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나눔교육X유스펀치’>(이하 유스펀치)는 청소년의 시민성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청소년 공익활동가들의 더욱 효과적인 활동을 돕기 위해 <유스펀치 온라인 밋업>을 준비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고 있는 청소년들이 서로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자리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각각 다른 주제(커뮤니케이션, 활동공유회, 크라우드펀딩)로 열리는데요. 제1탄 <커뮤니케이션 101> 현장스케치를 전합니다. |
“음료에 플라스틱 빨대 붙어있는 거 보이시죠? 음료를 먹는 모든 사람이 빨대를 이용하지는 않잖아요. 음료에 기본적으로 빨대를 붙이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만 선택하게 해주자는 운동을 하려고 해요. 어떤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을까… 누가 이 음료를 많이 먹을까요? 소비자층에서 플라스틱 빨대 문제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본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해 볼까요?”
청소년 공익활동가 역량강화 프로그램 <유스펀치 온라인 밋업>의 모습이다.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고픈 가을의 주말 오후에 청소년 공익활동가 20여 명이 한 화면에 모였다. 관심 있는 분야와 활동 방식은 저마다 달라도 공익활동을 더 잘하겠다는 열망은 모두가 똑같다.
단계별로 달라지는 커뮤니케이션… 사육곰은 어떻게 이름을 얻었을까
<유스펀치 온라인 밋업>은 지난 20년 동안 청소년 공익활동을 지원해온 아름다운재단의 고민과 노하우가 담긴 프로그램이다. 청소년 공익활동가들이 공익활동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공유하고, 활동과정 중에 발생한 문제점의 협력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되었다. 대부분 성인 활동가들에게만 주어지던 역량강화의 기회를 청소년에게도 넓힌 것이다.
오늘은 온라인 밋업 제1탄 <커뮤니케이션 101>.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사람들을 우리의 지지자로 만들고 싶다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녹색연합에서 모금, 홍보, 캠페인을 담당하는 이다솜 활동가가 진행자로 나섰다. 그는 ‘웅담 채취용 사육곰 구출 캠페인’ 사례를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활동의 지지자를 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새로운 환경 의제를 발굴하고 알리면서 지지자를 모으고 여론을 확산했던 경험과 고민이 잘 담겼다.
이 캠페인의 최종 목표는 ‘사육곰 정책 폐지’다. 운동 당시에는 사육곰의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당장의 목표는 ‘사육곰 문제의 공론화’였다. 녹색연합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하고, 웅담 대신 쓸 수 있는 식물 약재를 조사했다.
사육곰의 존재가 점점 알려지자 사육곰 수를 줄이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사육곰 현황을 조사하고 증식금지(사육곰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중성화 수술) 사업도 펼쳤다. 이렇게 활동을 했지만, 아직도 철창에 갇힌 곰들이 남았다. 다시 목표가 생겼다. 남은 사육곰이 조금이나마 남은 생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래서 ‘사육곰 구출’을 진행했다.
이렇듯 사육곰 캠페인은 최종적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활동을 펼쳤다. 이다솜 활동가는 “대부분 캠페인은 ‘문제 인식→관심→참여→관심 유지’의 단계를 거친다”라고 설명했다. 바로 이 ‘단계’에 따라서 커뮤니케이션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목표 정하기, 타깃 이해하기, 제대로 회고하기… 이것만 기억하세요
그러면 어떻게 활동의 지지자를 모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누구에게 문제를 알릴지 타깃을 잡아야 한다. 또한 타깃이 주로 사용하는 채널과 언어, 메시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 참여를 요청할 단계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성취감을 줄 만한 활동을 기획해야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소통도 필요하다.
녹색연합은 사육곰 구출 캠페인을 하면서 온라인 모금을 진행하고, 캠페인 웹사이트를 별도로 제작해서 사육곰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서명도 받았다. 모금을 마친 뒤에도 참여한 시민들에게 지속적 참여를 요청하고 활동 소식을 알렸다.
이렇게 진행한 커뮤니케이션 사례 중 하나가 ’곰 이름 짓기‘다. 사육곰 구출 활동을 펼치면서 시민들에게 곰의 이름을 공모한 것이다. 곰 네 마리는 새로운 삶과 함께 ’반이‘, ’달이‘, ’곰이‘, ’들이‘라는 새 이름도 함께 얻었다. 이렇게 곰과 인연을 맺은 시민들은 동물원에 직접 방문해 자신들이 이름 붙인 곰들에게 장난감을 만들어주면서 관심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운동은 종종 실패한다. 사실 ’반이‘, ’달이‘, ’곰이‘, ’들이‘ 전에도 사육곰 구출 시도가 있었다. 지리산에 보내려고 구출한 사육곰 ’보담이‘는 유전자 검사 결과 순수 토종 반달곰이 아니라는 이유로 산에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 갈 곳이 없던 보담이는 농가에 살다가 도축됐다.
그래서 다시 사육곰 구출 캠페인을 할 때는 곰을 보낼 곳부터 찾았다. 그다음에서야 모금을 진행하고 구출할 곰을 정했다. 보담이 구출 시도는 ’실패‘의 경험이지만, 냉정한 회고와 평가를 통해서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의 토대가 된 것이다.
어른이 정답을 가르치지 않는다. 청소년이 활동의 주인이니까
발표가 끝난 뒤에는 커뮤니케이션 토론과 실습이 이어졌다. 토론 시간에는 청소년들이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나눴고, 미니 실습에서는 ‘팩 음료 플라스틱 빨대 없애기 캠페인’을 한다면 누가 이 활동의 지지자가 될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우리의 가치에 정말로 공감하는 건지 헷갈린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너무 어렵다” 등등 생생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전업으로 일하는 성인 활동가들과 비교해도 고민의 내용과 수위가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을 한 방에 해결하는 ’정답‘은 없다. 또한 온라인 밋업은 ’짠‘ 하고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이다솜 활동가 역시 답을 보여주진 않았다. 대신 “시민들은 다 내 맘 같지 않더라. 그래도 제 경우에는 사람을 많이 만나서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됐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처음 해본 온라인 밋업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행복상회>의 곽태헌 활동가는 “다른 분들이 활동한 경험을 듣는 게 흥미로웠다. 어려움이 있지만 길게 보고 장기적 목표를 세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자단 하이라이트>의 이수현 활동가는 “코로나로 어려움이 많을 텐데 다들 활동을 잘하신 것 같아서 저희도 힘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함께 손잡지는 못했고 오랜 고민을 완전히 해소하지도 못했지만, 청소년들의 열정은 랜선을 타고 흐르면서 이렇게 서로를 북돋웠다. 이 마음이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전해진다면 분명히 지지자를 더 많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한 뼘 더 성장시킨 청소년 활동가들은 그렇게 조금씩 사회를 바꿀 것이다.
글 | 박효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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