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이하 청자발)은 청소년이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꿈꾸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7년 청자발은 10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올해는 누가, 어떤 자발적 활동이나 창의적 실험을 할까요? 설렘 가득한 마음을 안고 만나볼까요? 지난 10월 넷째 주 금요일, 경기도 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에서 <행동>을 만났습니다. |
우리는 곁길로 간다
방과 후 교실에 <행동> 멤버들이 모였다. 동물권보호캠페인과 청소년활동가이드북을 기획하는 회의이다. 초반에는 분명히 캠페인 주제를 논의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이야기가 곁길로 가고 있다. 소연이 행인이 길고양이에게 참치캔을 주는걸 보고 속상했던 일(고양이가 사람이 먹는 참치캔을 먹으면 여러 질병에 걸릴 수 있다)을 말하자 다들 “그건 안 되지!” 흥분하고, 새하가 저녁 메뉴를 피자와 자장면 중에서 무엇으로 할 건지 물어보자 달뜬 분위기가 되었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회의를 마칠 수 있을까.
“다음 캠페인 주제는…”
연희가 논의를 재개하자, 까르르까르르 장난치던 멤버들이 집중한다. 캠페인 주제는 ‘강아지공장’으로 정했다. 강아지공장은 펫숍에서 거래되는 새끼강아지의 90%를 공급한다. 강아지공장은 새끼강아지를 생산하기 위해 어미개를 우리에 가둔 채 교미를 시켜서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한다. 어미개가 노견이 되면 결국 처참하게 버린다. <행동>은 강아지 공장의 실태를 알리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행동>은 그동안의 활동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청소년활동가이드북을 만들기로 했다. 예를 들면 기관에 전화할 때 담당자를 알아둔다(“담당자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전화 돌림의 무한루프를 피할 수 있다). 다른 청소년들이 <행동>처럼 동물권보호와 관련된 활동을 하거나 다른 관심분야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사회가 나아지는데 좀 더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야기가 새는 위기가 서너 번 더 있었지만, 희한하게도 회의는 제시간에 끝났다. 캠페인 주제와 가이드북 목차도 정했으니 회의의 목표도 달성했다. 멤버들은 회의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배달된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행복한 동물을 위해 행동한다
<행동>은 경기도 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 재학생 7명으로 구성된 모둠이다. 동물을 좋아하고, 관련 진로를 꿈꾸는 친구들이 모였다. ‘행복한 동물을 위해 행동한다!’는 슬로건에 따라 동물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 교육, 인식개선 캠페인, 유기동물 돌봄, 팟캐스트방송 제작, 도서 제작 등.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시간이 없어 고민이다. 그래서 매년 선택과 집중을 위한 활동 키워드를 정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막, 계속, 뿜뿜 나와요. 학업과 <행동>의 활동을 병행하기 힘들지만 멤버들이 열심히 하니까 그만큼 성과가 따라오는 것 같아요.” – 새하
결국 올해도 빡센(?)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관내 초등학교에 방문하여 ‘동물원에서 지켜야 하는 에티켓’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초등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동물 탈을 쓰고 연극을 선보였다. 학교 친구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들을 알리거나 로드킬 방지 캠페인을 벌였다. 한 달에 한 번 동물보호소에서 유기동물을 돌보기도 한다. 올해 안에 인식개선 캠페인 2회, 팟캐스트방송 제작, 도서 제작도 추진할 예정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 탓에 슬럼프도 있었다. 팟캐스트방송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었고, 청취자 수도 적어서 힘이 빠졌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본 작성을 생략하고, 진행자들의 순발력을 토대로 프리토킹을 녹음해 보기로 했다. 활동방식을 조금씩 개선하여 슬럼프를 극복하고 있다.
<행동>의 열정과 노력은 널리 인정받고 있다. 아쇼카재단의 체인지메이커로 선정되었고, 전국을 누비며 다른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혼자였다면 하지 못했을 일
<행동> 멤버들은 활동하면서 어떤 변화를 느꼈을까. 우선 새하는 발표의 장인, 연희는 PPT 장인이 되었다. 은지와 소진은 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할 때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은 게 아닐까. 그 많은 일을, 아마도 혼자였다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는 뭔가 해보는 걸 귀찮아하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하고 싶은걸 친구들이랑 같이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제가 가진 능력들을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되게 의미 있는 존재로 느껴졌어요.” – 연희
“저는 원래 단선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행동>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의견을 내면 친구들이 이렇게 하면 더 좋겠네, 하면 저는 그렇게 하자고 해요.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타협을 잘 하게 되었어요.” – 새하
“학교에서 수행평가로 조별과제 내주잖아요. 대부분 개인플레이라서 자기한테 유리한 것만 하려고 해요. 그런데 <행동>의 2학년 언니들은 서로 양보하며 역할을 분담하고, 그런 게 엄청 대단한 것 같아요.” – 은지
행동이 꿈꾸는 세상
한편 멤버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다. 대단하다,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힘이 나고, 동물권 이슈에 귀를 기울이고 참여를 약속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보람을 느낀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 교육을 받았어요. 교육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제가 말이 좀 많아서 주변에 막 알려주었어요. 친구들이나 부모님이 이제 좀 그만하라고 하면서도 제 이야기에 반응해요. 어, 진짜 그래? 이제 그러지 말아야 하겠다. 제 주변 사람들이라도 조금씩 변하는 게 좋아요.” – 소연
“고속도로휴게소에서 로드킬 방지 캠페인을 했어요. 시민들을 대상으로 로드킬 신고번호(지역번호+120)를 알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생각보다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행동>의 캠페인을 보고 이런 게 있었냐고, 번호 사진을 찍어 가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런 분들을 보니까 우리가 뭔가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 연희
내년에도 <행동>은 동물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2학년 새하, 연희, 소윤의 바톤을 이어받을 1학년 소연, 은지, 소진은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얼마 전에 <행동>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멘토선생님이 우리가 하나의 지향점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내년에는 무엇을 지향점을 잡아야할까 생각해 보았어요. 저는 초등학생 교육이 좋은 것 같아요. 어릴 적에 배운 게 오래 가잖아요. 아이들이 동물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면 좋겠어요. 아직까지는 주먹구구식이라서 제대로 된 커리큘럼도 없고, 피드백도 많이 필요하지만, 실력을 갈고 닦아서 다른 학교들이 가져갈만한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싶어요.” – 소연
<행동>의 밝고 건강한 기운이 담긴 메세지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곁길로 새면 좀 어떤가. 마음속에 품은 꿈은 잃어버릴 일이 없으니.
나에게 청자발은 ○○이다
“나에게 청자발은 또 하나의 도전을 할 수 있는 열쇠이다.” – 새하
“나에게 청자발은 승부차기이다. 내년에 제가 3학년이 되면 활동을 많이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청자발은 <행동>에 참여하면서 얻은 마지막 기회 같아요.” – 연희
“나에게 청자발은 여유이다. 지난 겨울방학 때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활동비가 부족해서 어떻게 될지 조급했는데, 청자발 활동비를 지원받게 되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어요.” – 소윤
“나에게 청자발은 망원경이다. 돈이 부족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이 한정적인데, 청자발 활동비를 지원받아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더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망원경이라고 했습니다.” – 소연
글, 사진 | 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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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정
행동하는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의미있는 일도 하다 보면 힘겹고 힘 빠질 때가 있죠. 힘들 때는 좀 천천히 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에 동물과 인간이 어딨어요, 둘 다 소중합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