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이하 청자발)은 청소년이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꿈꾸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7년 청자발은 10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올해는 누가, 어떤 자발적 활동이나 창의적 실험을 할까요? 설렘 가득한 마음을 안고 만나볼까요? 지난 11월 넷째주 일요일, 대전시 탄방청소년문화의집에서 <꼼씨꼼싸>를 만났습니다. |
‘요즘 것들’의 수다
<꼼씨꼼싸> 멤버들이자 열여섯 동갑내기 친구들의 수다 파티가 열렸다. 첫 번째 주제는 청소년들의 놀이문화. 친구들은 주로 피시방, 노래방, 카페 등에서 논다. 돈이 없으면 놀 수 없을까. 안전하고 편안한 놀이공간은 없을까. ‘요즘 것들’의 수다를 엿들어보자.
- 요즘 나는 시내 쪽에 많이 가고 있어. 피씨방이나 스크린 야구장 이런 데. 어릴 적엔 놀이터에서 많이 놀았는데 지금은 앉아서 노는 게 좋아. 체력이 너무 딸려.
- 나도 피씨방, 노래방, 카페에서 놀아. 그치만 친구 집에서 고구마 까먹으면서 드라마 보는 게 제일 좋아.
- 나는 친구들이랑 영화보고 수다 떠는 걸 좋아해. 아니면 시간이 없으니까 SNS 하면서 놀기도 하고…
- 친구 집에서 자기로 한 날에는 아무거나 해도 재밌어. 다들 바쁘니까 한번 날 잡아서 빡세게 놀지.
- 학교 빠지고 콘서트에 가는 것도 추억이라고 생각해. 근데 엑소 콘서트는 티켓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내년 2월에는 코믹월드에 갈 건데, 다 서울에서 하니까 돈이 너무 많이 들어.
두 번째 주제는 사교육이다. 친구들은 공부에 대한 불안감으로 불가피하게 학원과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다. 사교육을 부채질하는 입시위주 교육, 이대로 괜찮을까.
- 나는 학원을 끊었어. 학원에 안 다니니까 여유 있고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어서 좋아. 근데 다들 공부하는데 나만 안 하는 느낌이야. 집에서 혼자 공부하면 모르는 걸 알려줄 사람이 없고…
- 학원에 갈 수 밖에 없어. 수시로 대학 가려면 내신을 관리해야 하는데, 교과서만 보고서는 시험을 볼 수 없으니까.
- 사교육 없이 성적을 잘 받기 힘든 게 문제야. 단체로 사교육을 금지하면 좋겠다. 아니면 학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OECD국가 중에서)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1위래.
- 사교육비도 너무 비싸.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과외도 있다고 하고, 누구는 과외 받으러 주말마다 서울에 간다고 하고. 사교육 받은 애들이 성적도 잘 받고, 대학도 잘 가고, 좋은 직장 구하고… 사교육이 부의 세습을 이어지게 하는 것 같아.
- 맞아. 공장에서 불량상품 가려내듯이 성적별로 대학을 보내는 것 같아.
- 이런 이야기하면 스트레스 받아. 근데 안 할 수는 없고… 우리 언니가 고등학생인데 집에 붙어있는 시간이 없어. 그냥 잠만 자러 집에 오는 것 같아.
감정단어 수집가
<꼼씨꼼싸>는 프랑스어로 ‘그럭저럭, 그런대로’라는 뜻을 가진 모둠명처럼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고,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는 열여섯 동갑내기 여섯 명으로 구성된 모둠이다. 이들은 대전탄방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만났고, 3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다. 작년에는 그 유명한(!) 중2병도 함께 겪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멤버들은 청소년의 생각이나 생활에 대한 어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열여섯±마음사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감정단어)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는 프로젝트이다. 감정단어는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급식체’ 같은 신조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어른들과 다른 맥락에서 사용하는 일반 단어들도 포함한다. 200여 명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감정단어를 선정했고, 감정단어를 설명하기 위한 글, 그림이나 사진을 추가할 예정이다.
<꼼씨꼼싸>는 책의 내용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멤버들끼리 청소년 관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모임을 진행하고, 일회용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일상생활에서 감정단어가 사용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저희의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마음사전을 만들게 되었어요. 어른들과 소통이 잘 안 될 때가 있잖아요. 어른들의 생각이랑 저희들의 생각이랑 다를 때도 많고… 그래서 저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려드리면 이해해주지 않을까요?” – 혜정
수다의 힘
일상생활 속에서 감정단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멤버들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 왔을까. 우선 관찰력이 생겼다. 성아는 자신과 친구들이 평소 어떤 단어들을 사용하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유빈은 친구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기억하다보니 친구들의 사소한 취향이나 습관까지 기억하게 되었다.
“사실 저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 되게 많잖아요. 근데 감정단어를 생각하면서 학교생활을 하다보니까 저랑 친구들이 주로 어떤 단어들을 쓰고 있는지 보이더라고요. 그중에서 친구들이 많이 쓰는 단어는 마음사전에 넣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고…” – 성아
“저는 친구들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아졌어요. 얘는 이걸 못 먹고, 쟤는 이걸 좋아하고… 이걸 왜 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통째로 다 외워진다니까. 친구들이 쓰는 단어들을 계속 기억하고 있다 보니까 그 친구들에 대한 세부사항까지 기억하게 된 것 같아요.” – 유빈
<꼼씨꼼싸> 멤버들은 무엇보다 또래 친구들끼리 마음을 툭 터놓고 소통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느꼈다. 고등학교 진학, 학교규칙, 사교육, 놀이문화, 스트레스 푸는 방법 등 청소년들이 관심 있는 다양한 주제들로 수다를 떨며 서로 공감하고,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3이 되고 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나만 이런 건가 생각했거든요. 남자애들은 겉으로는 쿨한 척해도 마음속에 쌓아두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여기에서 이야기하다보니까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 선우
“저는 멤버들과 고민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학교에서는 친구들이랑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데, 여기에서는 툭 털어놓을 수 있으니까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되었어요.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었고요.” – 혜정
친구들과의 진솔한 대화는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정리하고, 더 나아가 자신을 성찰할 기회가 되기도 했다. 신욱은 말보다 행동하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고, 하진은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자신의 성향을 파악했다. 혜정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양분 삼아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과거의 제 모습을 다시 생각해봤어요. 애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있는데, 저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말로만 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저만 몸으로 행동하지 않고,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신욱
“저는 저에 대해서 더 알아가는 것 같아요. 너는 뭐에 관심 있어? 뭘 좋아해? 뭘 잘해? 그러면 아무 생각 없이 살았으니까 그냥 모른다고 했는데, 최근에 버킷리스트를 적어 보았어요. 일렉기타 배우기, 드럼 배우기, 특공무술 배우기, 스카이다이빙하기. 하고 싶은 걸 상상하니까 즐겁고, 제가 활동적인 걸 많이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이제 너는 뭘 좋아해? 그러면 나는 뛰어 놀고, 체험하는 걸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 하진
“저는 생각이 깊어진 것 같아요.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받으면 받는 거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근데 친구들과 스트레스를 주제로 이야기하다가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 푸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이런 걸 생각해보았어요. 요즘에는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집에서 피아노도 쳐보고, 유빈이가 그림을 그려보라고 해서 그림도 그려보고, 밖에 나가서 산책도 해보고…” – 혜정
<꼼씨꼼싸> 동갑내기 친구들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그러나 이들은 활동을 통해 수다의 힘을 깨닫고, 다른 친구들과도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결과, 평소 가벼운 대화를 나누던 친구들의 대화 주제가 더욱 풍성해졌다. 내년에도 또래 친구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다는 <꼼씨꼼싸>. 성장판이 열린 느낌이랄까, 왠지 무섭게 성장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에게 청자발은 OO이다
“나에게 청자발은 내가 그린 그림이다. 제가 그린 그림은 제 머릿속에서 다 튀어나온 거거든요. 청자발도 제 머릿속에서 다 튀어 나온 거예요.” – 유빈
“나에게 청자발은 친구이다. 친구들이 있으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 – 성아
“나에게 청자발은 구름이다. 구름의 모양은 매일매일 다르잖아요. 그것처럼 청자발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 혜정
“나에게 청자발은 거울이다. 활동을 통해서 저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했잖아요. 청자발은 거울처럼 제 모습을 잘 비추어준 것 같아요.” – 하진
“나에게 청자발은 통로이다. 활동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통로.” – 선우
“나에게 청자발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잖아요. 활동하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자기 관리를 할 수 있었어요. 청자발은 제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 신욱
글|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 사진 | 장혜윤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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