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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사의 기쁨과 슬픔] 프로젝트란?

<간사 인터뷰> 번외편 – 한 장의 사진을 내밀며

사진은 처음부터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기 위해 발명되었습니다. 이번 <한 장의 사진을 내밀며> 인터뷰에서는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에 카메라를 세우는 대신 한 장의 사진이 주인공입니다. 아름다운재단 간사가 고른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간사의 기쁨과 슬픔 프로젝트의 번외편으로 [홍보팀 두은정 팀장]의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 전명은 작가

두은정 (1)

 

안녕하세요. 두은정 팀장님. 준비한 한 장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사진에서 보이는 것을 묘사하고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두은정 : 처음 눈에 들어오는 모습을 설명해볼게요. 컬러사진인데, 인스타그램 필터 같은 그런 예쁜 컬러에요. 앞에 여자 세 명이 서 있고, 뒤에 남자 세 명이 서 있는데, 약간 다 경직되어 있어요. 앞에 여자 세 명은 곱게 한복을 입으셨어요. 왼쪽에 계시는 분이 입으신 저고리랑 치마는 살구색이고요, 겉에 배자는 황록색을 입으셨어요. 가운데 여자분은 분홍색 저고리 치마에 초록색 배자, 그리고 오른쪽 여자분은 노란색 한복에 옥색 배자를 입으셨네요. 뒤에 남자 세 분은 예의를 차려서 양복을 갖춰 입고 계세요. 얼굴이 다 굳어있는데……. 그런데 왼쪽에 있는 여자분이랑 오른쪽 뒤에 서 계신 남자분만 웃고 계세요. 가운데 여자 분은 젖살이 안 빠진 아기 같아요. 남자분들 머리스타일은 약간 옛날 스타일이에요. 이대팔. 넥타이 두께는 유난히 두껍고요. 그러고 보니 다들 엄청 앳되어 보여요. 배경에 보이는 건, 식당 같아요. 나뭇잎들이 아직 푸르지는 못하네요. 어떻게 보면 쓸쓸하기도 하고, 가운데 젊은 커플이 유난히 긴장한 모습인데, 오른쪽 뒤에 서 있는 남자분만 긴장을 안 하셨네.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계세요.

 

다른 간사님들은, 두은정 팀장님이 이야기하는 사진의 묘사를 듣고 머릿속으로 상상한 후에 그림으로 한번 그려볼까요?

간사들의 그림

간사들의 그림

 

간사님들은 이런 풍경을 상상하셨군요 ! 자, 두은정 팀장님의 사진을 공개해 보겠습니다! 함께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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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의 사진

은정의 사진

이 사진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두은정 : 쓸쓸하다는 얘기를 괜히 했어요. 제가 한 달 전에 친정에 내려갔는데 이 사진에 있는 이모할아버지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이모할머니가 사진 정리를 하셨는데… “네 엄마 약혼식 사진이 있어서 가지고 왔다. 너 가져라.” 하면서 주시더라고요. 75년 봄에 약혼하고, 바로 결혼하셨어요.

간사들 : 그때는 다 약혼식을 했었나요?

두은정 : 중매요!

간사들 : 약혼식 때부터 알아가기 시작하는 거죠? 이분이 어머니시죠? 닮았다!

두은정 : 사실 엄마는 저 시기에 대학교 가고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대학에 안 보내고 결혼하라 그랬대요. 그래서 약간 마음이 황폐해졌는데, 잘 모르는 남자랑 결혼하라고 하니까……. 옛날에는 못 느꼈었는데, 지금 제가 나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그때 엄마가 스물한살인가 밖에 안되더라고요. 그 때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까 싶어요. 스물한살이면 정말 어리잖아요. 그런데 잘 모르는 남자랑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시댁 분위기도 잘 모르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결혼한다고 하니, 설렘 같은 것보다는 두려움 같은 게 보여요. 남동생이 있는데 저희 아빠랑 되게 똑같이 생겼어요. 지금 이 사진을 보니까. 아빠도 스물여섯인가 그러셨을 건데, 약간 어리둥절한 느낌이랄까…? 외할아버지는 되게 여유 있어 보이고요.

간사들 : 그러게요. 사진 속에 한 명만 여유로운 표정이네요.

두은정 : 나 같아도 진짜 하기 싫었겠다 싶어요.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엄마가 대학교 가고 싶어서 시위도 했대요. 밥도 안 먹고요. 사진을 보면 젖살도 남아 있는 우리 엄마 예뻤네, 예쁜 옷 입고 있네, 좋은 행사, 기쁜 행사 이렇게 해서 내가 태어났구나. 이럴 텐데, 지금 나이 들어서 보니까 느낌이 또 달라요.

간사들 : 1) 사진 속 엄마가 나보다 어리니까요……. 사진 묘사하는 거 들으면서 가족 사진일 거란 생각이 있었어요. 2) 저만 이상한가봐요. 저는 가족사진일거라 생각 안 했거든요. 그보단 아빠들 세 명 있고, 아빠들은 다 친구인 거에요. 그리고 그 앞에 있는 건 아이들인 줄 알았어요. 엄마가 처음으로 밖에 나가서……. 저는 친한 친구의 남편들이랑 모두 친하거든요. 다 자기 경험에 맞춰 생각하니까 남편들끼리 애들 데리고 나와서 당황스러워하는 느낌을 상상했어요. 그런데 이게 간사님한테 왜 소중한 사진이에요?

두은정 : 나의 기원……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엄마가 좀 불쌍하고 짠한 느낌이 들어요. 그때 하고 싶었던 거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돼요.

간사들 : 그럼 반대로 간사님 결혼할 때쯤의 사진을 보고, 자녀가 어떤 생각할 것 같아요?

두은정 : 그냥 되게 사랑했었나보다, 생각할 거 같아요.

간사들 :  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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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프로젝트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파견지원사업’에 참여한 예술가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글 | 장혜윤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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