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유스펀치’>는 청소년의 시민성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19년 유스펀치는 11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이중에서 시민들에게 제주4.3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아라문동>를 만났습니다. 10월의 셋째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만난 <아라문동>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제주4.3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제주4·3은 1947년 삼일절 기념행사에서 경찰의 발포로 민간인 6명이 사망한 사건을 발단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제주도민들이 민관 총파업으로 경찰의 발포에 항의하자 미군정은 파업 참여자를 체포하며 탄압에 나섰다. 이로 인해 제주도민들과 미군정-경찰-서북청년단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었다. 그러다 1948년 4월 3일 미군의 철수, 남한 단독 선거 반대 등을 주장하는 남로당 무장대가 경찰지서를 습격하는 등 무장봉기가 시작되었고, 미군정이 강력하게 진압하자 이들은 인민 유격대를 조직하여 한라산을 근거지로, 무장투쟁을 전개하였다. 그 후 1948년 11월 17일에 제주 전역에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이후 무장대와 토벌대의 무력 충돌이 계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2~3만여 명에 이르는 무고한 제주도민들까지 억울하게 희생이 되었던 사건이다. – <아라문동> 활동기록집 중에서

<아라문동>은 제주아라청소년문화의집에 소속된 10개 동아리 연합회이다. 청소년들은 제주4.3 70주년이었던 작년부터 시민들에게 4.3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에는 작년에 비해 시민들과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대폭 축소된 것에 실망한 청소년들은 동아리 연합회를 구성하여 자체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4.3은 슬프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 역사이고, 진상규명과 역사적 평가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라문동>은 청소년 축제 참여와 상시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제주지역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4.3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다음은 청소년 축제 ‘제주청소년어울림마당’ 행사장에서 만난 <아라문동> 멤버들과의 일문일답.

시민들에게 제주4.3을 알리기 위해 활동하는 아라문동의 모습

시민들에게 제주4.3을 알리기 위해 활동하는 아라문동

특별한 날에만 기억하지 않을 것

축제에 많은 분들이 오신 것 같아요. <아라문동>은 어떤 내용으로 참여했어요?

유경: <아라문동>은 사람들에게 4.3을 알리기 위해 머그컵 만들기, 인형 만들기, 향수 만들기, 북클립 만들기, 포토존 체험부스를 운영했어요. 본인이 직접 물건을 만들면 애착이 생기고, 일상생활에서 그 물건을 사용할 때마다 4.3을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4.3을 일상적인 것과 연결하려고 노력했어요. 다 합하면 500명 정도 다녀가신 것 같아요. 생각보다 4.3을 잘 모르거나 그냥 들어본 정도라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분들에게 4.3에 대해 설명하고, 머그컵, 북클립 등을 쓸 때마다 기억해달라고 했어요.

래진: 오늘 너무 바빴어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제대로 설명하기 힘든 때도 있었어요. 이 점이 좀 아쉬워요. 우리의 목적은 그냥 체험부스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4.3을 알리는 거니까요. 지난번에 아라청소년문화의집에서 소규모로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그때 정말 좋았어요. 시간적으로 여유 있어서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할 수 있었고, 아이들도 많이 배워간 것 같아요.

<아라문동> 멤버들은 작년부터 제주4.3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래진: 작년은 4.3 70주년이라 서울과 제주에서 행사를 크게 하고, 방송프로그램도 많이 나왔어요. 저희도 서울 광화문에서 캠페인을 했는데요, 지금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다 까먹었더라고요. 작년 광화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도 잊혀진 건 아닐까 걱정돼요. 사람들이 4.3을 70주년, 80주년 특별한 날에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려면 우리도 꾸준히 활동해야겠다.

사실 행사는 일회성이고, 뭔가를 제대로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가 행사를 하는 이유는 공식적으로 4.3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에 관련 내용은 한두줄이 전부이고요. 그러니까 행사를 통해서라도 4.3을 알려야겠다. 우리가 꾸준히 활동하면 정부도 정책을 바꾸지 않을까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4.3을 기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활동하는 모습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4.3을 기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활동을 준비했다.

우리는 왜 제주4.3을 기억해야 할까요?

하민: 제가 살고 있는 제주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주변에는 피해자들이 아직 살아 있어요.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사과는 했는데, 배상은 하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아직 끝난 일이 아니고, 고향의 일이니까 더욱 잘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래진: 예전에는 피해자들이 자신이 피해자임을 밝히지 못했대요. 4.3평화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 빨갱이로 몰리니까요. 노무현정부의 공식적인 사과 이후 피해자들의 존재가 드러나고, 추모하는 사람들도 생겼어요. 4.3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진실을 알아야 비극을 막을 수 있어요.

<아라문동>의 활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서현: 평소 학교에서 친구들과 4.3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지만, 이런 행사를 하면 친구들을 불러요. 그러면서 4.3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돼요.

래진: 학교에서 선생님이 4.3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 이상했어요. 당시 주민들은 빨갱이고, 폭력진압이 잘한 일이라고. 친구들이 웅성웅성하기 시작했어요. 쉬는 시간이 되어 친구들이, 제가 4.3 활동을 하는 걸 아니까,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선생님이랑 래진이 말이 다른데, 누구 말이 맞아? 그래서 다 같이 동영상 자료를 찾아보고, 선생님이 틀린 걸 알았어요. 이 에피소드를 통해 저희반 친구들은 4.3에 대해 매우 잘 알게 되었습니다.

4.3의 상흔으로 인해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야 했던 피해자의 증언이 적힌 현수막

4.3의 상흔으로 인해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야 했던 피해자의 증언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아라문동>은 어떻게 만들어 졌어요?

래진: 아라청소년문화의집에는 10개 이상 동아리가 있고, 100명 이상 청소년이 활동하고 있어요. 작년은 4.3 70주년이었기 때문에 문화의집 동아리들이 4.3을 주제로 각자 활동했어요. 작년에 활동해보니 따로따로 하지 말고, 다 같이 해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올해 동아리 연합회 <아라문동>이 만들어졌어요.

여러 동아리들이 협업하면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래진: 오늘 축제에서 다양한 체험부스를 운영했는데요, 하나의 동아리였다면 한두 개 밖에 운영하지 못했을 텐데, <아라문동>은 멤버들이 많아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4.3을 알릴 수 있고요.

유경: 단점은, <아라문동> 멤버들은 회의할 때 조금 격식을 차리는 거예요. 개별 동아리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하니까 말의 무게를 느낀 달까요? 한마디한마디 생각해보고 말해요. 회의의 질이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눈치 보느라 하고 싶은 말 못할 때도 있고. 각자의 동아리 멤버들끼리는 친하니까 꼭 회의가 아니더라도 그냥 수다 떨다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는데, <아라문동>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라문동의 체험부스에서 동백꽃을 그리며 4.3을 기억하는 청소년

아라문동의 체험 부스에서 동백꽃을 그리며 4.3을 기억하는 청소년

학업 외에도 각자의 동아리 활동도 하고, <아라문동> 활동도 하고. 왜 이렇게 열심히 해요?

예원: 처음에는 봉사시간 채우려고. 그런데 친구들이랑 제주문화와 역사를 공부해보니 재미있더라고요. 뭔가 배우는 재미? 지금은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현: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요. 학교에만 있으면 친구들하고만 이야기하는데, 다들 학교-집, 아니면 학교-학원-집 생활 패턴이 비슷하니까 생각하는 것도 비슷해요. 그런데 캠페인을 하면 성별, 연령대가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관점을 듣는 게 좋아요.

유화: 이 모든 것이 다 경험 같아요. 인생이란… (웃음) 짧은 인생이지만, 인생이란 무언가를 경험하고, 그걸 바탕으로 나아가고,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고, 나아가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잖아요. 지금 활동은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4.3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요? 진실을 알아야 비극을 막을 수 있어요." 체험부스에서 체험을 하는 아이들 모습

“4.3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요? 진실을 알아야 비극을 막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우린: 저는 활동을 하면서 4.3을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전에는 이름만 들어본 정도였어요. 교과서에 한두줄 밖에 없으니까요. 3.1운동과 제주4.3, 둘 다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건인데, 3.1운동은 자세히 나와 있고 4.3은 거의 안 나와 있어요. 그러니까 육지 사람들은 4.3에 대해 잘 모르고, 시간이 지나면 4.3이 완전히 잊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심각한 문제죠. 그렇다면 누군가는 나서서 4.3을 알려야 하는데,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있으니 영광입니다.

유경: 저는 오늘 축제에서 향수 만들기 체험부스를 담당했어요. 하면서 느낀 건, 지금 저희는 4.3을 주제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초등학생 남자아이 두 명이 왔어요. 한 명이 나 향수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다른 한 명이 남자가 무슨 향수냐고 했어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 4.3뿐만 아니라 무궁무진 한 것 같아요.

지난주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 2020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제주4·3 관련 내용이 대폭 개선되었다고 한다. ▲8‧15 광복 이후 자주적 민족통일국가 수립 과정에서 제주 4‧3의 역사적 위상 설정 ▲제주 4‧3 사건 진상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제주 4‧3의 배경과 전개과정 및 의의를 객관적으로 서술 ▲진상규명과 관련자의 명예 회복 과정에서 성취된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드높이는 사례 등 집필기준이 반영되었다(출처: 오마이뉴스, <고교 한국사 교과서, ‘제주 4.3’ 관련 내용 대폭 달라진다>, 2019년 12월 21일).

<제주4.3범국민위원회> 등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아라문동>을 포함한 청소년과 시민들이 꾸준히 힘을 모은 덕분에 드디어 청소년 세대가 4.3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뒤에 숨겨진 슬픈 역사의 진실을 마주할 때이다.

글 | 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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