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과 함께하는 아카데미의친구들은 원주 지역에서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다양한 공익활동이 시작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람과 활동을 연결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다양성 실험실'을 통해 지역에서 시민들이 지닌 문제의식과 질문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요. 이번 시리즈에서는 2026 다양성실험실에 참여한 다섯 팀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부터 지금의 고민, 그리고 지역에서 만들어가고 싶은 변화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된 다섯 가지 실험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 원주시민기록단을 소개해주세요.
<모든 시민이 기록가>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원주시민기록단>입니다. 저희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원주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미래를 읽어가고자 모인 시민 중심의 참여형 기록문화 공동체입니다. 전문가의 시선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을 사랑하고 기록하고 싶은 원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후원하며 순수 민간 조직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원주를 조금 더 깊이 알고 싶거나,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소박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은 이웃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는 따뜻한 모임입니다.

🔸 어떻게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활동의 뿌리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이어졌던 원주도시기록프로젝트라는 자발적인 시민기록 활동에 있습니다. 이 소중한 맥을 이어 작년에는 <100인의 시민 기록사관>을 목표로 새롭게 출범하였습니다. 지난해에는 원주인들의 삶을 품고 흐르는 생명의 물길인 원주천을 따라 걸으며 역사·문화·환경을 기록하는 <원주도시산책> 일상 아카이빙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그 성과물로 원주천 발원지부터 섬강 합류 지점까지의 기록을 담은 로컬기억지도를 발굴했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좀 더 깊은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 새로운 기록 여정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 원주에서 이 활동을 꼭 해보고 싶다고 느낀 이유가 있나요?
원주는 1895년 을미의병, 1905년 을사의병, 1907년 정미의병에 이르기까지 세 차례의 항일의병이 모두 봉기하거나 치열한 격전을 벌인 전국 유일의 고장입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항쟁의 땅이자 엄청난 상징성을 지닌 곳이지요.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급격한 신도시 조성과 재개발, 원도심 재생 등으로 도시의 외형이 빠르게 바뀌면서 정작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정신적 뿌리와 의병의 흔적들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역사책 속에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걷는 원주의 길 위에 의병들의 숭고한 숨결이 여전히 새겨져 있음을 일상 속에서 재발견하고 싶었습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붙잡아줄 이 강력한 유산을 시민의 손으로 직접 발굴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적 자산으로 정립하는 일은 지금 원주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의제라고 생각합니다.

🔸 활동을 준비하면서 요즘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카이브나 역사 기록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여전히 많은 분이 이 활동을 어렵거나 전문적인 영역으로 느끼시는 점이 늘 고민입니다. 저희는 역사학자의 시선이 아니라 <시민이 기억하는 일상의 역사성>에 주목합니다. “그냥 동네 마실 한 바퀴 돌 듯 편하게 걸으며 일상 속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이 곧 아카이빙”이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더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늘 고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을미의병의 발원지인 안창리 <을미의병 봉기 기념탑>을 시작으로 치악의진, 원주진위대 봉기 터, 민긍호 의병장의 묘역과 이름 없는 의병들이 잠든 의병총까지 방대한 흔적들을 쫓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걸음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금만으로 긴 여정을 온전히 지속해 나가는 데 따른 현실적인 고민도 늘 안고 있습니다.
🔸활동을 하며 “이건 꼭 놓치고 싶지 않다”, “지키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시민이 단순한 기록의 소비자가 아니라, 직접 발굴하고 생산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꼭 지키고 싶습니다. 왕조의 실록이나 국가가 지정한 문화유산만이 역사가 아닙니다. 지역을 지탱해 온 평범한 시민들의 기억이 소중한 역사로 인정받는 사회적 아카이빙의 가치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동시에 기록의 즐거움과 행복을 공유하는 생활문화로서의 분위기도 잃지 않으려 합니다. 현장 답사 시 전문가가 동행하여 기록의 객관성과 전문성은 단단히 채우되, 참여하는 시민들이 함께 걷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 자체를 즐겁고 따뜻한 문화적 경험으로 느낄 수 있도록 유연하고 포용적인 분위기를 지켜가고자 합니다.
🔸 이번 다양성실험실 사업은 팀에게 어떤 계기나 경험이 되고 있나요?
다양성실험실은 저희 원주시민기록단에게 <기록 감수성>을 확장하고 새로운 로컬 콘텐츠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소중한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기록을 단순히 모으고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지역의 지리적·역사적 유산을 현대적인 기록물과 다채로운 스토리로 재생산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다른 참여 팀들과 교류하며 다양성이라는 가치 안에서 공동체의 기억을 담는 그릇을 어떻게 더 넓고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올해 활동을 하면서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장면, 분위기, 순간은 무엇일까요?

다가오는 2027년은 정미의병 1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올해 다양성실험실과 함께 부지런히 땀 흘려 수집한 시민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내년에 전시와 출판, 포럼 행사를 개최하려고 합니다.(여건이 조성된다는 가정하에서요… ㅎㅎ)
그때 전시장 한가운데에서 시민들이 직접 발굴한 이름 없는 의병들의 기록과 자신들이 걸었던 <원주 의병의 길> 기억 지도를 바라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이 참 자랑스러운 곳이었구나” 하고 깊은 자부심과 울림을 공유하는 순간을 꼭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시민들이 일상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지역의 주인이자 역사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서는 가슴 벅찬 장면을 원주에 피워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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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원주시민기록단
사진아카데미의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