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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사의 기쁨과 슬픔] 프로젝트란?

<간사 인터뷰> 번외편 – 한 장의 사진을 내밀며

사진은 처음부터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기 위해 발명되었습니다. 이번 <한 장의 사진을 내밀며> 인터뷰에서는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에 카메라를 세우는 대신 한 장의 사진이 주인공입니다. 아름다운재단 간사가 고른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간사의 기쁨과 슬픔 프로젝트의 번외편으로 [변화사업팀 권연재 간사]의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 전명은 작가

권연재 (1)

 

안녕하세요. 권연재 간사님. 준비한 한 장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사진에서 보이는 것을 묘사하고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권연재 : 이 사진은 제 생애 처음으로 본 풍경입니다. 여행을 가서 일출이나 석양을 보는 것처럼 붉은색이 배경인데요. 거기에 검은 점 2개가 보여요. 그 검은 점 2개를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심연으로 내려가는 듯해요. 거대한 이미지에 압도되면서 제 내면을 응시할 수 있게 된 순간이었어요. 한동안 저도 넋을 잃고. 이것을 좀 달리 표현하자면 영어를 써도 될까요? 그때가 삶의 enjoy가 아니라 joy, 이게 joy구나. 그 어느 때 느껴보지 못한 Joy를 느끼게 되었어요. 

 

다른 간사님들은, 권연재 간사님이 이야기하는 사진의 묘사를 듣고 머릿속으로 상상한 후에 그림으로 한번 그려볼까요?

 

간사들의 그림

간사들의 그림

 

 

간사님들은 이런 풍경을 상상하셨군요 ! 자, 연재 간사님의 사진을 공개해 보겠습니다! 함께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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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연재 간사의 사진

권연재 간사의 사진

 

이 사진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간사들 : 초음파 사진 생각했어요. 내 생애 처음 본 풍경이라고 해서요. 내 애기보고 나는 그런 생각 안 했는데…

권연재 : 빨간 아이가 금방 사람처럼 되거든요. 뭐랄까, 사람 되기 전에 진짜 빨갰을 때 눈뜬 사진이 이 사진밖에 없어요.

간사들 : 1) 생애 처음 본 풍경이라고 해서. 내가 찍을 수 없는, 내가 처음으로 본 풍경일 것으로 생각했어요. 풍경이라고 하니까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장소인가 했어요.  2) 초음파 사진을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흑백으로 나오는데, 그다음에는 색깔 있게 나오고 아이의 움직임, 붉은 태반 안에 아이의 검은 눈, 까만 점이 내가 엄마가 되는구나 그런 느낌을 받는 사진이 아닌가 했어요. 3) 이렇게 아름다운 상징인 줄 모르고, 나사에서 찍은 게 아닌가… 저는 흑점으로만 생각했었어요.

권연재 :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아이의 피부가 이때까지 빨갛고 눈은 까맣고. 30일, 한달 정도 되었을 때에요.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장면이고요. (2014년에 태어났어요.)

간사들 : 요즘 인화 잘 안 하잖아요? 사실, 일상에서 맨날 보는 풍경이어도 그때의 내 상황이나 심적 상태에 따라 풍경이 달라 보이잖아요. 그래서 진짜 풍경을 보고 표현하는 것인가 했어요.

권연재 : 저는 한 번도 살아가면서 이게 지금 내가 하는 순간들이 지금이 마지막 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았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까 아이와 지내는 모든 시간이 다시는 오지 않는 시간이구나 했어요.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는 계기가 되었어요. ‘잇몸 미소’ 라고 하죠? 아이가 이가 없는 상태에서 웃는 모습도 이게 마지막이고 지금 이 사진처럼 한 달도 안되게 온몸이 빨간 상태인 것도 이때가 마지막 일거고요. 나한테 기어오는, 양손과 네발로 오는 모습도 이게 마지막 일거고. 아이의 모든 순간이 저한테는 순간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에. 아이에 대해 애틋하면서 현실적으로는 너무 힘들 때는 뭐라고 하는데, 아 이러면 안되지 하고 그래요. 솔직히 아이를 키우는 게 그렇게 낭만적인 일은 아니죠. 전쟁이고요. 워킹맘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안에서 소중함을 느끼고 싶어서 사진기를 항상 옆에 두고 있어요. 아이를 찍어주기 위해서요. 달마다 아이 사진 정리하고 좋은 사진은 인화하고 그래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서 귀찮은 일은 다행히 아니에요. 아직 제 만족인 것 같아요.

작가 : 요즘은 사진을 디지털로 찍죠. 모니터로 보는 사진과 물건이 되는 오브제로서의 사진이 다른 것 같아요. 요즘 사진작가들도 프린트 잘 안 하는데… 반갑군요!

권연재 : 인화해서 사진첩에 끼워서 아이한테 가끔 보여줘요. 그림책 못지않게 좋아해요. 저희 부모님도 제 어릴 적 사진을 사진첩에 담아주셨어요. 부모님이 저한테 주신 가장 큰 선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사진첩이 주는 느낌… 아이한테 지금 해줄 수 있는 사진첩이야말로 좋은 선물이지 않을까 싶어요.

간사들 : 사진을 찍는 순간에 나도 사실은 여기 이 순간에 나로서 유일하잖아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아이를 키우는 지금의 이 순간의 연재 간사님도 지나가면 마지막이니까요.

권연재 : 까만 우주라고 말씀드렸는데 어디선가 그런 표현을 본 것 같아요. 오늘 하루가 모든 우주가 너를 위해 존재한다는 글귀. 그게 어떤 말인지 실감 나요. 신생아는 눈을 잘 못 뜨는데 살짝 뜨는 순간이요. 눈동자가… 표현할 수 없는 심연이 깃들어있는 그런 느낌을 처음 받았어요. 신기했어요. 아이의 눈을 처음 마주친 순간. 진짜 신기한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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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프로젝트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파견지원사업’에 참여한 예술가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글 | 장혜윤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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