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만드는 작은변화를 지원하는 아름다운재단의 <나눔교육반디>, <유스펀치>가 함께 결과공유회를 개최했습니다. 각 모둠의 성공적인 활동 마무리를 축하하고, 서로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잔치에 120여명의 청소년이 모였는데요.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의 동료시민 청소년들이 만든 작은변화를 공유합니다.
  • <나눔교육반디>는 청소년이 스스로 사회문제를 찾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2019년에는 전국 비영리단체 15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나눔교육을 진행했습니다.
  •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유스펀치’>는 청소년의 시민성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19년에는 11개 청소년 모둠의 활동을 지원했습니다.

“청소년의 운동은 어른들에게 ‘기특함’으로 소비되거나 ‘잠깐의 일탈’이나 ‘방황’으로 치부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보다 치열했고, 즐거웠습니다. 강제 야자를 빠지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한 손에는 앰프를 들고 한 손에는 마이크를 들고 힘들었지만 즐겁게 운동했습니다.” – 이수경, <조례만드는청소년>

기성세대의 ‘기특하다’는 시선을 거부하고 시민으로서 몫을 할 뿐이라고 담담히 말하는 청소년들이 한곳에 모였다. 그간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나눔과 공익활동을 펼쳐온 <나눔교육반디>와 <유스펀치>의 청소년 팀들이다. 지난 12월 22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이들의 결과공유회가 열렸다.

각 모둠의 활동결과물로 꾸민 전시공간

행사장 한쪽에는 전시회가 열렸다. “성적이 아닌 나를 봐주세요”(청포도), “518번 버스는 어디로 갈까요?”(다솜반디), “NO사교육, 학생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쉐어포에브리원) 등 캠페인 때 사용했던 피켓과 현수막이 현장에서의 치열함을 고스란히 전달해주었다. 직접 손으로 그려 만든 배지와 그림, 정크아트 등 예술작품도 눈에 띄었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참여팀들의 다양한 시도가 엿보이는 전시였다.

과도한 사교육 문제를 공론화한 청소년 모둠 ‘Share for Everyone’

보드게임을 활용해 노동교육을 개발한 청소년 모둠 ‘사회행동동아리 내일’

[활동발표] “확장과 연결의 계기였던 나눔교육반디 X 유스펀치

공유회는 서로 소개하며 연결되는 시간으로 시작됐다. 각자 “나는 OOO한 사회를 꿈꾸는 OOO입니다”라는 문장에 자기만의 단어를 넣어 발표했다. ‘사회문제를 내 일처럼 생각하는 사회, 사교육 없는 사회.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받는 사회,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모든 이가 웃는 사회’. 그간 각자의 자리에서 꿈꿔왔던 사회의 모습이 꺼내지자 자연스럽게 질문이 오갔다. 그제야 얼었던 사람들의 표정이 풀린다.

활동 발표도 이어졌다. 발표는 주제에 따라 3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첫 세션의 주제는 <다함께 산다>이다. 지역 사회,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을 위해 활동해온 팀들의 발표로 이뤄졌다. 두 번째 세션은 <전지적청소년시점>으로 청소년의 다양한 권리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활동해온 팀들이 모였다. 마지막 세션은 <전국나눔자랑>으로 정보와 지식을 생산해 나누는 활동을 해온 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활동주제에 따라 3개의 세션으로 진행된 발표시간

발표는 1년간 치열하게 달려온 이들이 숨을 고르고 그간 활동의 의미를 정리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홀몸 어르신을 위해 반찬 배달을 해온 <오아시스> 팀에게 <나눔교육반디>는 지역에서 지구로 문제의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격 부담과 편리함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해왔어요. 바다 생물들이 플라스틱 때문에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테인리스 통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하지만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큰 비용이었어요. 그때 <나눔교육반디>의 온라인 모금 교육이 가능성을 열어주었어요.”

‘과연 우리가 온라인 모금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이들은 6일 만에 목표액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모금 페이지에 달린 응원의 댓글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힘을 받아 찬물밖에 나오지 않는 사무실에서 새로 산 스테인리스 통을 일일이 닦고 소독했다. 스테인리스 통으로 처음 배달하는 날, 어르신이 말했다. “우리한테 이렇게 정성을 보여주니 고맙다.” 그 한마디로 <오아시스> 멤버들의 그간의 고생이 싹 가셨다. 나눔의 가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홀몸어르신 반찬배달 용기를 스테인리스로 전환한 청소년 모둠 ‘오아시스’

<우물밖개구리> 팀에게 유스펀치는 연결의 계기였다. 이들은 장애, 성소수자, 대안학교, 학교밖청소년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들이 만나는 장을 꾸준히 열어왔다.

“우리는 끊임없이 분리되는 훈련을 받습니다. 혼자 있거나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있을 때 편하잖아요? 학교밖청소년은 그들대로, 학교안청소년은 또 그들대로 늘 만나던 친구만 만나왔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유스펀치>는 다양한 친구들과 섞여 만나는 기회였어요.”

문턱 낮은 대화의 장을 만들며 즐거움도 컸지만, 갈등도 많았다. 다양한 이들이 모이며 생기는 진통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다. 지나 보니 함께 사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나고자 손을 내밀었는데, 자기 자신이 깨져 열리는 경험이 되었다.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들의 대화모임을 마련한 청소년 모둠 ‘우물밖개구리’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청소년 운동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 팀도 있었다. 이들에게 기록은 그 자체로 청소년을 향한 차별에 대한 저항이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유스펀치를 통해 그동안 다른 운동의 부록처럼 소개되었던 자신들의 운동을 직접 기록했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히고, 잊히면 없던 일이 됩니다. 기록되어야 기억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활동 기록집을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긍지의 기록이 다른 청소년들에게 나의 목소리를 내는 삶으로의 초대장이 되길 바랍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기록한 청소년 모둠 ‘조례만드는청소년’

[토크콘서트] Z세대의 공익활동

이어진 토크쇼에서는 솔직담백한 활동 이야기가 나왔다. 홍수연(조례만드는청소년) 씨는 활동 과정에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여러 장벽을 넘어야 했다고 말했다.

“강제 야자를 빠지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한 손에는 앰프를 들고 한 손에는 마이크를 들고 힘들었지만 즐겁게 운동했습니다.”

청소년이란 이유로 겪어야 하는 차별과 넘어야 할 장벽은 많았지만, 활동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서였다. 후엔(다솜반디) 씨는 혼자라면 이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어요. 학교로 오는 버스 노선을 만들고 싶어도 나 혼자였다면 아무것도 못 했을 거예요. 12시간동안 설문조사를 하면서 힘내자고 서로 응원하던 친구들이 옆에 있어 끝까지 할 수 있었어요.”

‘Z세대의 공익활동’을 주제로 진행된 미니 토크콘서트

패널들은 입을 모아 함께였기에 치열했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함께한 순간순간들이 과정이자 결과였다. 한번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짜릿함을 맛본 이상 돌아갈 수 없다. 결과공유회는 막을 내렸지만, 이들의 운동이 끝나지 않은 이유다. 아름다운재단 역시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청소년들을 만날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은 그간 청소년들이 개인적 관심사나 흥미를 사회적 활동으로 연결하도록 지원해 왔다. 그런 활동들이 씨앗이 되어 청소년들의 시민적 역량을 키우고, 결국 이 사회에서 청소년이 공익활동의 주체로 성장할 기반을 만들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공유회는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아름다운재단은 청소년 활동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과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청소년의 공익활동이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갈 것이다.

“자신의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그것을 응원하는 파트너를 만나고 싶다면 언제든지 아름다운재단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나눔교육반디 X 유스펀치, 우리 사회의 작은변화를 만드는 청소년입니다.

입시경쟁, 학교폭력 등을 주제로 학생인권 보장 캠페인을 진행한 청소년 모둠 ‘청포도’

외딴 곳에 위치한 학교와 시내를 연결하는 버스 증편을 요구한 청소년 모둠 ‘다솜반디’

글 | 우민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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