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과 함께하는 아카데미의친구들은 원주 지역에서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다양한 공익활동이 시작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람과 활동을 연결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다양성 실험실'을 통해 지역에서 시민들이 지닌 문제의식과 질문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요. 이번 시리즈에서는 2026 다양성실험실에 참여한 다섯 팀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부터 지금의 고민, 그리고 지역에서 만들어가고 싶은 변화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된 다섯 가지 실험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사여클’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원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영화 향유&연대 커뮤니티인 ‘사적인 여성영화 클럽’입니다. 모임 이름을 소개할 때는 ‘사여클’이라는 앞글자를 딴 별칭을 자주 쓰고 있어요. 2021년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소속 커뮤니티로 활동하면서 여성영화 상영회, 워크숍 등. 여성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왔습니다. 2024년부터는 독립적인 커뮤니티로 느슨하고 지속적인 연대를 이어가고 있답니다.
저희는 리더-멤버 개념이 따로 없고 모든 멤버가 리더이기도 해요.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역할분담을 해서 일을 함께 해나갑니다. 먹고 사는 일이 바쁘다보니 멤버들의 변화가 종종 있어요. 이직이나 이사 등의 이유로 원주를 떠난 전 멤버들도 가끔 모임에 참여하기도 하고요. 올해는 동화, 선희, 애린, 유진, 희라 이렇게 다섯 명의 멤버가 주로 활동하고 있어요. 본업에 집중하느라 잠시 활동을 멈춘 멤버가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는 것도 저희의 몫이지요. 사여클 활동에 관심은 있지만 멤버로 가입해서 활동하기 어렵거나 일회성으로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올해 초부터 오픈카톡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커뮤니티 활동 기획 운영 외에 영화 상영회나 책 모임에 참여하는 객원 멤버들도 있어요.
🔸어떻게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 질문에는 멤버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가 달라서 일부 멤버 개별 생각을 적어보았어요.
💬유진: 저는 특이한 케이스. 원래는 원주의 영상 제작 모임에서 활동 중이었는데, 멤버들이 각자 사정으로 떠나면서 모임 자체가 사여클로 흡수되었어요. 사여클이 좋은 이유! 일단 영화를 매개로 만남! 그리고 어마무시한 장점! 삶에서 여성으로서 느끼는 불편함이나 부당함 또는, 사회적 이슈 같은 것을 안전하게 토로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는 점. 모두들 첫 만남부터 환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게도 금방 정 붙일 수 있었어요. 라뷰~
💬선희: 저는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사적인 여성영화 클럽>이 생겼을때부터 계속하고 있는 멤버입니다. 예전에 센터에서 하는 재미난 일에 참여하는걸 좋아하다보니 사여클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습니다. 영화와 관련된 활동에 특히 재미를 느꼈는데 더군다나 여성영화라니, 그 특화된 느낌에 바로 신청했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하는 멤버들을 달라졌지만 여전히 느슨하지만 꾸준하게 연대해오고 있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사여클의 특징이자 저희가 꽤 오랫동안 이어져 올 수 있는 거 같습니다.
💬희라: 저는 사여클에 언제 가입했는지(?) 시기가 조금 불분명해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제가 사여클 멤버인가요?’라고 기존 멤버들에게 물었던 시절이 있거든요. 2023년에 저는 원주와 서울을 오고가며 원주 이주를 고민하고 있던 ‘반 원주사람’ 원반인이었어요. 마침 관심을 두고 있던 사적인 여성영화 클럽에서 정동진 이스트시네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강릉 나들이’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를 모집하더라구요. 재밌을 것 같아서 서울에서 원주로 달려가서 다시 멤버들과 함께 강릉을 다녀왔는데요. 그 이후로 어쩌다 멤버가 되어 여성영화 상영회 운영도 돕고요. 24년도에 원주로 이주하면서는 본격적으로 멤버로서 활동을 하게 된게 지금에 이르렀어요. 제가 사여클 멤버인지 질문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당연히 멤버 맞죠!’라고 했던 멤버들 덕분에 원주에서의 새로운 삶도 잘 적응하고, 사여클 활동도 즐겁게 하고 있어요.
🔸원주에서 이 활동을 꼭 해보고 싶다고 느낀 이유가 있나요?
이상하게도, 우리 지역 여성들은 각자 불합리함과 문제적 상황을 경험하는데 그것을 소위 ‘빨래터 수다’로만 풀어내고 흩어지는 것 같았어요. 뭐랄까 그다지 해결책도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마음이나 풀고 말자, 이런 분위기랄까나~ 이런 곳에서 사여클이라는 지속적인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거창한 캠페인이나 챌린지를 하지 않더라도 ‘여기’ 오면 ‘말할 수 있다’라는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깨닫고, 알아가고, 느끼는 거죠.
일단 원주 내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많지는 않고, 그 중에서 여성영화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모임은 거의 유일무이 할 거 같아요. 극장도 점점 사라지고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눌 커뮤니티 공간도 마땅치 않은 곳에서 사여클은 되게 단비같은 모임이었습니다. 요즘 나누고 싶은 의제들이 워낙 많지만 하나의 이야기도 허심탄회 하게 풀어낼 곳이 없더라구요. 여성영화라는 중심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서사를 접하고 서로 공유하며 생각을 나누고 정리해볼 수 있어서 사여클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활동을 준비하면서 요즘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올해 활동을 기획할 때는 예전에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한번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여성영화 상영회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원주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제외하고는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요. 야외에서 하기에는 또 다양성 실험실의 예산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이번에도 작년과 비슷한 정도로 아카데미의 친구들 공간을 빌려 9명 정도 수용 가능한 공간에서 미니 상영회를 격달로 하고, 그 사이 사이에는 책모임을 정기적으로 운영해보기로 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여성영화를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어요.
또 다른 고민으로는, 초창기에 원년멤버들끼리 계속 활동을 지속해오다보니 말 그대로 사적인 모임에 익숙했었는데요. 각자의 상황으로 인해 한 분씩 사여클에서 나가시게 되고 점점 변화가 생기다보니 모임의 확장과 새로운 멤버들의 유입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작년과 올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여클의 확장을 시도중입니다.
🔸활동을 하며 “이건 꼭 놓치고 싶지 않다”, “지키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사여클 활동을 세가지 키워드로 요약해보자면 “여성, 콘텐츠, 그리고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멤버들이 모인 만큼, 같은 영화나 콘텐츠를 보고도 각자 생각하는 관점이나 느끼는 점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사여클의 진짜 매력은 이 ‘다름’을 대화를 통해 기꺼이 인정하고 포용하는 열린 분위기에 있습니다. 내 생각이 틀린 게 아니라 단지 다를 뿐이며, 어떤 이야기도 따뜻하게 존중받는다는 믿음이 있기에 멤버들이 더욱 주도적으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사여클만의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열린 태도”는 앞으로도 꼭 지켜가고 싶은 우리 모임의 가장 큰 가치입니다.
🔸이번 다양성실험실 사업은 팀에게 어떤 계기나 경험이 되고 있나요?
이번 사업은 사여클이 기존 멤버 중심의 활동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거예요. 앞으로는 외부의 다양한 모임 및 사람들과 교류 및 협업을 시도하여 활동의 외연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모임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변화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활동을 하면서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장면, 분위기, 순간은 무엇일까요?
올해 사여클이 꼭 만들어 보고 싶은 순간은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성 모임을 넘어, 기꺼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웃 친구같은 모임’이 되는 경험입니다. 실제로 6월 한 멤버의 영화가 춘천영화제에 상영하게 되었을 때, 멤버들이 주말 시간을 내어 영화제를 방문해 작품을 함께 관람하고 관객과의 대화(GV) 자리를 지키며 응원을 보낸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단순히 정해진 활동을 소화하는 커뮤니티 그 이상으로, 일상의 힘듦은 다독이고 기쁜 일에는 가장 먼저 박수 쳐줄 수 있는 친밀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이루고 싶은 지향점입니다.
6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마침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이라는 책으로 독서모임을 가졌는데요. 멤버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우리는 사랑하고 싶어. 우리는 자유롭게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고 싶어서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