꾸기 위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마을축제를 만들기로 했다.
마을축제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소통>의 멤버들은 기초부터 공부했다. 멤버들끼리, 또는 주민들과 대화법을 배우고, 지역의 다른 축제에 참가하여 배울 점과 개선할 점을 찾고 이를 기획에 반영했다. 예를 들면 다른 축제는 참가자를 아동이나 노인으로 한정하여 청소년이 즐길거리가 부족했고, 안전부스만 설치하여 돌발적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소통>은 청소년을 포함한 전 연령층의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또한 안전부스를 설치하고 각 부스마다 안전요원도 배치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주민들과의 소통이다.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계망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멤버들은 인근 상가들에 무작정 찾아가서 마을축제를 홍보하거나 참여를 부탁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말도 제대로 못 꺼냈지만, 환대해주는 주민들을 만나니까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만난 주민이 약 100명이다. 이제는 길에서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실 마을에는 안양공고에 대한 편견을 가진 주민들도 있다. 학교와 주택가 사이에 거대한 통유리벽이 설치되어 있다. 학교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학생들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제기하여 만든 일종의 ‘장벽’이다. <소통>의 바람은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통유리벽을 철거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관계의 힘
승재와 승욱은 친구의 권유로 <소통>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학 진학에 필요한 봉사활동 시간을 받기 위해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기존 봉사활동과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는 게 즐거워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기존 봉사활동은 1일 단기활동이 대부분이고, 참가자는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소통>은 멤버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고, 친구들이나 주민들과 여러 번 만나서 대화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봉사시간을 받는 게 목적이었지만, 어느새 축제를 잘 해내야겠다는 자세로 임하게 되었어요. 마인드가 바뀌었어요.” – 승재
8개월의 활동기간 동안 힘든 일도 있었다. 서너명의 멤버가 각자의 사정으로 활동을 그만두었다. 남은 멤버들은 막막하고 힘이 빠졌다. 역할분담을 재조정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승재와 승욱은 맛있는 걸 먹었다. 그러나 이들의 기운을 더욱 북돋는 건 조금씩 느낄 수 있는 자신의 변화가 아니었을까.
“활동을 통해 저의 다른 면을 발견한 것 같아요. 리더십이나 자신감? 이런 것들이요. 친구들의 의견이 다르면 중재시키고, 다르게 생각해보자고 했어요. 근데 제 의견만 내세운 건 아니고, 친구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제 아이디어를 더해서 생각했어요.” – 승재
“저는 원래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는데, 친구들과 같이 활동을 해보니까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많으면 말을 잘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수업시간에 발표도 가끔 해요.” – 승욱
마을축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를 원했던 <소통>. 많은 사람이 이들의 활동에 응원을 보냈다. 약 100명의 마을주민, 안양공고 교장선생님, 총동문회는 내년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소통을 시작하니까 관계가 형성되었고, 이런 관계망은 든든한 자산으로 남았다. 마을을 즐겁고 활기찬 곳으로 만들기 위한 소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나에게 청자발은 ○○이다
“나에게 청자발은 성공이다. 청자발로 인해 저희가 이렇게 많은 분을 모시고 소통의 장을 펼칠 수 있었으니까.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 승재
“나에게 청자발은 도전이다. 처음엔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사실 잘 안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축제가 잘 되는 걸 보니까 마음이 후련하고 좋아요. 한번 해보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 승욱
글, 사진 | 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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