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소망을 잇는 시작의 공간 – 주거위기청년 이야기

다자간협력팀 전서영 매니저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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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위기청년 민우 씨 이야기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비주거용 건물 내 주택’ 및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만 20~34세 청년 가구주는 약 60만 명(608,160명)이다. 그중 고시원, 숙박업소, 판잣집 등 위태로운 자리에 터 잡은 청년 가구주는 11만 명 이상(116,091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통계는 만 19세를 제외하고 있으며, 더부살이나 PC방, 찜질방, 만화방 등 거리를 전전하는 청년들의 실태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최소한의 집계이다.

청년들이 주거 위기에 부딪치는 이유로는 고용시장의 불안정도 한몫하지만, 가정 내 부채, 폭력, 방임으로 자립의 안전망이 끊어진 사례가 상당하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에서 국내 최초로 진행한「노숙위기청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2026년 2월 기준 주거위기청년의 79.7%가 평균 3,000여만 원(27,940,000)의 채무를 떠안고 있었고, 그들의 75.9%는 가족 및 친척과 월 1회 미만 소통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보호시설 퇴소와 동시에 주거 위기에 노출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행 청년주거정책에서 그들은 대다수 소외되어 있고, 지원체계도 여의치 않다.

🔗「노숙위기청년 실태조사 및 아름다운재단 노숙위기청년 주거지원사업 사례분석을 통한 자립안전망 구축방안 연구」는 2026년 3월 발표되었으며, 양적 및 질적 조사를 통해 노숙위기청년의 실정과 현안에 대해 심도 깊이 보고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냉담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주거 공간을 상실한 후 달리 방도가 없어 노숙인 쉼터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민우 씨(가명·29세) 역시 그랬다. 몸과 마음을 누일 최소한의 공간이 절실했지만, 그가 기댈 만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스마트폰으로 주거 관련 지원사업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경계에 서 있는 듯 그는 여기서도 저기서도 지원대상자는 아니었다. 그렇게 쓸쓸한 검색 너머로 그의 발길이 닿은 곳은 노숙인 쉼터였다.

“노숙인 복지시설에 들어가려면 입소자 등록이 필요하더라고요. 서약서를 읽어보고 서명도 했는데요. 많이 서글펐어요. 이제 진짜 노숙자가 됐으니까요.”

어두운 골목길에 갇혀 버린 청년의 밤

민우 씨가 잠들 곳이 없어 거리를 방황하리라곤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원래 그는 부모님과 한집에 거주했다. 평범한 듯했지만 가계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가 얹혀 있었다. 물론 그와는 무관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청을 외면하지 못해 급여의 대부분을 상환금으로 내어드렸다. 그런데도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부모님은 필요할 때마다 손을 내밀곤 했다. 힘겨웠다. 더 이상 부채를 짊어지다간 온몸이 으스러질 것 같았다. 그래서 무작정 집을 떠나버렸다. 그렇게나 일했지만 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다.

“일단은 가장 친한 친구를 찾아갔어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친구였는데, 사정을 얘기하고 며칠만 머물 수 있느냐고 물어봤죠. 감사하게도 편안하게 지내라고 친구 어머니도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저 스스로 눈치가 보이고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민우 씨는 호의를 뒤로한 채 친구의 집을 나섰다. 그러나 아무리 거리를 걸어도 돌아갈 곳이 없었다. 어두운 골목길에 갇힌 것 같았다. 정처 없이 떠돌다 그는 도리 없이 찜질방에 들어섰다. 당장은 고단한 심신을 달랠 수 있었지만, 그곳에서 버티는 것도 하루이틀이었다. 막막하고 답답했다. 도무지 홀로 헤쳐 나갈 방도가 없었다.

“암울했지만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공공이든 민간이든 우선은 지원받으면서 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여기저기 살펴보고 고심한 끝에 노숙인 쉼터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꿈에도 상상 못 했지만 민우 씨는 노숙인 쉼터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중장년이 다수였고, 그와 같은 청년도 몇몇 있었다. 공동생활의 규정은 낯설었고, 공용공간의 공기는 무거웠다. 그래도 면담을 중심으로 성심껏 지지해주는 사회복지사 덕에 그는 점점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곳은 노숙인 임시보호시설로 보통은 20일, 상황에 따라 30일까지만 머무를 수 있었다. 그에게는 주거 관련 지원 제도와의 연계가 시급했다.

“노숙인에게 임시 주거비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는데, 청년층보다는 중장년층을 고려하는 추세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회복지사님이 한참 수소문하더니 <노숙위기청년 주거지원사업>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 당시는 신청 기간이 아니라서 난감했어요.”

충전소 같은 공간에서 찾은 소망의 나

사회복지사가 들려주는 민우 씨의 긴박한 사정에 아름다운재단은 ‘노숙위기청년 주거지원사업’ 신청에 필요한 것들을 상세히 안내했다. 이후 절차에 따라 ‘청년, 공간’에서 지원사업의 참여자로 확정될 수 있었다. 민우 씨는 새하얗도록 깨끗한 ‘청년, 공간’의 정갈한 분위기에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더구나 그를 반갑게 맞이하는 그곳의 친절한 미소에 그간의 저릿했던 불안조차 희미해지는 듯했다.

노숙위기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안정적 주거를 마련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고시원 및 주거지탐색, 긴급복지신청 등 <동행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노숙위기청년 주거지원사업>을 통해 식료품도 챙겨주시고, 생필품도 채워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그것도 제가 구비하려면 하나같이 비용이 드는데, 양질의 제품으로 마련해주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게다가 고시원에 거주할 수 있도록 월세를 지원해주신 덕분에 가슴 졸이지 않고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민우 씨는 집을 벗어나 거리를 전전하는 동안 매일매일 생각했다. 나만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아무리 좁아도 상관없으니까 단 한 평이라도 마음 편안히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수없이 되뇌었다. 그랬기에 민우 씨는 지금의 고시원이 더없이 소중했다. 난생처음 머무는 공간이었지만, 그가 새로운 일상을 세우기엔 썩 괜찮았다.

<긴급주거지원>을 통해 머물게 된 작은 고시원 공간은 민우씨에게 하루를 보낸 후 편히 쉬고 체력을 충전하는 ‘충전소’이다

“이 공간은 제게 충전소 같아요. 하루 동안 소모된 에너지를 방해받지 않고 충전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위치도 복도 끝이라 측간 소음이나 층간 소음도 거의 없어요. 저는 마음에 듭니다. 동네도 조용한 편이고, 주민분들도 너그러우신 것 같아요.”

아주 자그마했지만 독립적인 공간에 거주하는 가운데 민우 씨의 하루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몸소 식사를 준비하고 옷가지를 세탁할 때면 괜히 기분이 상쾌했고, 밤에 침대에 기댈 때면 제 몫의 삶을 건사하는 듯해 다행스러웠다. 실제로 요즘 그는 인근 음식점에서 밤늦도록 서빙 아르바이트 중이다. 일정이 맞으면 심야에 도시락 포장일도 겸하고 있다. 아무래도 자립을 향한 실마리를 붙잡은 듯해 그는 안도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이 그랬듯 거리를 헤매는 수많은 청년의 삶 역시 새롭게 회복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서울에 청년이 200만 명(2,115,138) 정도 거주한다고 들었는데요. 그중에 저보다 사정이 어려운 청년들도 적지 않을 것 같아요. 그분들이 이 사업에 꼭 참여해서 주거 관련 통합지원을 받으시면 좋겠고요. 다양한 제도들도 최대한 함께 활용해서 자립의 밑거름으로 삼으시길 희망합니다.”

거주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에 머무르는 것이다. 크든 작든 그 공간이 보존될 때 비로소 소망은 자라날 수 있다. 이는 민우 씨가 여실히 증명한다. 최근 그는 소망을 담아 공공기관에 주거상향 지원을 신청해 두었다. 거기에는 공용이 아닌 독립된 주방을 기대하는 소망도 담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꿈이 생겨났다. 언젠가 자신만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본격적으로 요리를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에 따르면 의식주라는 삶의 기반이 흔들리면 우리는 미래를 도모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의식주의 토대인 주거 공간이 불안정하면 우리네 소망들은 잠식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주거위기청년들이 그랬다. 거리를 헤매는 동안 그들의 마음에는 새카만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이내 소망들을 가려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같이 미래를 떠올리길 주저했다.

민우 씨도 처음에는 비슷했다. 그러나 자그마하더라도 독립적인 공간은 불안을, 또 좌절과 우울을 덜어주는 안식처였다. 이는 아름다운재단「노숙인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주거위기청년들이 심층 면담에서 고백했듯 타인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은 존엄을 회복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자립의 출발점이었다. 그랬기에 민우 씨도 그곳에서 소망을 덮고 있는 그림자를 밀어낼 수 있었다. 당장의 내일은 장담할 수 없더라도, 그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미래의 나를 향해서 애틋한 한마디도 건네게 되었다.

“민우야, 뜻대로 잘된 거지……. 거기까지 버티느라 고생 많았어.”

※ 아름다운재단 노숙위기청년 주거지원사업은 (사)희망가치와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됩니다.

 노현덕 작가
사진 김권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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