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보육원 출신임을 밝힌 날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불안과 긴장감 속에 입을 뗀 순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살아가며 수없이 거쳐야할 그 순간, 두렵지 않을 수는 없는 걸까요?
나는 오늘 '고밍아웃' 했습니다.
* 고밍아웃 이란?
자립준비청년이 스스로 출신이나 정체성을 밝힐 때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말로
'고아' + '커밍아웃'을 합성하여 당사자들이 자조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2012년 11월 1일.
내 인생의 가장 큰 짐을 덜어낸 날이다.
나는 보육원에 살았던 사실을 숨기기 위해 무수히 많은 거짓말을 해왔다.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면 어떻게든 화제를 돌리려 애썼고
가짜 가족 프로필을 말하면서 식은땀을 흘리기 일쑤였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비밀…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불러왔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내 비밀을 털어놓기로 했다.
친구들과 함께 온 여행
평소보다 더 크게 웃고 장난을 쳤지만
사실 하루 종일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저녁 시간
수십 번의 망설임 끝에 입을 떼었다.
내 한 마디에 그 자리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친구들은 저마다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눈치였다.
잠깐의 무거운 침묵이 흐른 후 친구들은 나에게 말했다.
"아.. 그래..?"
"가족 이야기를 잘 안 해서 가정불화인가 생각은 했었어."
예상과 달리 친구들의 반응은 덤덤했다.
나를 동정하지도 않았고 그동안의 거짓말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 순간, 지금껏 참아온 모든 불안과 두려움이 한 번에 무너졌다.
나는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이후에도 변한 것은 없었다.
친구들은 여전히 나를 '신선'으로 대했다.
무엇보다 이제 내 상황을 솔직히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 인생의 가장 큰 벽을 넘어선 기분이었다.
* 자립준비청년 신선 일기 중
자립준비청년은
차별과 편견때문에
보육원 출신인 것을
밝히기 두려워합니다.
저는 오히려 덤덤한 기분으로 털어놨어요. 근데 친구가 제 손을 잡고 미안하다며 펑펑 울더라고요. 친구가 너무 우니까 나중엔 제가 더 민망해졌죠.
제 주변에 어른도 없고 도움을 구할 곳이 없다는 걸 악용해서 불합리한 일을 많이 당했어요. 차라리 처음부터 가족이 있다고 거짓말할 걸 그랬어요.
남자친구 부모님이 제가 보육원 출신인 걸 아시고는 헤어지라고 강요하셨어요. 이 일로 결국 그 친구와는 헤어졌고 그 뒤로 누구에게도 제 비밀을 말하지 않았어요.
5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대답했습니다.
왜 우리는
보육원에서 지냈다는 것을
말하기가 이토록 어려울까요?
그리고 왜 그 순간을
'고밍아웃'이라고 자조할까요?
단지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미디어에서 부정적으로 소비되는 '고아 캐릭터'는
우리의 진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용기내지 않아도 보육원에서 자란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사회를 바랍니다.
다양한 채널과 콘텐츠를 통해 자립준비청년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합니다.
차별과 편견 없이 열여덟 어른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열여덟 어른의 일상에는
그들의 진짜 자립의 모습이 있습니다.
집으로 온 낯선 요금 고지서 앞에서
홀로 있는 자유와 외로움 속에서
미디어 속 '고아' 캐릭터 앞에서
꿈과 생계의 갈림길 앞에서
정책과 제도를 넘어
그들에게 필요한 사회적 안전망은 어떤 것일까요?
<열여덟 어른> 캠페인 기부금은 <교육영역기금>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사용됩니다.
#1:1 방문교육
당사자 1:1 방문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정보격차를 이야기합니다.
#고민 팟캐스트
당사자 고민 팟캐스트를 통해 심리정서를 이야기합니다.
#일촌 파도타기
당사자 관계망 브이로그를 통해 당사자 관계망을 이야기합니다.
#땡큐 버스킹
당사자 땡큐 버스킹 공연을 통해 공공/민간 지원사업을 이야기합니다.
#자립 100days
보호종료후 100days를 통해 자립준비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 캐릭터 시상
자립준비청년 미디어 캐릭터 온라인 시상식을 통해 미디어 편견을 이야기합니다.
교육비 지원
생활 보조비
지원
해외어학연수
지원
개인별 맞춤형
자기계발
작은변화
프로젝트
홈커밍데이
*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경 가능성 있음
아름다운재단은 2001년부터 지금까지
만 18세에 아동복지시설(보육원), 위탁가정에서
보호가 종료되는 자립준비청년의 자립 지원을 위해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지난 20년간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보통의 청춘들과 함께한 시간 속으로 초대합니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서로를
'원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원 배지'는 열여덟 어른 전안수 디자이너가
보육원의 '원'을 모티브로 디자인했습니다.
둥근 원모양의 유리헬멧은 세상의 편견에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표현합니다.
이제 열여덟 어른들이 세상에 당당히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원(ONE) 배지'를 드립니다.
* 고밍아웃 이란?
자립준비청년이 스스로 출신이나 정체성을 밝힐 때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말로
'고아' + '커밍아웃'을 합성하여 당사자들이 자조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